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있는 공직자란?

입력
2022.05.11 00:00
26면

공직 인선의 핵심기준은 '능력'
사익 아닌 공동이익 기여가 중요
새 정부 '능력주의'는 합당했나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3차 내각 발표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3차 내각 발표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공정과 상식의 회복'을 기치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는 과정에서 공직 인선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강조된 건 '능력주의'였다. 윤석열 대통령 측은 인수위원회 구성부터 새 정부 내각과 대통령실 인선까지, 지역과 여성에 대한 안배가 부족하고 '서육남(서울대 출신 60대 남성)'과 '쓴또쓴(쓴 사람 또 쓴다)'만 있다는 비판에 대해 "여성할당이나 지역안배를 우선으로 하는 국민통합은 국가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면서 능력과 전문성만을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능력이 부족한데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혹은 특정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로 고위 공직자에 임명하는 것은 곧 '자리 나눠먹기'와 다를 바 없으며, 이는 새 정부가 추구하는 '공정'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윤석열 정부의 이러한 공직 인선에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윤 대통령이 강조한 '능력'이 여러가지 의혹과 잡음들로 인해 사실상 희석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능력주의가 '간담회 4회 참석으로 20억 원'을 버는 재테크 능력, 의대 편입과 장학생 선정에 '아빠 찬스'를 활용하는 능력, '입시 컨설팅'으로 논문 스펙을 만들어 주는 능력을 의미하는 것이냐며 비아냥대고 있다.

사실 공직 인선에서 능력만큼 중요한 요소는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 공동체의 중요한 공직을 맡아야 한다는 원칙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어떠한 능력이 기준이 되어야 하는가'이다. 능력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정' 원칙에 부합하는 공직 인선이 이루어지기 위해 과연 어떠한 능력이 기준이 되어야 할까.

스승 플라톤과 함께 고대 그리스를 대표했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에서 공정한 공직 배분은 무엇보다 '공동체의 공동 이익에 기여하는 능력'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공정'은 '각자에게 합당한 각자의 몫을 나눠주는 것'이며, '능력'에 따라 사람들 각자에게 합당한 몫을 나눠주는 것이 공정이다.

그러나 능력의 기준은 하나가 아니다. 분배하는 사물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양하다. 실례로 사람들에게 좋은 피리를 나눠줄 때, 공정한 분배의 기준은 '피리를 잘 부는 능력'이 되어야 하겠지만, 달리기 경기에서 상을 줄 때는 '더 빨리 달리는 능력'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정치 영역에서 공직을 분배할 때 공정의 기준은 '피리 부는 능력'이나 '달리기 능력'이 아니라 '정치적 탁월함', 즉 공동체 구성원에게 행복하고 훌륭한 삶을 제공하고 공동체의 공동 이익에 기여하는 능력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국가 공동체가 존재하는 것은 단순히 모여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귀하게 살기 위해서"이며 "그러한 공동체에 가장 많이 기여하는 자가 국가에서 더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이 공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준에 비추어 볼 때 과연 윤석열 정부의 공직 인선은 공정하게 이루어졌을까. 윤 대통령은 '능력'만을 고려해 인선했다고 주장하지만, 많은 국민이 보기에 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이 보여준 능력은, 공동체의 공동이익에 기여하기보다는 오히려 개인 이익을 추구하는 탁월함에 가까웠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좋은 인재를 등용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은 정부의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다.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향후 공직 인선에서 내 편, 네 편을 떠나 공동체의 이익에 기여하는 능력과 정치적 탁월함을 기준으로 삼기를 바란다. 인재를 널리 등용하여 진심으로 성공한 정부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범수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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