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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선거엔 '무관심' 인천이 달라졌다...이재명 등판에 표심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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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쌀 값 벌면 보리쌀 먹으면 되고, 쌀 값 벌면 쌀 먹으면 된다. 누가 되든 상관없다."
6·1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직을 놓고 4년 만에 재격돌한 국민의힘 유정복(64)·더불어민주당 박남춘(63) 후보의 선거사무실을 마주하고 있는 인천 미추홀구 석바위시장. 이곳에서 11일 만난 70대 상인은 "선거 때만 되면 후보들이 이 약속, 저 약속했지만 지켜진 게 없다"고 시큰둥하게 말했다. 이 시장에서 30년간 신발 가게를 운영했다는 김천태(69)씨는 "변화가 절실하다"면서도 "기대는 안 한다. 지가 더 잘났다고 쌈박질만이라도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사표를 던진 인천시장 후보들은 경쟁자뿐만 아니라 유권자의 '무관심'과 싸우고 있다. 인천은 최근 10년간(2012~2021년) 7개 특별·광역시 중 유일하게 인구가 늘어난 곳이다. 다른 지역에서 유입된 인구 비중이 높고 토박이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아 지역색이 옅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로 인해 전국 단위 선거에서 투표율이 줄곧 하위권을 맴돌았다.
올해 대선에서 인천의 투표율은 74.8%로 17개 시·도 중 15위에 그쳤다. 인천보다 투표율이 낮은 광역자치단체는 제주(72.6%)와 충남(73.7%)에 불과하다. 지방선거만 놓고 보면 인천은 2006년 44.4%로 투표율 꼴찌를 기록했다가 2010년 50.9%(13위)로 반등하는가 싶었지만 2014년 53.7%, 2018년 55.3%에 머물러 각각 15위와 최하위로 다시 추락했다. 인천이 '전국에서 가장 투표 안 하는' 지자체로 불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투표율이 낮은 만큼 선거의 성패는 부동층 공략보다 고정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달렸다. 최근 대선 결과를 놓고 유 후보는 만족한 지지자들을, 박 후보는 실망한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단순한 전략이 중요하다. 이른바 '집토끼'만 확실하게 잡으면 이길 수 있는 셈이다. 지방선거가 대선의 연장전으로 치러지는 정치 상황을 두 캠프 모두 십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선에서 초라한 성적표(득표율 2.77%)를 받은 정의당의 경우 이정미 후보를 내세워 명예회복에 나선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박 후보는 득표율 57.66%로 유 후보(35.44%)를 20%포인트가 훌쩍 넘는 큰 격차로 따돌렸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 대선에서 인천지역 득표율은 이재명(48.91%), 윤석열(47.05%)로 나타나 민주당이 1.86%포인트 앞서는 데 그쳤다. 최근 실시된 인천 유권자 대상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유 후보가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시큰둥하던 인천 유권자의 표심을 뒤흔들 초대형 변수가 등장했다. 송영길 전 민주당 의원의 서울시장 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이재명 후보가 대선에서 석패한 지 두 달 만에 다시 도전장을 던졌다. 이 후보는 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수도권 표심을 견인하는 중책도 맡았다. 대선주자 이 후보가 인천지역 선거에 뛰어들면서 인천시장의 향배에 관심이 증폭되는 것은 물론, 인천의 정치적 중요성이 덩달아 급부상했다. 이 후보의 당선 여부에 따라 '인천발' 후폭풍이 윤석열 정부 초기 정치 지형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뉴스더원이 여론조사업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인천 거주자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1.3%는 이재명 후보의 출마가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그의 등장이 어느 후보에게 순풍으로 작용할지를 놓고 인천 유권자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에 대해 박남춘 후보 캠프 관계자는 "박빙 열세인 상황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유정복 후보 측은 "영향이 없지 않겠지만 미미할 것으로 본다"며 적극 견제에 나섰다.
박남춘·유정복 후보 모두 재선 인천시장을 노리고 있다. 인천 출신에 제물포고와 행정고시 1년 선후배라는 공통점을 갖췄다. 하지만 정치행보는 전혀 달랐다. 유 후보는 2005년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비서실장, 2012년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 직능총괄본부장 등을 지낸 '친박(친박근혜계)' 정치인이다. 민선 김포시장과 김포에서 3선 의원을 거쳤다. 이외에 농림수산식품부·안전행정부 장관, 민선 6기(2014~2018년) 인천시장을 역임했다.
이와 달리 박 후보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해양수산부 장관이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이후 자신을 '뼈노(뼛속부터 노무현)'라고 소개할 만큼 친노 핵심으로 분류된다. 민선 7기(2018~2022년) 인천시장에 앞서 해양수산부 총무과장, 국립해양조사원장,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인사수석비서관, 인천 남동갑 재선 의원 등을 지냈다.
유정복 후보는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1호 공약을 내세웠다. 해수부가 소유한 인천항 내항 일대 182㎡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 아쿠아리움, 워터파크, 쇼핑몰, 면세점, 고급 펜션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 밖에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노동자를 위한 공제조합 설립, 출산지원금 1,000만 원 지급, 5대 하천 복원을 공약했다.
박남춘 후보는 가입자 231만 명의 지역화폐 '인천이(e)음카드' 플랫폼을 활용해 공공은행을 설립하는 등 지역경제 선순환 규모를 100조 원까지 키우는 '이음경제 100조 원' 도시를 대표 공약으로 제시했다. 인천지하철 3호선 개통과 16개 트리플 역세권 조성, 아이 돌봄 서비스 무상 지원도 약속했다.
정의당 이정미 후보는 한국지엠(GM) 전기차 산업단지 조성과 돌봄 기금·본부 운영,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조기 착공, 영흥화력발전소 조기 폐쇄, 감염병 전문병원 유치를 제시했다.
지역 최대 현안인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 문제에 대해 유 후보는 매립지 4자 협의체(환경부·서울·인천·경기)를 통한 대체 매립지 확보를, 박 후보와 이 후보는 옹진군 영흥도 매립지 조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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