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윤석열 시대'… "승부사 기질, 직진 말고 통합에 써야 성공"

입력
2022.05.10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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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잔디광장에서 열린 인수위 해단식에서 참석자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잔디광장에서 열린 인수위 해단식에서 참석자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0시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의 통치권과 국군통수권 등 법적 권한을 넘겨받고 '윤석열 정부'의 문을 활짝 열었다.

윤 대통령은 0시부터 일정을 시작했다.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지하의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에서 합동참모본부로부터 군 통수권 이양에 따른 첫 전화 보고를 받았다. 최고 권력의 심장부였던 청와대의 역사가 62년 만에 막을 내리고, '용산 대통령 시대'의 개막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윤 대통령은 오전 11시 국회에서 열리는 취임식에서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라는 국정 비전이 담긴 취임사를 발표한다. 새 정부 국정 운영 원칙인 '국익, 실용, 공정, 상식'을 시대적 소명으로 삼아 국민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밝힌다. '제왕적 권력을 내려놓고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도 거듭 강조한다.

진보 진영의 오만과 내로남불에 어퍼컷을 날리며 5년 만에 정권을 탈환한 승부사인 윤 대통령이 만들어갈 5년은 어떤 모습일까.

'공정과 상식' 상징하는 승부사 윤 대통령

윤 대통령은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를 첫 번째 국정목표로 설정했다. 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 살아있는 권력을 향한 수사를 머뭇거리지 않았던 '정의로운 검사' 답게 사회 질서를 바로 세워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5년 전 문재인 정부는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를 약속했지만, 조국 사태로 계층 이동 사다리가 끊기고 공정이 무너진 현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규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은 오히려 소득양극화와 자산불평등을 키웠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엔 소득 수준에 따른 교육 격차가 확대되고 세대·젠더·계층 간 갈등도 증폭하고 있는 만큼,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

복잡한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는 데에 윤 대통령의 저돌적 리더십이 특효약이 될 수도 있다. '평생 검사'였던 그가 각종 난관을 뚫고 정치 입문 8개월 만에 최고 권력에 오른 것은 빠른 학습 능력과 결단력, 돌파력 덕분이었다.

대통령 취임식을 하루 앞둔 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될 국방부 청사 앞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관계자들이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층 집무실이 완공되기까지 5층 임시집무실을 사용할 예정이다. 뉴스1

대통령 취임식을 하루 앞둔 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될 국방부 청사 앞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관계자들이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층 집무실이 완공되기까지 5층 임시집무실을 사용할 예정이다. 뉴스1


갈라진 진영·경제 안보 위기 겹겹

윤석열 정부의 발걸음이 마냥 가벼운 것은 아니다. 대선이 겨우 '0.73%포인트'의 득표율 차이로 승부가 갈린 이후 진영 갈등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거대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에 대한 적의(敵意)를 숨기지 않고 파워게임에 돌입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놓고 전례 없는 갈등을 빚는 바람에 안정적 정권 교체를 꾀하지 못했다.

대내외 환경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경제 위기 안정이 시급하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과거 금융위기 시절 수준으로 치솟으며 1,270원대를 위협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5% 가까이 치솟았는데,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 3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레드라인을 넘은 북한은 조만간 핵실험 버튼을 누를 태세다.

'pre-윤석열 정부' 점수 높지 않은데…

대통령직인수위가 두 달 동안 낸 성과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후하지 않다. 내각과 대통령실 인선에 대한 비판이 특히 거세다. 검찰 측근 출신의 내편 챙기기와 '서울대·5060대·남성에 지나치게 치우친 편중 인사로 국민통합 약속을 배반하고 빈약한 통치 철학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수위는 110개의 국정과제를 선정했지만, 문재인 정부 정책 뒤집기만 부각됐을 뿐 미래지향적 어젠다는 희미했다는 지적도 많다. 청와대 해체의 명분으로 '소통하는 대통령'을 내걸었지만, 대통령 당선인으로서 적극적으로 소통하지도, 여론에 충분히 귀 기울이지 않았다는 비판도 무성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잔디광장에서 열린 인수위 해단식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잔디광장에서 열린 인수위 해단식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반쪽 내각으로 출범하는 데도 '직진 본능'

윤석열 정부는 국무총리는 물론 장관을 절반도 임명하지 못한 채 '반쪽 정부'로 출범했다. 민주당은 9일까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에 반대하고 있고, 한동훈 법무부·정호영 보건복지부·원희룡 국토교통부·이상민 행정안전부·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등 6명에 대해서도 부적격 판단을 내렸다. 윤 대통령은 9일 15개 부처의 차관 내정자 20명을 미리 내정하며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총리 역할을 맡는 차관 중심의 국정 운영'을 공식화했으나, 국정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직진 본능'을 내보이고 있다. 내각 인선 문제를 민주당의 '발목 잡기'로 규정하고 정면돌파하려 한다. 윤 대통령 측은 "민주당을 달래 내각 운영을 정상화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민주당에 비판적인 여론을 6·1 지방선거까지 키우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불협화음이 쌓여 윤 대통령은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낮은 지지율로 임기를 시작하는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쓰게 됐다. 한국갤럽의 이달 4일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기대감은 긍정 평가 41%, 부정 평가 48%였다. 윤 대통령이 임기 초반 충분한 국정 동력을 확보하려면, 묘수를 내야 한다는 의미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내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안보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내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안보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원로들 한목소리로 "정치부터 회복… 협치하라"

모든 것은 윤 대통령 하기에 달렸다. 무엇보다 고도의 정치력과 민주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여소야대 국회를 국정 동반자로 두는 한, 타협과 숙의 없이 원활한 국정 운영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9일 한국일보에 "국민통합을 잘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은 국회를 좌우하려 하지 않고 국회의 뜻을 존중했다"며 "윤 대통령이 국회의 일을 좌지우지하려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역대 정부의 실패는 야당과의 대화 부족에서 비롯됐다"며 "소수 정당이어도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하면 국민들도 진정성을 느끼고, 야당도 움직이게 된다"고 했다.


김지현 기자
박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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