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조준한 미사일 3발이나 쏜 북한... NSC 열지 않은 윤석열 정부

입력
2022.05.13 04:30
수정
2022.05.13 07:0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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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대통령 취임 사흘째에 첫 도발
대남 위협용 '초대형 방사포' 유력
"文정부 NSC 소극적" 비판하더니
국가안보실, 상황 점검회의만 열어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위한 첫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위한 첫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북한이 윤석열 정부 출범 사흘 째인 12일 남측을 겨냥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3발이나 쐈다. 마침 이날 첫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환자가 나와 방역 부문에 국가 역량을 총동원한 와중에도 남측 새 정부의 대비태세를 떠보려 무력시위를 감행한 것이다. 미사일의 정체도 대남 맞춤용인 ‘초대형 방사포(다연장로켓)’가 유력하다.

정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대 도발”로 규정하고 강력 규탄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소집하지 않았다. 대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안보상황 점검회의만 열었는데, 국민의힘이 야당 시절 북한 도발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가 NSC 개최에 소극적이라고 맹비난한 전례에 비춰 ‘내로남불’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南 맞춤용 KN-25, 2년 만에 재등장

합동참모본부는 “오후 6시 29분쯤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비행거리 360㎞, 고도 90㎞, 속도는 마하 5(시속 6,120㎞)로 탐지됐다. 군 당국은 이 미사일을 남측 위협용인 초대형 방사포(KN-25)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를 쏜 것은 2020년 3월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KN-25는 북한이 대남용으로 개발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3종 세트(KN-23~25)’의 하나다. 북한은 1월 17일 ‘북한판 에이태큼스’로 불리는 KN-24도 두 발 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참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미 정보당국은 정확한 미사일의 종류와 세부 제원을 정밀 분석하는 중이다.

북한은 또 모두 20초 정도 간격을 두고 미사일을 쏘아 올렸는데, 연속 3발 발사는 처음이다. '연사'가 정착되면 탐지ㆍ요격이 당연히 어려워진다. 저녁 취약시간대 시험발사를 진행하는 일도 흔하지 않다. 지난달 16일 오후 6시에 함흥 일대에서 신형 전술 유도무기 두 발을 쏜 적이 있으나, 그때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올 들어 북한의 16번째 무력시위이자 현 정부 들어 첫 도발이다. 윤석열 정부를 남북관계 시험대에 올려놓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미사일 정체를 봐도 남측 정권 교체기에 맞춘 노림수가 묻어난다. 북한은 3월 9일 윤 대통령 당선 후 다섯 차례 도발을 감행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군 당국이 전임 정부에서 언급을 꺼렸던 ‘도발’ 표현 부활을 선언한 날이기도 하다. 북한의 무력시위에 입장을 낼 때 쓰던 ‘심각한 위협’ 대신 ‘심각한 도발로 인식한다’는 문구를 사용하는 식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 군 당국의 최초 공지도 ‘미상 발사체’에서 ‘미상 탄도미사일’로 바꿨다.

'보여주기식 대처' 피하려 NSC 안 열었다?

새 정부는 즉각 안보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국가안보실은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국제 평화와 안전을 중대하게 위협하는 도발 행위임을 지적하고 강력히 규탄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 주재로 열린 회의에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신인호 2차장 및 안보전략ㆍ외교ㆍ통일ㆍ국방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다만 NSC가 아닌 안보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한 건 논란의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이 파괴력이 낮아 군 당국 지침상 공표 대상이 아닌 순항미사일 발사를 두고도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NSC 회의를 열지 않는다”는 비판을 일삼은 탓이다.

더구나 이날 북한이 쏜 미사일은 우리 국민을 직접 위협하는 대남용이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실무진 중심으로 면밀하게 대응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안보실은 “북한의 도발에 보여주기식 대처보다 안보상황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통해 실질적이고 엄정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술책에 끌려다니지 않고 자체 판단에 근거해 대응 창구와 수위를 정하겠다는 취지지만, 과거 행태와 모순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코로나19와 국방력 강화는 별개라는 인식을 견지하며 감염병에 대한 공포심을 안보문제로 돌리려는 것”이라며 “이런 분리 대응 전략이 유지되면 21일 한미정상회담 전후 7차 핵실험 카드도 아직 살아 있다”고 전망했다.

정승임 기자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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