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일 국무회의를 열고 역대 최대인 59조4,000억 원의 2차 추경예산안을 의결했다. 국채 발행도 없이 편성된 추경은 올해 초과 세수가 53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기획재정부 예측을 근거로 한 것이다. 정권이 바뀌자 떠오른 거액의 세수를 곧이곧대로 믿고 써도 되는지 불안하다. 정권 코드에 맞춰 기재부가 과하게 늘려 잡은 것이라면 잠시 국민을 속이고 빚만 남기는 꼴이다. 예측이 맞다면 다행이나 기재부의 추계 능력에는 심각한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추경은 3분의 2인 24조5,000억 원이 370만 명 소상공인 손실 보상에 쓰인다. 방역에 6조1,000억 원, 소상공인 금융지원에 1조7,000억 원, 민생·물가 안정에 3조1,000억 원 등이 할애됐다. 정부는 그 재원으로 세계잉여금 등 가용 재정 8조1,000억 원, 지출 구조조정 7조 원, 나머지는 초과 세수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기재부가 초과 세수를 지나치게 부풀린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지난해 법인세는 본예산보다 17조 원이 더 많은 70조 원이 걷혔는데 기재부는 올해 73조7,000억 원의 본예산보다 29조 원이 더 걷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도소득세와 근로소득세에서도 약 10조 원씩 20조 원이 더 걷힐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보다 대외 여건이 불안하고 부동산 경기는 주춤하는데 과도한 낙관이 아닌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월 16조 원의 1차 추경 때만 해도 증액에 난색을 표했던 기재부의 표변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국회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맹성규 의원은 “1차 추경 때 (기재부가) 세수 추계에 대해 일절 얘기가 없었다”며 “3개월이 안 돼 어디에서 53조 원이 나타났나”라고 말했다.
추경의 필요성은 공감하나 먼저 쓰고 보자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여당이 국채 발행을 피하려다 다른 우를 범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오락가락한 기재부도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선거 앞 추경이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기 쉬운데 정부마저 한통속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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