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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공포'에 증시·원화·코인 동시 비명...코스피 2500선도 위험

입력
2022.05.10 18: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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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경기 침체 공포 심리에
코스피 급락세 연출하다 낙폭 만회
美 7대 빅테크 3일간 1조 달러 증발
"공포가 공포 자극"... 바닥론 섣불러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모니터를 올려보고 있다. UPI 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모니터를 올려보고 있다. UPI 연합뉴스

미국의 고강도 긴축으로 경기 침체가 현실화할 것이란 공포가 확산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코로나 시국에 세계 증시 상승세를 이끌던 나스닥이 고점 대비 30% 가까이 폭락한 데 이어, 코스피도 1년 반 사이 최저치로 밀려나는 등 글로벌 자산시장의 위험회피 현상이 극에 달하고 있다. 아직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다는 시그널이 없어, 증시 바닥을 확인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스피 17개월 만에 2600선 붕괴

10일 코스피는 0.55% 내린 2,596.56에 마감해 6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개장과 동시에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2,600선이 붕괴된 이후 낙폭을 일부 만회했지만, 2020년 11월 30일(2,591.34) 이후 17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코스닥은 0.55% 떨어진 856.14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과 동시에 국내 주식시장은 급락세를 연출했다. 코스피가 장 초반 2.2%까지 떨어졌고, 코스닥은 장중 3.4%나 급락했다. 시가총액 상위주들이 줄줄이 약세를 면치 못한 가운데, 카카오가 2.62%까지 하락하면서 장중 52주 신저가(8만1,900원)를 새로 쓰기도 했다. 카카오페이는 장중 한때 4.4% 급락하며 공모가(9만 원)를 밑돌았다.

간밤 뉴욕 증시가 급락 마감한 영향을 고스란히 받은 결과였다. 테슬라와 아마존이 각각 9% , 5%대 폭락하는 등 코로나 시국에서 미국 증시를 주도하던 대형 기술주들이 일제히 곤두박질친 결과, 9일(현지시간) 나스닥은 4.29%나 내렸다. 2020년 11월 이후 약 1년 반 만에 최저치(1만1,623.25)로 주저앉은 나스닥은 이로써 지난해 11월 고점 대비 27% 넘게 폭락했다.

CNBC는 최근 3거래일간 미국의 7대 빅테크 기업(△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아마존 △알파벳 △엔비디아 △메타) 시가총액은 1조 달러(약 1,277조 원) 이상 증발했다고 전했다. 추락을 거듭하던 비트코인도 이날 3만 달러가 붕괴되면서 전 고점 대비 50% 넘게 폭락했다.

다만 장중 중국 증시와 미국 나스닥 선물지수가 1% 안팎 상승세를 보이면서 국내 주식시장도 낙폭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장 초반 '패닉셀링'을 주도하던 개인 투자자들이 순매수로 전환해 2,900억 원어치를 사들이며 지수 방어에 나선 영향도 컸다. 원·달러 환율은 2.4원 오른 1,276.4원에 마감하며 종가 기준 3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경신했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그래픽=신동준 기자


"1년 내 경기침체 확률 28%" 쪼그라든 투심

뉴욕 등 글로벌 증시 급락은 조만간 세계 경기가 불황의 늪에 빠질 것이란 공포가 확산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물가가 향후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높아지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더 공격적인 긴축의 칼을 빼들 것이란 우려가 경기 불안에 대한 공포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전문가 설문 결과, 향후 1년 내 경기 침체(Recession) 발생 확률이 지난 1월(18%)에 비해 크게 높아진 28%에 달한다고 밝혔다. WSJ는 "인플레이션이 기업의 이익을 잠식하고, 소비를 억제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이 같은 현상이 경기를 침체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코스피가 강한 심리적 지지선으로 작용하던 2,600선까지 내주자 국내 전문가들은 "증시를 둘러싼 불안이 당분간 해소되기 어렵다"며 2,500선 붕괴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오는 11일 발표를 앞둔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라 장기 하락장에 돌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CPI 결과에 따라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어 증시의 추가 조정도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의미있는 반등을 위해선 인플레이션 정점 시그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준의 긴축이 가속화될수록 경기 침체 우려는 커지고 있다"며 "공포가 공포를 자극하는 현 국면에서 반등이 나오더라도 추세적인 반등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조아름 기자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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