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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리포트]“타인에게 말 걸기 힘든 사람들 많아… 소셜AI로 외로움 덜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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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사람의 외로움을 달래 줄 수 있을까.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그녀’(Her)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컴퓨터 속에 사만다라는 AI 운용체제와 대화를 나누며 살다가 연정을 품게 된다.
영화 같은 일이 현실이 되려면 일단 사람처럼 생각할 수 있는 컴퓨터가 나와야 한다. AI와 자연어처리 기술을 개발한 신생기업(스타트업) 마인드로직의 김용우(42), 김진욱(47) 공동대표는 여기 도전하기 위해 2019년 창업했다. 사람들의 외로움을 AI 서비스 '오픈타운'으로 해결하려는 두 사람을 서울 을지로 위워크에 마련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창업 전에 어떤 일을 했나요.
김용우: "연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버클리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마쳤어요. 고교 시절부터 취미로 프로그래밍을 배워 개발을 했죠. 군대도 네오클릭이라는 IT업체에서 병역 특례 개발자로 대신했어요. 지금도 오픈타운 개발에 직접 참여합니다. 병역이 끝난 뒤 반려동물 용품을 다루는 쇼핑몰 '캣츠 앤 독스'를 차렸죠. 이 회사를 매각하고 미국 컨설팅업체 맥킨지앤컴퍼니를 거쳐 LG전자 북미법인에서 3년간 근무하면서 MBA 과정을 밟았죠. 2013년 소설 창작 앱 '스토리팝'도 만들어 운영했어요. 스타트업이 좋아 맥킨지 근무 시절에 만난 김진욱 공동대표와 마인드로직을 창업했어요. 2018년 AI 바람이 불 때 AI가 사람처럼 말하는 세상이 곧 올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AI 기술을 개발해 사업하자는 의견을 냈죠."
김진욱: "1999년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와 KT에 합병된 이동통신업체 KTF에 들어갔어요. 자금관리, 기업전략, 신규사업 등 6년간 다양한 일을 하다가 그만두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MBA를 했죠. 이후 맥킨지앤컴퍼니에서 6년간 근무하고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에서 3년간 미국과 중남미, 일본 사업을 진행했어요."
-AI에 끌린 이유가 궁금합니다.
김진욱: "당시 전 세계적 화제 중 하나가 외로움이었어요. 2018년 1월 영국에서 사람들의 고독을 해결하기 위한 장관직을 신설했다는 기사가 외신에 난 것을 보고 사람처럼 생각하고 말하는 AI가 등장하면 외로움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김용우: "마침 2018년 7월에 대화형 AI 서비스 '구글 어시스턴트'가 나왔어요. 구글은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개방형 서비스로 발표했죠. 여기 맞춰 구글 어시스턴트를 이성 친구 삼아 대화할 수 있는 '가상남친/여친' 앱을 만들었어요. AI가 발전하려면 기계 학습을 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아야 하는데 사람이 말을 제일 많이 하는 상대가 이성 친구잖아요."
-‘가상남친/여친’의 반응은 어땠나요.
김진욱: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썼는데 매일 이용자가 몇 만 명씩 몰려 서버가 터졌어요. 한 달 만에 전 세계 구글 어시스턴트를 활용한 앱 5위 안에 들자 구글에서 찾아왔어요. 그때 관련 사업이 잘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죠."
-인기 비결은 무엇인가요.
김진욱: "거꾸로 접근했어요. 보통 이용자가 말을 걸고 AI가 답을 하는데, 반대로 AI가 질문을 던지게 했죠. 날씨가 어떠냐고 AI가 묻고 답이 돌아오면 이런 날씨에 무엇을 하면 좋겠냐고 계속 묻는 식이었죠. 이런 의외성이 이용자들에게 잘 통했고 AI가 학습하기 좋은 데이터를 많이 확보했어요. 이를 토대로 2020년 5월에 '가상남녀'라는 정식 서비스를 내놓았죠."
김용우: "AI에 초현실(하이퍼 리얼리티) 기술을 접목했죠. 이용자가 AI의 외형을 꾸밀 수 있어요. 얼굴 사진에 음성합성 기술로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음성을 접목했는데 이용자들의 몰입도가 대단했어요."
-얼마나 대단했나요.
