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주기 싫다" 마스크 안 벗는 이유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입력
2022.05.09 18:00
10면
구독

"벗으려니 민망해" "쓰다 벗다 하기 불편"
"공공에 대한 책임감 강해" 분석 한편으로
"심리적 동조 작동" "익명성 선호" 지적도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뒤 맞는 첫 휴일이자 어린이날인 5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뒤 맞는 첫 휴일이자 어린이날인 5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기 싫어서요. 아직까진 마스크를 쓰는 게 예의라고 생각해요."

이달 2일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마스크와 함께하는 일상은 계속되고 있다. 일부 시민은 어린이날 징검다리 연휴 기간 휴양지에서 '노마스크'를 즐기기도 했지만, 일상이 재개된 9일 서울 시내 거리는 여지없이 '마스크 물결'이었다. 전문가들은 자신을 드러내길 꺼리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하는 한국적 문화를 요인으로 꼽으면서 노마스크 일상화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시민들 "아직 노마스크는 민폐"

한국일보가 이날 출근시간대인 오전 8, 9시 서울 마포구 공덕오거리에서 시민들의 마스크 착용 상태를 살펴보니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30명 중 1명꼴에 불과했다. 마스크를 계속 쓰고 다니는 공통적 이유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서'였다. 권은희(37)씨는 "아직까지 노마스크는 민폐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모(60)씨는 "감기 기운이 있는데 남에게 피해주기 싫어서 마스크를 쓴다"며 "마스크를 쓰는 게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하루 확진자가 여전히 수만 명에 달하는 상황이라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시민도 있었다. 김주영(44)씨는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걸리는 것보다 자녀들이나 부모님께 옮기는 게 걱정돼 마스크를 쓴다"고 밝혔다.

노마스크가 오히려 불편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20대 여성은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게 편해서 쓰고 다닌다"고 말했고, 30대 여성도 "이제 와서 마스크를 벗으려고 하니까 너무 민망하다. 벌거벗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모(39)씨는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많이 타는데 그때마다 마스크를 다시 써야하는 게 번거로워서 그냥 쓰고 다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타인에 대한 '동조'도 원인"

왜 다들 마스크를 선뜻 벗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사회·문화적 분위기를 이유로 꼽는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가 개인화되고 있다지만, 남을 배려해야 한다는 공공에 대한 의무감이나 책임감은 여전히 강하다"며 "마스크를 쓰는 행위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그 정도의 수고로움은 감수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다른 사람과 자신의 행동을 일치시키려는 심리적 기제인 '동조 효과(conformity effect)'를 배경으로 지목했다. 곽 교수는 "새로운 행동을 할 때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면서 동조하는 경향성이 있다"며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많기 때문에 마스크를 벗는 데 불안함을 더 느끼게 된다"고 밝혔다. 곽 교수는 "노마스크가 일반화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익명성을 선호한다는 설명도 있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는 문화적으로 익명성에 대한 선호가 높다"며 "타인의 시선에 부담을 갖는 시민들이 많은데, 이는 감정 표현이나 신분 노출을 꺼리는 문화적 배경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