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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팬데믹 상황에도 자신의 뿌리를 찾으려는 해외 입양인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많은 입양인은 긴 여정의 첫발을 떼기도 전 모국에 자신의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에 좌절한다.
1974년 스웨덴으로 입양된 엠마 케이트씨는 45년 만에 친부모를 찾기 위해 한국을 찾았지만, 입양서류에 기재된 내용이 모두 허위였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발길을 돌렸다. 해외 입양이 폭증했던 1970년대 한국 입양기관들은 친부모가 뒤늦게 아이를 찾을 경우 생기는 ‘번거로움’이 없도록 입양기록을 허위로 작성했다고 한다.
로라 루스씨도 지난해 11월 한국에 왔다 빈손으로 돌아갔다. 루스씨는 입양서류에 적힌 한국 이름 ‘신민경’으로 친부모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실낱 같은 희망을 품었지만, 그 이름은 입양기관이 임의로 호적을 만들어 붙인 것이었다. 그 시절 많은 입양아가 이렇게 해외로 보내졌다.
이 때문에 2015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보건복지부에 부모 찾기를 신청한 해외 입양인 10명 중 4명은 입양서류 등에 어떠한 기록도 남아있지 않았다.
부모 찾기에 필요한 정보가 담긴 입양기록이 있어도 친부모 동의 없이는 입양인이 받아볼 수 없는 현실은 입양인의 무릎을 더 꺾이게 한다.
줄리 비엘씨는 최근 입양기관으로부터 입양서류를 받았지만, 그토록 알고 싶었던 부모님 이름은 정작 수정테이프로 지워져 있었다. 개인정보여서 당사자 동의 없이는 공개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입양정보공개 청구를 할 수도 있지만 현행법상 수십 년 전 입양서류에 적어둔 주소로 우편물을 보내 친부모 동의 여부를 묻도록 제한된 탓에 응답률이 낮다. 친부모의 프라이버시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지만, 이는 아동이 친부모가 누구인지 알 권리를 보장하도록 한 유엔아동권리협약에도 어긋난다.
입양인이 맞닥뜨리는 장벽은 입양을 민간 책임으로만 두고 있는 현실이 만든 측면이 크다. 피터 뭴러씨는 자신이 논산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만 12년이 걸렸다. 입양기관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서다. 변호사인 뭴러씨는 최근 9,000여 명으로 추산되는 덴마크 한인 입양인을 대상으로 한국 입양기관이 부정확한 입양기록을 제공하는 증거를 수집하는 일을 시작했다. 한국 정부가 입양기록이 폐기되거나 숨겨지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도록 촉구하기 위해서다.
덴마크에서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친부모 정보를 정부가 관리한다. 뭴러씨의 세 자녀도 태아 때부터 사회보장번호가 부여돼 부모 이름이 함께 기록됐다고 한다. 세계 대부분 국가가 채택하는 출생통보제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거꾸로 가고 있다. 일례로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보호출산제’ 법안은 원치 않는 출산을 할 경우 친부모 신상을 기록하지 않고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보호’라는 이름을 붙였을 뿐 저출산ㆍ인구관리 정책에 불과하다, 아동의 권리는 없고 부모의 권리만 있다고 입양인들은 반발한다. 허위 서류를 만들어 입양 보냈던 과거 방식과 다를 바 없다.
1954년 이후 수십 년간 ‘아동 수출국’이라는 비난을 받은 우리나라는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봉쇄됐던 2020년에도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266명의 아이를 해외로 입양 보냈다. 해외 입양인의 아픔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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