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가 된 '처럼회'

입력
2022.05.11 18: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은 ‘처럼회’에서 출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모임인 처럼회가 2020년 당초 발의했던 법안은 공소청법 제정안과 검찰청법 폐지안이었다. 수사와 기소권을 가진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기소권만 가진 공소청을 만들자는 다소 과격한 법안에 대해 당시 민주당 지도부도 난감했던지 ‘당론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정권 교체기 검수완박 소동은 검찰 수사권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 최강욱ㆍ김용민ㆍ김남국ㆍ황운하 의원 등이 결성한 처럼회는 애초 공부 모임 성격이 강했다. ‘행동하는 의원 모임 처럼회’를 줄인 모임에 민형배ㆍ이수진 의원 등이 합류하며 10여 명으로 세를 불린 뒤에는 검찰개혁의 목표를 분명히 했다. 법검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자 처럼회 명의로 ‘윤석열 출마금지법’을 발의하고 ‘윤석열 탄핵’까지 주장했다. 검수완박 국면에 여야가 합의했던 중대범죄수사청 설립도 처럼회 소속 황운하 의원이 발의했다. 멤버 모두가 검찰개혁에는 진심이었던 셈이다.

□ 공교롭게도 국회 법사위에서 뭉친 처럼회가 제대로 사고를 쳤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김남국 의원은 후보자 딸과 함께 논문을 쓴 이아무개 교수를 친인척 이모로 착각하고, 최강욱 의원은 ‘한**’으로 익명 처리된 기부자(한국쓰리엠)를 한 후보자 딸이라고 밀어붙였다가 비웃음을 샀다. 맥락 없이 화를 낸 판사 출신 이수진 의원은 ‘낮술 했나’라는 의심까지 받았다. 검수완박 처리를 위해 법사위에 ‘위장전입’한 민형배 의원을 포함해 모두 처럼회 멤버들이다.

□ 민주당 내에서도 처럼회 멤버들의 법사위 에피소드가 낯뜨겁다는 반응이다. 처럼회에 유독 비례대표 의원이 많다는 점을 꼬집어 ‘공천심사에서 국민의힘처럼 자격시험을 치러야 할 판’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목소리만 강경했지 국회의원의 기본적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일 것이다. 오죽했으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처참한 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탄식했을까.

김정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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