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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의 변신?… 北 미사일 도발 최초 공지에 '발사체' 표현 뺀다

입력
2022.05.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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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보는 '미상 탄도미사일'로 쓰기로
文 정부 금기어였던 '도발'도 부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11일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에서 전군 주요직위자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11일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에서 전군 주요직위자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 군 당국의 최초 공지가 ‘미상 발사체’에서 ‘미상 탄도미사일’로 바뀐다. 문재인 정부가 가급적 피했던 ‘도발’ 용어도 부활한다. 윤석열 정부 초대 국방수장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 지시에 따른 것이다. 전임 정부에선 북한의 무력시위에 대해 도발 대신 ‘위협’이란 표현을 주로 썼다.

12일 군 당국에 따르면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최근 북한의 군사행동과 관련한 언론 발표 지침을 이같이 수정했다. 실제 북한이 이날 오후 6시 30분쯤 미사일을 쏘아올리자 합참은 "북한이 동해상으로 미상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공지했다.

朴정부 때도 썼지만... '北 눈치보기' 비판 의식

발사체는 사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사용한 단어다. 군 당국이 2013년 도입한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와 이지스함 레이더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하면 5분 내외로 언론에 최초 공지하는데 초기 궤적만 보고 발사체 종류를 정확히 판정할 수 없어 중립적 표현을 고른 것이다.

합참은 최초 공지 후 통상 1시간 안에 크게 탄도미사일이냐, 위성이냐, 또는 초대형 방사포냐를 판단해 추가 정보를 알린다. 이후 탄도미사일로 확인될 경우 세부 제원과 함께 다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정체를 공개해 왔다. 첫 공지만 발사체일 뿐 최종 결론은 탄도미사일이었던 셈이다. 일정 고도를 비행해 파괴력이 낮은 순항미사일 발사 사실은 공표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군 당국의 ‘변신’은 발사체 최초 공지가 남북대화를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의 행보와 맞물려 불거진 정치적 논란을 의식한 것이다. 군 당국마저 북한 눈치를 본다는 일각의 비판을 불식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우리보다 미사일을 늦게 탐지하는 일본의 최초 공지가 탄도미사일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

1보부터 '단정적 표현'… 軍 리스크 키울 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현장을 현지 지도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현장을 현지 지도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실제 레이더에 포착되는 미사일은 90% 이상이 탄도미사일이다. 다만 이런 지침 변화는 군 당국의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 첫 공지를 탄도미사일이라고 했다가 이후 위성이나 방사포로 확인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보도 패턴을 봐도 그렇다. ‘신속성’에만 초점을 맞춘 일본은 군 당국의 최초 공지를 여러 번 정정하는 사례가 잦다. 이를 감안해 우리 군의 최초 공지가 늦어질 수도 있다. 군 관계자는 “초대형 방사포(장사정포에 유도 기능 탑재)도 탄도미사일 궤적을 보이기 때문에 이미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로 분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또 북한의 무력시위에 입장을 낼 때 쓰던 ‘심각한 위협’ 대신 ‘심각한 도발로 인식한다’는 문구를 사용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최근까지 “도발은 우리 영공ㆍ영토ㆍ영해에서 국민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이라며 북한의 SLBM과 ICBM,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조차도 도발이 아닌 위협으로 봤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모든 군사행동을 도발로 볼 수 없는, 논리적 모순에 부닥쳐 매번 스텝이 꼬였던 이유다.

군 관계자는 “탄도미사일 발사가 당장 우리에게 직접 위해를 가하진 않지만 향후 치명적 위협으로 발전할 수 있어 억제 측면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표현을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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