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은 윤석열 정부 숙명… 균형 인사 하라"[원로들의 제언]

입력
2022.05.10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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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원로들의 제언과 고언

대통령 취임식을 하루 앞둔 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될 국방부 청사 앞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들이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층 집무실이 완공되기까지 5층 임시집무실을 사용할 예정이다. 뉴스1

대통령 취임식을 하루 앞둔 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될 국방부 청사 앞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들이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층 집무실이 완공되기까지 5층 임시집무실을 사용할 예정이다. 뉴스1

정치 원로들은 취임을 하루 앞둔 9일 윤석열 대통령의 '능력주의' 인사 철학을 가장 우려했다. 역대 대선에서 최저 득표율 차이(0.73%포인트)로 선출된 윤 대통령에게 국민통합은 최우선 과제이자 숙명인데, 협치의 첫 시험대인 내각 인사를 두고 '다양성 실종'이란 평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고 새 정부의 성공을 위해 원로들은 윤 대통령이 국민, 국회 등과 '소통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형오 "성과 내려고 조급해 말라"

김형오 전 국회의장. 뉴스1

김형오 전 국회의장. 뉴스1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성공적인 대통령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 국민통합을 꼽았다. 김 전 의장은 "국민통합은 인사와 소통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핵심은 모든 벽을 허무는 것"이라고 했다. 국정과제 추진을 위해선 여소야대 국회를 설득해야 하고, 사회적 분열 해소를 위해선 '진영 논리'라는 칸막이를 없애고 오직 국민을 위해 타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할 정치·사회적 문제는 산적해 있지만, 김 전 의장은 "성과를 내려고 조급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실패한 이유 중 하나는 정책을 서둘러 밀어붙이다 보니 야당과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고 했다. 새 정부가 내세운 여성가족부 폐지 등 첨예한 사안은 충분한 대화와 의견 수렴을 거쳐 정책 추진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의화 "원로회의체 만들어 경청해야"

정의화(가운데) 전 국회의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의화(가운데) 전 국회의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사회통합 없이는 성공적인 국가경영도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근 윤 대통령이 단행한 내각과 대통령실 인선에 대해서도 "남녀노소와 지역 안배를 하는 것이 기본인데, 그런 면이 부족하다"며 "남은 인사에서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통합 실천을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 정책을 전면 부정하기보다는 계승할 정책은 수용하는 자세를 당부했다.

검찰 출신으로 정치 경력이 짧은 윤 대통령이 사회 내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는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정 전 의장은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인사 10~15명으로 구성된 '원로회의체'를 만들어 대통령실 아래에 두고, 두세 달에 한 번이라도 좌담회를 열면 좋겠다"고 했다.

◇문희상 "여소야대일수록 국회 존중해야"

문희상 전 국회의장. 연합뉴스.

문희상 전 국회의장. 연합뉴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새 정부의 인사가 실력 중심으로 이뤄졌다고 하지만, 면면을 들여다보면 검찰 출신 '측근 인사'였다"고 쓴소리부터 했다. "박주선, 장성민 전 의원 등 민주당 출신을 대통령 주변에 배치했다고 해서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 사례를 들며 "자신의 수족이 아니라 야권이나 중립적인 사람들을 비서실장 등 요직에 기용하는 것이 통합의 본보기"라고 했다.

취임 후 공약 실천이나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등을 위해선 국회 도움이 절실하다. 새 정부처럼 여소야대 정국일수록 윤 대통령이 국회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전 의장은 "헌정사상 첫 여소야대를 맞은 노태우 전 대통령은 국회에 일절 간섭하지 않고, 야당 대표들을 존중했다"면서 "덕분에 의정사상 최고의 법률 통과율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정운찬 "문화강국 만들려는 노력도 필요"

정운찬 전 국무총리. 연합뉴스

정운찬 전 국무총리. 연합뉴스

정운찬 전 국무총리도 윤 대통령에게 "남은 인사에서 다양성을 더 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기 내각 후보자 19명 가운데 10명이 '서울대 출신'인 것은 국민 다수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 전 총리는 "일류대학 출신 엘리트만으로 각료를 구성한다고 해서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며 "지금 전 세계는 다양성을 기반으로 창의성을 도모하는 추세에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외교·안보나 사법 분야뿐 아니라 문화, 환경 등 미래 가치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 전 총리는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해 한국 문화콘텐츠의 힘이 세계적으로 입증됐다"면서 "지금을 모멘텀으로 삼아 한국이 문화강국, '연성국가'로 발돋움해야 한다"고 했다. 선진국 반열에 오른 만큼 국내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개선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황식 "소통으로 '용산 대통령실' 취지 살려야"

김황식 전 국무총리. 뉴스1

김황식 전 국무총리. 뉴스1

김황식 전 총리는 윤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능력 중심의 인재 등용이 눈에 띈다"면서도 "대통령과 친소관계로 결정된 인사가 보이는 측면도 분명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치는 친분관계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현실도 있기 때문에 관건은 대통령이 선택한 인물들이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는지 입증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대해선 "국민을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한 절차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이미 결정된 사안으로 정쟁을 이어가기보다는 임기 초 '대통령의 시간'을 응원해야 한다고 했다. 김 전 총리는 "대통령은 참모, 각료들과 보다 면밀히 소통하며 일하겠다는 대통령실 이전 취지를 이행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재진 기자
강유빈 기자
박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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