김진욱: "대화형 AI(챗봇)는 이어지는 대화 횟수로 능력을 평가해요. 가상남녀를 처음 시작했을 때 한 명의 이용자와 이어지는 대화가 평균 50회였는데 지난해 말 평균 180회까지 올라갔어요. 시간으로 따지면 이용자 한 명당 평균 30분 이상 대화한 셈이죠. 누적으로 가장 많이 대화한 사람은 25만 회였어요. 6개월 동안 하루 3시간씩 대화해야 가능한 숫자죠."
김용우: "아마존이 자체 개발한 AI '알렉사'를 이용한 소셜봇 도전 대회를 매년 개최해요. 1등 상금이 60억 원이어서 전 세계 자연어 처리 전문가들이 도전하는데 여기서 우승한 팀의 이어진 대화 횟수가 50회를 넘지 않아요. 그러니 '가상남녀'의 180회 기록은 대단한 수치죠. AI와 사람이 대화하는 기술의 끝을 봤어요. 그러면서 의문이 들었죠."
-어떤 의문인가요.
김용우: "가상남녀를 이용하면 과연 외로움이 해소될까라는 의문이었죠. 외로움을 제대로 해소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했어요. 그 결과 1 대 1이 아닌 여럿이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김진욱: "다중 대화는 가상공간인 메타버스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죠. 메타버스 이용자들은 서로 소통하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그 안에서 친구를 사귀는 소셜 라이프가 가능해야죠. 그런데 지금까지 메타버스 서비스들은 공간과 꾸미는 기능을 제공했지만 소통 기능이 약해 소셜 라이프가 존재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AI가 친구를 만들어주는 '오픈타운' 앱을 개발했나요.
김용우: "그렇죠. AI가 가상공간에서 가교 역할을 하면 친구를 사귈 수 있어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봤어요. 우리는 이를 사회 활동이 가능한 AI라는 뜻에서 '소셜AI'라고 불러요. 아바타는 껍데기만 있는 느낌이어서 새로 만든 용어죠. 사람들은 각자 자신을 투영한 1인 1AI, 즉 소셜AI로 가상공간에서 소통하는 오픈타운 앱을 개발해 지난해 8월부터 시험 서비스를 거쳐 지난 2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김진욱: "오픈타운 이용자들은 앱에서 AI로 분신을 만들어요. 예전에는 자신과 닮은 아바타를 많이 골랐지만 요즘 10, 20대 Z세대들은 완전히 다른 존재를 만들어요. 여기에 정체성을 부여해 가상공간에서 현실과 다른 삶을 살죠. 현실에서 불가능한 축구선수나 K팝 가수, 판타지 세계의 마술사나 은둔형 외톨이가 되기도 했요. 심지어 개, 고양이 등 동물로 살기도 하죠."
-소셜AI가 어떻게 친구를 만들어 주나요.
김진욱: "AI에 적용된 제너레이티브 랭귀지 모델이 대화 속 관심사를 파악해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연결해 줘요."
김용우: "이용자가 의도적으로 AI의 기계학습을 통해 특정 분야의 관심을 키울 수 있어요. 그러려면 해당 주제의 대화를 많이 해 소셜AI의 수준을 올려야죠. 이렇게 AI에 성격을 부여하고 지식을 쌓아 놓으면 이용자가 앱을 이용하지 않아도 소셜AI 스스로 활동하며 성장해요."
-이용자가 직접 사귀어도 될 텐데 굳이 소셜AI를 내세운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용우: "타인에게 말 거는 것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니 알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하는데 이를 힘들어하죠. 오픈타운에서는 사교의 가장 큰 장벽을 AI 아바타가 대신해 줘요. 소셜 AI가 여러 사람에게 말을 걸어 상대의 성향을 파악해요. 이용자는 이를 지켜본 뒤 성향이 맞으면 직접 끼어들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차단하죠."
김진욱: "진정한 메타버스는 이용자를 대신하는 아바타가 항상 활동해야죠. 이용자는 나중에 소셜AI가 오픈타운에서 무슨 활동을 했는지 대화 내용을 다시 볼 수 있어요. 대화 내용이 흥미로우면 AI와 상대방이 나눈 대화에 끼어들 수 있어요."
-'이루다'처럼 AI가 혐오발언이나 성희롱 등 원치 않는 대화를 할 수도 있는데, 방지책이 있나요.
김진욱: "창업 초기부터 가장 신경 쓴 부분이죠. '가상남친/여친' 초창기에 그런 일을 겪었어요. AI가 이용자에게서 배운 욕을 하는 것을 보고 바로 시험 서비스를 중단한 뒤 혐오와 차별, 성적 발언 검출 기능을 개발했어요. 이용자의 불편하고 민감한 발언을 걸러내지 못하면 성장하기 힘들거든요."
