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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논란' 난감한 민주... 반성보다 지방선거 악영향 차단에만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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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3선 중진인 박완주 의원의 당내 성폭력 의혹에 대한 반성문을 쓴 지 하루 만에 '역공 모드'로 전환했다. 전날 박 의원에 대한 전격 제명 결정으로 발빠른 수습에 나섰지만, 논란이 장기화할 경우 눈앞의 6·1 지방선거에서 치명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원순·오거돈·안희정 등 전직 광역단체장들 성폭력과 일부 의원실 내 성폭력 문제가 잇따르는 것에 대한 성찰보다는 선거에 미칠 악영향 차단에만 부심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6·1 지방선거 총괄선대위원장인 이재명 전 대선후보는 박 의원의 성폭행 사건에 대해 '반성', '사과' 등의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 전 후보는 이날 경기 수원시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 사무실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첫 발언자였으나 박 의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회의 후 취재진이 '박 의원의 성폭력 사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묻자, "어제 (박지현) 상임선대위원장께서 충분히 말씀드렸고 저는 거기에 공감한다"고만 했다. 이어 "여기까지만 하겠다"며 급히 자리를 떴다.
박 의원 제명과 최강욱 의원의 '짤짤이 발언'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취했던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의 메시지도 결이 달라졌다. 박 위원장은 전날 박 의원 제명 직후 페이스북에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한 데 이어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자와 국민께서 됐다고 할 때까지 계속 사과드리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하루 만에 이날 회의에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성상납 의혹을 거론하며 "민주당은 그나마 수술 중이지만 국민의힘은 지금도 숨기는 중"이라며 역공에만 집중했다.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민주당 인사들의 이 같은 행동은 지방선거와 맞물려 있다. 박 의원의 성폭력 사건을 언급할수록 대선 막판 민주당으로 결집한 2030세대 여성은 물론 지방선거의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중도·충청 민심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언급 자체를 회피하거나 국민의힘의 사례로 민주당에 대한 비판을 분산시키겠다는 의도가 반영돼 있다.
성폭력 대응은 3·9 대선 막판 이 전 후보에 대한 전략적 지지를 보였던 2030세대 여성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 중 하나다. 2017년 대선까지만 해도 민주당 전통적 지지층이었던 2030세대는 잇단 민주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의 권력형 성폭력 사건을 거치며 부동층으로 이탈했다. 이 전 후보는 대선 기간 이들의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 TV토론회에서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이 권력형 성범죄를 저지르고, ‘피해 호소인’이라는 이름으로 2차 가해에 참여한 분들이 있다"며 공개 사과하기도 했다. 이번 당내 성폭력에 대해 입을 닫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충청 역시 민주당이 목표한 지방선거 '과반 승리'를 위해선 반드시 사수해야 할 지역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수행비서 성폭행 사건으로 수감된 전력이 있는 만큼 권력형 성폭력은 충청 민심에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제명된 박 의원은 양승조 민주당 충남지사 후보 선거캠프의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했었다.
이번 사건으로 민주당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는 징후도 뚜렷하다. 한국갤럽이 10~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정당 지지도는 31%로 일주일 전에 비해 10%포인트나 급락했고, 충청에서는 49%에서 30%로 떨어져 낙폭이 더욱 컸다.
박 의원은 현재까지 성폭력 의혹에 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16일 의원총회를 통해 박 의원 제명을 추인할 예정이나, 박 의원의 대응에 따라 진실공방이 빚어지며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이 경우 지방선거 민심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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