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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고양이 안고 마당 산책… 퇴임 이튿날 노무현과 사뭇 달랐다

입력
2022.05.11 17:53
수정
2022.05.11 18:0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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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2일차 사저 밖 지지자와 활발한 소통
문, 집안에서 손님 맞거나 고양이와 산책

문재인 전 대통령이 귀향 이튿날인 11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사저 앞에서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귀향 이튿날인 11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사저 앞에서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 저기 누가 나왔다!" "핑크색이다! 혹시 대통령님인가? 여사님인가?"

11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을 찾은 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사저 안에서 사람 움직임이 포착될 때마다 술렁였다. 지지자들은 혹시 문 전 대통령이나 김정숙 여사가 밖으로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며 사저 주변에서 대기했지만, 문 전 대통령은 하루 종일 사저 안에 머물렀다. 평산마을을 찾은 윤모(38)씨는 "얼굴 한 번 볼 수 있을까 해서 왔는데 아무래도 어렵겠다"며 서울로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문 전 대통령의 귀향 2일차 동선은 정치적 동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봉하마을에서 보여 준 활발한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그는 노 전 대통령과 달리 사저 밖으로 나와 직접 지지자들을 만나지 않고, 사저를 찾은 전직 청와대 참모들을 만나거나 고양이를 안고 마당을 산택하며 시간을 보냈다.

사저 나와 인사한 盧, 집 안에서 휴식 취한 文

사저 관계자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집 안에서 서재 정리를 하며 휴식을 취했다고 한다. 다만 이날 오전 언론사 카메라에 핑크색 셔츠를 입고 정원에서 직원들과 대화하는 문 전 대통령의 모습이 포착됐는데, 오후에 평산마을을 찾은 지지자들은 멀리서라도 문 전 대통령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기대하며 사저 안에 분홍색 옷을 입은 사람이 지나다니는지를 유심히 살피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이 11일 사저 내부에서 반려묘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문 전 대통령이 11일 사저 내부에서 반려묘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자연인으로서 문 전 대통령이 맞는 둘째 날은 봉하마을 귀향 다음날 곧바로 지지자들과 만난 노 전 대통령의 행보와 사뭇 달랐다. 노 전 대통령은 귀향 다음날이었던 2008년 2월 26일 슬리퍼를 신고 사저 밖으로 나와 관광객들과 인사를 나눴고, 사저 담장 너머로 지지자가 건네는 책을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은 이후에도 봉하마을을 찾은 관광객과 탁주를 마시거나 대화하는 것을 즐겼고, 관광객들이 "나와주세요"라고 외치면 집 밖으로 나와 인사하는 것을 즐겼다.

이날 사저를 찾은 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노 전 대통령과 같은 잦은 대면 소통은 평산마을에서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모(35)씨는 "잊혀지고 싶다고 하셨으니, 노 전 대통령만큼 사저 밖으로 자주 나오시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평산마을 사저 구조 역시 봉하마을에 비해서는 소통에 적합하지 않다. 상대적으로 담장이 높고, 대문 앞에 출입 통제선이 있던 봉하마을과 달리 평산마을에선 사저 앞 70m 부근부터 진입이 통제된다.

다만 사저를 찾는 지지자들의 열기만은 노 전 대통령 퇴임 당시와 다르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봉하마을을 찾는 사람이 급증한 것처럼, 이날 평산마을에서도 차량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지지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봉화마을과 달리 평산마을은 보수단체 집회로 몸살

보수단체 벨라도가 11일 오후 평산마을 사저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박지영 기자

보수단체 벨라도가 11일 오후 평산마을 사저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박지영 기자

예고됐던 보수단체의 집회도 시작됐다. 오후 3시 30분부터는 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마이크를 이용해 "문재인 간첩, 빨갱이"라고 소리쳤다. 이들은 지역주민들에게도 "소음 민원을 넣지 말라"며 "오늘부터 5일 간 집회 신고를 했는데 민원을 넣는다면 5개월이라도 계속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저를 찾은 일부 지지자들과 보수단체 회원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지지자들이 "뭐 하는 짓이냐"라고 소리치자 보수단체 측은 "집회신고는 우리가 했으니 문재인 지지자들은 나가라"고 맞받아쳤다.

양산=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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