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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히 국민만"... 최연소 동장이 대통령께 한 말씀 올립니다

입력
2022.05.10 17:10
수정
2022.05.10 17:24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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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연소' 정경식 세종 소담동장 인터뷰
"무조건 잘 듣고 주민 입장에서 보면 해법"
"공무원이 행복해야 민원인도 행복" 철학

정경식 세종 소담동장이 민원 서식대의 각종 양식지와 팸플릿 등을 정리하고 있다. 동장이 나서지 않아도 될 일이지만, 직원들은 대민 서비스에 더 공을 들이라는 뜻이 담겼다.

정경식 세종 소담동장이 민원 서식대의 각종 양식지와 팸플릿 등을 정리하고 있다. 동장이 나서지 않아도 될 일이지만, 직원들은 대민 서비스에 더 공을 들이라는 뜻이 담겼다.

“주민 입장에서 일하면 안 되는 게 없어요. 인구 2만 소담동이나 5,100만 대한민국 운영에서나 똑같이 적용될 겁니다.”

정경식(31) 세종특별자치시 소담동장은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을 TV로 지켜보며 4개월 전 주민센터 소회의실에서 가진 자신의 소박한 취임 행사가 떠올랐다고 한다. 5급 공무원(동장) 직책의 시작을 인구 5,100만 명 큰 나라 국가원수의 새 출발에 곧바로 비하기는 어렵지만, 동장이나 대통령이나 첫날 마음먹은 그 '초심’만은 같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주민이 직접 뽑은 31세 동장님

정 동장은 국내 자치단체를 통틀어 가장 나이가 어린 동장이다. 원래 동장은 지자체장이 임명하는 자리지만, 소담동장은 보통 동장과 달리 주민이 선임에 관여하는 반(半) 선출직이다. 세종시는 관내 공무원을 대상으로 소담동장 공모를 했고, 정 동장은 여기서 프레젠테이션(PT)까지 거치며 4대 1 경쟁률을 뚫고 선택을 받았다.

그는 이날 취임한 윤 대통령에게 “동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고 복잡한 일을 하시겠지만, 철저하게 국민 입장에서 행정을 펼쳐 주시면 좋겠다”면서 “최일선 공무원들도 일할 맛 나도록 나라를 이끌어 주시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 동장은 소담동장에 부임하는 날 ‘일할 맛 나는 공무원, 행복한 주민’이라는 각오를 마음에 새겼다고 한다. 그의 각오가 특이한 지점은 정 동장 자신의 얘기가 없다는 것.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보단, 주민과 주민센터 동료들의 만족을 위하겠다는 의지만을 동 운영을 위한 첫 시책으로 삼은 점이다.

그가 자기보다 주민을 앞세운 이유는 2년 전 첫 동장 도전에서 쓴잔을 마셨던 경험에서 얻은 교훈 때문이다. “그땐 제가 제 의욕만 앞세웠더라고요. 뒤에 듣고 보니 제가 정작 주민의 이야기, 주민이 바라는 것에 소홀했던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교훈을 바탕으로 두 번째 도전에서는 주민들에 관한 이야기에만 집중했단다. 이 덕분에 투표권을 가진 30명 주민대표 중 15명의 표를 받아, 전국 최연소 동장이 됐다.

동민 얘기라면 무슨 일이든 들어야

'임명 동장'이 아닌 '선출 동장'이라는 특징 때문에 눈치를 덜 보면서 소신껏 일할 법도 하지만, 그는 주민에게 뽑힌 동장이라는 점 때문에 동민 이야기를 듣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인다고 했다. 정 동장은 “중앙부처와 상급 지자체가 위임한 각종 행정업무는 물론, 수시로 복병처럼 등장하는 자잘한 각종 민원에 대응하면서, 그 일을 처리하는 직원들도 챙겨야 한다”며 “우선 잘 듣고, 직원들과 고민하면 대부분 해결책이 나왔다”고 말했다.

정경식(오른쪽) 동장이 예고도 없이 불쑥 자신의 사무실로 찾아온 민원인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있다.

정경식(오른쪽) 동장이 예고도 없이 불쑥 자신의 사무실로 찾아온 민원인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있다.

실제 인터뷰 진행 도중 민원인 한 사람이 갑자기 동장실에 들이닥치는 일이 있었지만, 정 동장은 으레 있는 일이라는 듯 태연했다. "주민센터 외벽 유리에 아침 햇빛이 반사돼 눈이 너무 부시다"는 민원을 들고 온 아파트 주민이었다. 정 동장은 “다른 분들이 이런 걸 봤을 때는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오죽 답답했으면 이렇게 직접 오셨을까’ 주민 입장에서 생각하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격할 수도 있는 행동에 대응하기보다 한발 물러서 도움을 주고, 자신의 편으로 만들면 그보다 더 큰 성과가 없다는 것이다. 소담동은 청사 외벽의 빛 반사를 줄이기 위한 대책 강구에 착수했다.

동료 직원에게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그의 일이다. 그중 하나가 부임 초 아침 7시 반에 출근을 하다 요즘은 출근 시간을 1시간 늦춘 것이다. 동장보다 나이가 많은 직원들이 'MZ세대 동장'을 어려워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런 일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노력이다. 자신의 방에만 앉아 있지 않고 직원들 책상 사이로 수시로 오가며 듣는 것은 물론이다.

“공무원이 행복하지 않은데, 그 서비스를 받는 주민들이 행복하겠습니까?” 국민들 모두 힘든데 공무원만 잘 살자는 게 아니라, 만족스러운 일터에서 만족스러운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세종 소담동주민센터 직원들이 민원인이 없는 틈을 타 정경식(앞줄 왼쪽 두 번째) 동장과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 정 동장이 부임한 지 넉 달이 지났지만 코로나19 탓에 지금까지 이렇게 모이기도 쉽지 않았다. 정 동장은 "전체 회식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며 "곧 저녁 자리를 만들어 '인화단결'할 것"이라고 했다.

세종 소담동주민센터 직원들이 민원인이 없는 틈을 타 정경식(앞줄 왼쪽 두 번째) 동장과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 정 동장이 부임한 지 넉 달이 지났지만 코로나19 탓에 지금까지 이렇게 모이기도 쉽지 않았다. 정 동장은 "전체 회식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며 "곧 저녁 자리를 만들어 '인화단결'할 것"이라고 했다.


세종=글·사진 정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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