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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 산재 유족에 '보험금 줄 테니 사고 책임 묻지 말라' 합의 요구"

입력
2022.05.12 17:30
수정
2022.05.12 18:31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폭로
"유족, 거부하고 상경해 본사 앞 농성 중"
"명백히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동국제강 본사 앞에서 동국제강 포항공장 비정규직노동자 산재사망사고 유족 및 노동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동국제강 산재사망사고 공개사과와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동국제강 본사 앞에서 동국제강 포항공장 비정규직노동자 산재사망사고 유족 및 노동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동국제강 산재사망사고 공개사과와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동국제강이 크레인 보수 계약을 맺은 하청업체 노동자의 산재 보험금을 지급하는 대가로 '사고 책임을 회사에 묻지 않는다'는 합의서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1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서 "지난 3월 21일 포항 동국제강 공장에서 크레인 보수 담당 하청노동자 고(故) 이동우(30대)씨가 보수 작업 중 안전줄에 몸이 감겨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알렸다.

이 의원은 "동국제강은 유족에게 보험금 지급 대가로 '사고 책임을 회사에 묻지 않는다'는 합의서를 요구했다"며 "(유족이 이를) 거부하고 본사 앞 분향소와 농성장에서 고생 중이시다"고 했다. 이에 이날 당 을지로위원회 상임운영위원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 진성준 을지로위원장 및 의원들과 찾아 뵙고 대책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번 사고가 "명백히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고 당시 현장에 동국제강 측 안전관리자나 안전담당자가 없었고 기본적인 안전조치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는 도급·용역·위탁업체의 노동자에 대해 원청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사업장이다.

이 의원은 유가족 요구사항은 ①동국제강 장세욱 대표이사의 공개 사과, ②고인 사망의 구조적 원인 분석 및 재발 방지 대책 수립, ③책임자 처벌, ④정당한 배상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이번 사고 사망 건도 제대로 수사가 되고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30일 경북 포항 동국제강 포항 1공장 앞에서 열린 동국제강 규탄 및 책임 촉구 기자회견 중 유가족이 절규하고 있다. 포항=뉴스1

지난 3월 30일 경북 포항 동국제강 포항 1공장 앞에서 열린 동국제강 규탄 및 책임 촉구 기자회견 중 유가족이 절규하고 있다. 포항=뉴스1

고 이동우씨는 동국제강 포항공장과 크레인 보수 계약을 한 크레인정비업체 소속 노동자다. 3월 21일 오전 9시쯤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천장크레인 보수 작업 중 추락 방지용 안전벨트에 몸이 감기는 사고를 당했다. 동국제강의 책임 회피로 유가족은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상경해 지난달 19일 서울 본사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농성 중이다. 배우자는 현재 임신 5개월 차다.

동국제강에서는 지난 8년 동안 5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지난해 2월 50대 노동자가 철강 코일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나자, 당시 사측은 대대적인 안전 분야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

이 의원은 이날 "동국제강은 중대재해 다발 사업장이고, 특히 포항공장은 지난해 고용노동부 중대재해 정기감독에서 23건 위반 사실이 적발돼 2,800여만 원의 과태료를 냈다"고 강조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한국일보에 "합의를 요구하거나 종용하지 않았다"며 "초창기 협의 과정에서 법률대리인 간 주고 받은, 일반적 형식에 따라 쓰여진 문서의 일부 문구 때문에 오해가 커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회사는 초지일관 유족들에게 진정성을 갖고 원만하게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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