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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읽기' 들어간 경유 2000원 시대…더뎌지는 서민·물류의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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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톤(t) 화물트럭 운전기사인 A씨는 요즘 아침에 눈뜨기가 무섭다고 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뛰고 있는 유류비 탓이다. 지난해 5월만 해도 리터(L)당 1,300원대였던 경유 가격이 최근 2,000원에 육박하면서다. 100L짜리 연료통을 한 번 채우려면, 1년 전보다 약 7만 원을 더 내야 할 판이다. 경유 1L로 약 3킬로미터(㎞)를 달리는 연비까지 감안하면 서울에서 부산 편도에 드는 기름값만 지난해보다 10만 원 이상 더 든다. 한 달에 10회 운행을 가정할 경우엔, 월 수익이 100만 원가량 줄어드는 꼴이다. A씨는 "경유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오르고 있다"며 "그나마 부지런히 검색해 경유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주유소를 찾아다니는 게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고 푸념했다.
경유 가격의 가파른 상승세에 국내 화물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화물차와 버스, 농기계 등을 포함한 생계용 차량에 사용되면서 ‘서민의 기름’으로 알려진 경유 가격 상승은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마감한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1,966.5원으로, 1년 전(1,337.6원)보다 630원 가까이 올랐다. 같은 기간 약 416원 오른 휘발유보다 훨씬 높은 상승 폭이다. 지난 11일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평균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앞지른 이후 격차도 더 커진 양상이다.
경유 가격 상승세는 주유소 주인들에게도 낯설다. 전국에서 경유 가격이 가장 비싼 서울 중구 서남주유소의 경우 이날 기준 경유 1L당 2,993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주유소 관계자는 경윳값이 L당 3,000원에 육박한 적이 있는지를 묻자 “그런 적은 없었다”고 했다. 이곳에서 경유를 주유하던 40대 인모씨는 “이곳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경유 가격이 너무 높아, 운전대 잡기가 무서운 시기”라면서 “업무상 필요한 운전을 줄일 순 없어서 기름값이 떨어지기만 바라는 심정”이라고 걱정했다.
무엇보다 경유의 대량 소비로 생계를 이어가는 화물업계 노동자들의 상황은 최악이다. 대부분 지입(개인 차량으로 업체에 소속되는 형태) 계약 형태이다 보니, 기름값을 비롯한 운송 비용은 고스란히 운전자 몫이어서다. 유가 인상에도 운송비는 제자리걸음인 탓에, 운송비가 높은 장거리보다 ‘저수익 저비용’의 수도권 내 운송 인기가 높아지는 기현상도 포착된다. 일각에선 ‘전기 화물차’ 도입 확대 필요성도 제기되지만, 차종이나 물량이 제한적인 데다 구입비용에 대용량 충전인프라 확충까지 감안하면 비현실적이다.
정부는 최근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지원 확대 방안을 검토하겠단 뜻을 밝혔지만, 늘어날 보조금 지원만큼 화주들이 운임까지 내릴 가능성도 농후한 게 현실이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요소수 가격 역시 지난해 하반기 ‘대란’ 이전(L당 900원)보다 두 배 이상 오른 1,800원대 고정된 점도 화물노동자들의 부담을 끌어올린 요인”이라며 “화주가 부르는 대로 형성되는 기준 없는 운임을 현장에서 퇴출하고, 원가 비용을 반영해 적당한 소득을 보장하는 방식의 운임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석유업계에선 경윳값이 휘발윳값을 넘어선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면서도, 유가 전반의 상승세는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대외협력실장은 “국제유가가 최근까지 오른 점에 비춰봤을 때 이달 내 경윳값이 크게 꺾일 것 같진 않다”고 내다보면서도 “중국 봉쇄 장기화와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석유 수요 감소에 따른 하반기 국제유가 하락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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