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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성공조건, 가까움과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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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바라지 않는 국민이 있을까. 대선 득표율 격차(0.73%포인트)가 가장 작았다고, 국정수행 지지율 전망치가 역대 대통령 당선인들에 비해 한참 낮은 50% 수준이라고 해도 새 정부의 실패를 바라는 국민은 없다. 그러기엔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 충격 여파에서, 인플레 확산과 경기둔화 경제위기에서, 구조적 차별에서 ‘더 나은 국민의 삶’을 만들어야 하는 윤석열 정부의 과제가 너무나 막중하다.
그런 윤석열 정부가 시작도 하기 전 주춤했다. 50일간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간 동안 윤 당선인과 인수위가 국민에게 준 감동과 결과물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110개의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실용’을 강조했지만, 국정과제 하나하나에서 정부가 내세우는 거대담론이나 국정철학은 잘 보이지 않았다.
공정과 상식을 강조한 윤석열 정부이기에, 첫 단추인 인사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윤석열 정부만의 철학이 느껴질 것이란 기대가 컸으나, 공개된 1기 내각 인사에선 ‘전임 정부와 다를 게 없다’는 비판이 나오니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었다.
억울할 수 있지만 책임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있다. 취임식을 앞두고 '협치 실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을 168석의 더불어민주당 탓으로, 이들의 입법 독주 탓으로만 돌리기엔 대통령의 정치력은 너무나 크고 무한하기 때문이다.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는 기개로 권력에 대항한 윤 당선인의 강점은 대선 승리의 원동력이나, 그것만으로 대통령의 정치력이 담보되는 건 아니다. 분명한 건 그는 이제 권력의 중심이 됐고, 야당이라는 협치의 대상과 국민이라는 설득의 대상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윤 당선인이 실천했으면 하는 몇 가지가 있다.
① 인사에 대한 입장을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기 :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그 이전에 정부의 철학과 가치관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통치 행위다. 한데 여론은 1기 내각에 온전히 ‘공정과 상식’이라는 철학이 담겼다고 보지 않는 분위기다. 가령 국민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아빠 찬스’ 논란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입장을 묻고 있다. 불법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이해충돌이라는 상식과 공정 영역의 문제에 윤석열 정부의 생각이 듣고 싶다는 것이다.
② 가까움, 익숙함과 이별하기 : 2008년 11월 4일 대선에서 승리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첫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외쳤다. “미국에는 오로지 하나의 정부와 하나의 대통령만이 있습니다.” 이 말을 국내 정치 상황에 대입하자면 “나의 진영, 나와 친한 그룹만의 대통령이 되진 않겠다”는 외침쯤 될 것이다. ‘자기 진영과 지지층의 대통령’에 그친 게 아니냐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가 겹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저는 정치 신인이지만 누구에게도 빚진 게 없다”는 윤 당선인의 말은 '최소한 진영에 매몰되진 않을 것'이라는 각오로 들렸다.
그런데 최근 대통령실 인선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민정과 인사, 총무라인의 비서관급 6명 중 5명을 검찰 출신으로 채우는 등 측근들을 대거 기용했다. 이들이 엘리트임을 부인할 순 없다. 하지만 대통령을 보좌해야 할 자리에 검사동일체 등 상명하복에 익숙한 검찰 출신 측근들을 대거 기용하는 게 바람직할까. 자칫 '또 다른 인의 장막이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언론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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