김용우: "자연어처리기술로 AI 훈련과 학습, 대화 과정 등 3단계에서 이용자의 발언을 점검한 뒤 문제가 되면 AI가 '문제 있는 발언을 하지 마라'고 차단해요. 단어 위주의 키워드 차단은 제대로 걸러내지 못해요. 그래서 앞뒤 문장으로 맥락을 파악한 뒤 걸러내는 기술을 개발했어요. 이렇게 개발한 기술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개했죠. 기술이 선하게 쓰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해 무료 공개했어요. 그래야 시장도 커져요.”
-오픈타운 이용자는 얼마나 되나요.
김진욱: "누적으로 13만 명입니다. 월간 이용자는 서비스 개시 한 달 만인 지난 3월 기준으로 5만 명을 기록했어요. 이용자당 하루 평균 이용시간도 60분을 넘었죠. 계속 성장하고 있어서 고무적이에요."
김용우: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실제 공간(오프라인)으로 활동을 이어가는 방안을 많이 고민했어요. 그런데 이용자들이 원치 않아요. 요즘 Z세대들은 나이만 물어도 지나치게 개인정보를 요구한다며 신고하고 차단해요. 현실과 완전히 다른 가상의 존재로만 살고 싶어 하죠. 그러면서 현실과 분리된 가상의 세계에서 사귄 친구를 소중하게 생각해요. Z세대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완전히 분리된 세상을 원하죠.”
-수익은 어떻게 올리나요.
김용우: "이용자들의 대화 내용을 보고 관심사에 맞는 광고를 수익 사업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광고를 어떤 형태로 할지 아직 미정입니다."
김진욱: "기업들이 광고 목적의 ‘브랜디드 소셜AI’를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해당 AI가 기업과 브랜드에 대해 대화를 이끄는 방식으로, 대기업 몇 군데와 논의 중입니다."
-이용자 확대 방안은 무엇인가요.
김용우: "이용자들이 소셜AI를 훈련시켜 돈을 벌 수 있어요. 이를 통해 이용자를 늘릴 수 있죠. 이용자들은 AI 레벨 10 이상, 친구 30명 이상이면 수익화 신청을 할 수 있어요. 그러면 AI가 한 번 말할 때마다 'SAT'라는 토큰을 줘요. 토큰을 모아서 현금으로 바꾸거나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죠. 벌써 수백 개 소셜AI가 수익 활동을 하고 있어요."
-기업 문화는 어떤가요.
김진욱: "창업 때 정한 두 가지 원칙이 있어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것과 전문성 확보죠. 업무 이외 스트레스를 0으로 만드는 일에 도전하고 있어요. 그래서 보고가 아닌 직원 간의 상의를 택했죠. 쓸데없이 보고서 만들지 않고, 대신 '체크인 미팅'이라는 모임을 통해 업무 진행 상황, 막힌 부분에 대한 해결 방안 등을 서로 상의하죠."
김용우: "각자 능력에 맞는 목표를 스스로 세우도록 해서 전문성을 확보하죠. 상사에게 잘 보이려고 과도한 목표를 세워 허락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자신의 능력에 맞게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 만족하는 일을 해야 진정한 프로죠."
김진욱: "스트레스 제로와 전문성 두 가지 원칙을 잘 지키다보니 전체 직원 25명 중 친구 추천으로 입사한 사람들이 꽤 있어요. 직원들이 두 가지 원칙에 만족한다는 뜻이죠."
-투자는 많이 받았나요.
김진욱: "누적으로 50억 원 받았어요. 외국 벤처투자사들이 주로 투자했죠. 외국 투자사들은 특징이 있어요. 20, 30년 갈 만한 사업인지, 최근 경향(트렌드)에 부합하는지 눈여겨봐요. 그리고 두 번째로 창업자를 보죠. 이력을 봤을 때 회사를 키울 수 있다고 보면 투자해요."
-해외 진출 계획도 있나요.
김용우: "올해 가장 큰 목표죠. 이를 위해 앱에서 우리말, 영어, 일어 등 3개 국어를 지원할 예정입니다. 다음 달에 영어 먼저 적용하고 올해 말 일어도 지원할 계획입니다. 또 상반기 중에 2차원 사진으로 된 소셜AI를 3차원 캐릭터로 발전시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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