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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없는 사회, 그거 말고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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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우리 의원님께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100% 동의하고 계십니다. 유럽에 가실 때면 교민들이 '대한민국에 아직도 차별금지법이 없다니 창피하다'고 말하는 것도 있고… 일정 등 박주민 간사실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간사실에서 결정하면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따르려고 하고 있습니다. 모든 의원들이 한마디씩 하게 되면 일을 진행하기가 어려우니까요."
4일 전 국회 법사위 소속 민주당 K의원실에 전화 걸었을 때 보좌관과 나눈 대화다. 지난주 내내,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실과 무소속 의원실에 차별금지법 즉각 제정을 촉구하는 문자 보내기로 하루를 시작하곤 했다. 나뿐만 아니라, 차별금지법이 왜 아직도 제정되지 않는지 납득하지 못하는 많은 시민들이 점심시간에 집중적으로 문자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도 소귀에 경읽기 식으로 법사위에선 아무런 반응이 없어 전화를 걸어보기로 한 것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의원실, 박광온 법제사법위원장 의원실, 박주민 의원실, 김남국 의원실, 김영배 의원실, 김용민 의원실, 김종민 의원실, 송기헌 의원실, 이수진 의원실, 최강욱 의원실, 최기상 의원실, 민형배 의원실(무소속), 양향자 의원실(무소속). (이 이름들을 좋은 의미에서 오래 기억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거의 받지 않거나 받더라도 '비서라서 이 문제로 의원님의 말씀을 직접 들은 바가 없다'거나 '보좌관님께 전하겠다'는 말 정도를 듣는 수준이었다. 위에 인용한 통화는 그래도 보좌관이 전화를 받아 2, 3분 정도 '사안의 정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경우다. '왜 개인의 의견을 일일이 들어줘야 하느냐'며 노골적으로 화를 내는 비서도 있었다. 졸지에 나는 '추앙받는' 유권자에서, 의원실에 전화해 불쾌한 발언이나 일삼는 한낱 개인으로 밀려났다. 서둘러 전화를 끊으려는 그를 붙잡고 제정을 촉구하는 국민의, 이미 매우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강조한 끝에 '보좌관님께 전달하겠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국가는 적절한 정치 제도를 통해 시기심과 차별이 아니라 포용과 협력, 연대가 공통감각이 되게 만듦으로써 민주주의를 보호하고, 국민이 성숙한 자아로 계속 성장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차별과 혐오를 하고 또 당하는 위험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해방된 자아는 없다. 평등하고 민주적인 사회의 핵심은, 누군가를 차별하고 혐오하는 도덕적·계약적 실수를 하더라도 토론과 반성을 통해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게 돕는 사회문화적·법적 토대다. (오바마가 말했듯이) 증오보다 사랑이 인간의 심장에 더 자연스러운 것임을 '배우는' 게 필요하다. 서로 다르지만 연결됨으로 통합되는 사회 안에서, 계속 그 연결과 통합에 이바지하며 사는 게 자연스럽고 품위 있는 삶임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
개인인 우리는 국민으로, 시민으로, 주민으로 관계 속에 살면서 실수하고 반성하며 서로의 안전하고 평등한 삶을 함께 일궈나간다. 이 삶의 과정을 돕는 게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이다. 일터에서, 친밀한 관계에서, 일상에서 겪는 거칠고 또 미세한 직·간접 차별들에 맞서 평등한 사회에 대한 감각을 벼리고 상상력을 확장시키는 데 토대가 될 법이다. '표심'과 '민심'을 구별하지 못한 채, 할 일은 하지 않고, 하지 않아야 할 일을 해온 민주당은 지금, 이 법의 제정을 통해 통렬하게 반성하고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정당임을 보여달라. 인생을 오래 산 할매, 할배들이 묻고 있다. '뭐가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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