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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감싸려 '쓴소리' 묵살한 남초 커뮤니티..."공정 어디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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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만나는 것)도 재능인데 뭐가 논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A양을 둘러싸고 '부모 찬스', '논문 논란' 등의 의혹들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디시인사이드·에펨코리아 등 남초 커뮤니티 이용자 중 일부는 오히려 한 후보자를 옹호하고 나섰다. 해당 사이트가 보수 성향의 2030 남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라는 점에서, 연달아 제기되는 의혹에도 불구하고 지지자들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한 후보자의 의혹을 비판하는 일부 이용자들의 '쓴소리'에는 욕설과 비추천으로 응징하며 반론 여론을 억누르는 데 화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한 후보자 딸 A양의 부모 찬스 의혹은 4일 '한겨레' 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A양이 대학 입시에 사용할 목적으로 인맥을 활용해 노트북 50대를 후원받아 기업 이름으로 복지관에 기부했다는 내용이다. 노트북을 후원해 준 기업은 A양의 엄마 친구가 임원으로 있는 기업이고, A양은 현재 고2 나이로 인천 송도에 있는 국내 유명 국제학교에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초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A양이 아직 대학 입시를 시작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스펙으로 기입한 적 없다는데 왜 저러냐", "사용하지 않았으니 처벌할 수 없다"며 두둔했다. 이들은 또 "기부했으면 칭찬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 "파도 파도 미담만 나온다"며 옹호하기도 했다.
이처럼 상당수 이용자들은 A양 부모 찬스 의혹에 큰 문제 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2019년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부모찬스 의혹에 대해서는 비판 여론을 앞장서서 이끌었다는 점에서, 누리꾼들은 "이들의 공정의 잣대가 다른 것 아니냐"며 꼬집고 있다.
반면 남초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2019년 조 전 장관을 둘러싼 부모찬스 의혹이 하나둘 제기되자 "반칙 쓰는 사람들은 벌 줘야 한다", "파도 파도 끝이 없네", "탄핵까지 갔으면 좋겠다", "딸을 위해서 사퇴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정계 은퇴해야 한다"며 비난했다.
한편 노트북을 기부한 회사 측은 "객관적 기준에 따라 심사해서 한 곳을 결정했다"며 "임의로 결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고, 한 후보자 측은 '출판물에 의한 허위사실 명예훼손 혐의'로 한겨레 기자 3명과 보도 책임자들을 서초경찰서에 고소했다.
A양을 둘러싼 의혹은 스펙쌓기용 부모찬스뿐만이 아니다. 9일 한국일보 보도(한동훈 딸의 초고교급 논문... 사촌까지 뭉친 '스펙 공동체' 작품?)에 따르면 A양 논문과 관련된 의혹도 추가로 밝혀졌다. ①박사과정 학생이 쓰는 '리뷰 페이퍼'를 고교생인 A양이 작성한 점, ②돈만 내면 게재할 수 있는 '약탈적 학술지'나 수준 낮은 콘퍼런스 학회에 다수의 글을 낸 점 등의 의혹들이 추가로 드러난 것이다. 이밖에도 ③A양 논문과 관련해 표절·대필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한 후보자 측은 "언론이 '논문'이라고 허위 과장해 언급한 글들은 에세이, 보고서, 리뷰페이퍼 등을 모아 올린 것"이며 "해당 오픈액세스(Open Access) 저널은 간단한 투고 절차만 거치면 바로 게재가 완료된 사이트로 한 후보자의 딸이 재학 중 작성해 온 글을 전자 문서화하기 위해 업로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 2.0)'를 비롯한 7개 연구단체는 한 후보자의 해명을 규탄하며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8일 발표했다. 이들은 "돈을 내서 학술지에 기고하는 행위는 학문 생태계를 교란하는 것"이며 "전문적인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하는 오픈액세스 저널 사이트를 두고 투고만 하면 게재되는 사이트라고 호도하는 것은 오픈액세스에 대한 무지와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스펙쌓기용 부모찬스 의혹에 이어 논문과 관련된 의혹들이 나오는데도 남초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한 후보자를 더욱 감싸고 있다. 이들은 "외국 학교는 원래 리포트 써 오는 게 숙제인데 이게 대체 왜 논란인가 싶다", "논문이 아니라 에세이다", "그래서 뭐. 불법이라는 건가?"라며 A양을 감쌌다.
심지어 이들은 "에세이도 표절하면 안 된다", "한동훈도 조국 가족처럼 털어야 공정하다고 믿어주지"라며 반론을 제기하는 일부 이용자들을 '적'으로 몰아세우며 응집하고 있다.
이들이 A양 논문 관련 의혹이 드러나자 "논문 건은 쉴드치기 어렵다"며 반론을 제기하는 일부 누리꾼을 적으로 몰아세우는 방법에는 욕설과 비추천폭탄(게시글에 몰려가 '비추천'을 누르는 행위)이 있다. 한 후보자를 비판하는 댓글에 대댓글(댓글에 다는 답글)로 욕설을 달거나, 관련 게시글에 비추천을 누르며 비판 여론을 억누르는 방식이다.
그 결과 일부 이용자들의 반론과 관련한 토론보다는, 반론을 제기한 사람을 무작정 상대 진영 지지자로 규정하고 적대시하는 상황이 됐다. 이들은 "(논문 건에 대해서는) 윤리적 비판은 피할 수 없을 듯", "여기에 (한 후보자를 비판하는)글 올리면 욕 먹을 수 있다는 거 아는데, 솔직히 쉴드치기 어려워 보인다", "아직 안 쓴 거지 스펙 만든 건 뻔한데 이걸 눈 가리고 아웅하네"라며 의견을 제시했지만 묵살되고 있는 것이다.
한 후보자와 그에게 맹목적 지지를 보내고 있는 남초 커뮤니티를 향해 다른 누리꾼들은 비판하고 있다. 특히 여성시대·밀리토리네·더쿠 등 여초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당신들이 말한 공정이 이런 것이냐"며 "박탈감무새(앵무새처럼 박탈감에 대해 반복적으로 말하는 사람)들 어디 갔냐"고 분노했다. 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진행된 9일에는 달글(달리는 글의 줄임말로 특정 이슈에 대해 실시간으로 댓글을 남기며 소통하는 것)에서 "이 많은 의혹을 보고도 한동훈을 지지하는 것이냐", "논문과 책을 몇 편씩이나 쓰는 천재 고등학생이 있었으면 세계적으로 유명했어야지 이렇게 조용할 수 없다"와 같은 반응을 남겼다.
한 후보자 관련 게시글에는 '굥정'이라는 단어도 눈에 띄었다. 굥정은 윤석열 대통령의 성씨를 뒤집은 '굥'과 공정의 '정'을 합성한 단어로 '거짓된 공정'이라는 뜻이다. 윤 대통령이 앞세운 '공정과 상식'이라는 슬로건에 어긋나는 상황에 대해 비꼬는 의미로 쓰인다. 상당수 이용자들은 "조국 사태와 달리 너무 조용하다", "온도 차이가 너무 심한 것 아니냐"며 적극적인 수사와 언론 보도를 요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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