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테라·루나와 폰지 사기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폰지 사기라는 말은 1920년대 우표에 투자하면 큰 수익을 낼 것이라고 속여 투자금을 가로챈 미국인 찰스 폰지에서 유래했다. 투자 아이템은 명목일 뿐 투자자들이 낸 돈 일부로 수익을 돌려주고 이를 미끼로 더 많은 투자자를 모으는, 다단계 사기 수법이다. 이 단순한 속임수의 정점이 2009년 메이도프 사건이다. 증권사 설립자인 버나드 메이도프는 고수익으로 투자자를 모으고 높아진 명성으로 다시 거액을 유치해 폰지 사기의 역사를 새로 썼다. 피해액은 80조 원이 넘었고 메이도프는 징역 150년형을 받았다.
□ 하룻밤 새 26조 원이 증발한 ‘김치코인’ 루나·테라 폭락을 두고 코인 변동성의 문제가 아닌 폰지 사기라는 말이 나온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CEO)가 개발한 UST(테라)는 '1테라=1달러'로 가치를 유지하는 스테이블 코인이다. 달러가 탄생할 때 금과 바꿀 수 있다는 것으로 화폐 가치를 보증한 것과 비슷하다. 여기까지만 보면 가치의 원천이 없고 가격변동성이 너무 크다는 코인의 단점을 해소한 것 같다.
□ 하지만 UST는 지불 담보가 될 달러를 보유하지 않고(비트코인을 보유했다) 또 다른 코인 루나를 연동해 가치를 유지하는 구조였다. 즉 1테라가 1달러보다 싸지면 루나를 발행해 UST를 사들이고, 1테라가 1달러보다 비싸지면 UST를 풀고 루나를 사들인다. 투자자에게 UST를 직접 달러로 환전해 주지는 않았고 UST를 사서 예치하면 최대 20% 이율을 보장하는 식으로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테라가 오를 때는 굴러가지만 내릴 때는 루나도 하락해 투매를 가속화할 위험이 있다.
□ 테라-루나 알고리즘은 개발 초부터 사기라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권 대표는 스테이블 코인의 실패 가능성을 제기한 영국 경제학자에게 “나는 가난한 사람과 토론하지 않는다. 적선할 잔돈이 없다”고 응대하는 식이었다. 13일 그는 실패를 인정하면서 “테라 블록체인 공간을 가치 있게 만드는 커뮤니티와 개발자들을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블록체인 생태계니 시장의 선택이니 하는 그럴듯한 용어는 종종 사기를 은폐하는 수단이 된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