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눈치만 본 5년… 新남방정책 갱신해야

입력
2022.05.10 04:30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사무국 앞에 회원국들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한국도 자카르타에 아세안 대표부를 두고 있다. CNA 캡처

사람(People)·평화(Peace)·상생번영(Prosperity). 다시 봐도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천명한 신남방정책 기조는 옳다. 동남아시아를 수출 전진기지이자 관광 대상국으로만 바라보지 않는 3P 개념의 접근은 바람직했고, 동남아에 대한 집중도가 지금처럼 높지 않던 시기에 4강(强) 중심 외교를 넘어 독자노선을 견지한 추진력도 좋았다.

그러나 5년이 지난 현재, 신남방정책은 표류 중이다. 미국·중국·일본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과 전선을 수시로 바꾸며 남중국해를 두고 치열하게 외교전을 벌일 때 한국은 어디에도 없었다. 중동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원유 수송선의 이동로인 남중국해는 우리 국익과도 밀접하다. 게다가 남중국해 문제는 사람과 평화가 모두 포함된 이슈가 아닌가. 당연히 신남방정책이 적극 발동돼야 했지만 5년간 한국은 중국의 눈치만 보는, 전형적인 개발도상국 외교만 답습할 뿐이었다.

코로나19 핑계는 댈 수 없다. 한국에만 국한된 위기도 아니었고, 같은 조건에서 미국 부통령과 일본 총리는 동남아를 연이어 순방하는 등 전략적 행보를 강화했다. 한국 정부는 동남아가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분산 거점으로 주목받을 때도, 요소수·석탄·팜유 등 자원외교의 변곡점이 왔을 때도 이곳을 찾지 않았다. 동남아 곳곳에서 "현장 외교관과 기업인의 개인기로 위기를 돌파하고 있지 신남방정책이 한 게 도대체 뭐냐"는 볼멘소리는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신남방정책은 어떤 식으로든 변형될 것이다. 윤 대통령의 외교 공약인 '한·아세안 ABCD 전략'으로 간판이 바뀔 수도, 인도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인도-태평양 다자 외교체 구성 방안이 전면에 나설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름이 아닌 내실이다. 신정부가 기존 신남방정책을 실질화할 구체적 행동과 전략을 수정·보완하는지 여부가 핵심이란 얘기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실행되지 않으면 없느니만 못하다. 동남아를 버릴 게 아니라면 신정부는 반드시 이 부분을 짚어봐야 한다.

마닐라=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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