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간첩조작' 피해자 유우성 "동생 유가려, 이시원 비서관 내정에 통곡"

입력
2022.05.09 12:00
수정
2022.05.09 13:55
구독

서울시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
"울면서 '정의라는 게 뭐냐'고 통곡...
당시 동생이 처음 만난 검사가 이시원
'거짓 진술 유지하라'는 취지로 회유해"

'국가정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 피해자인 유우성(왼쪽)씨와 동생 가려씨가 자신들에게 가혹행위와 허위진술을 강요한 혐의로 기소된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1심 속행 공판이 열린 지난해 3월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 피해자인 유우성(왼쪽)씨와 동생 가려씨가 자신들에게 가혹행위와 허위진술을 강요한 혐의로 기소된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1심 속행 공판이 열린 지난해 3월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 유우성씨가 자신을 기소했던 이시원 전 검사의 공직기강비서관 내정 소식에 믿을 수가 없다며 "제대로 된 인사를 다시 했으면 좋겠고 이 전 검사님은 사과하고 사퇴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유씨는 9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지난 5일 가족들과 놀러가려고 준비하다가 아는 기자에게 들었다. 동명이인 아니냐고 생각할 정도로 상상할 수 없었다"고 했다. 또 "아주 오래된 일도 아닌데 이게 현실인가. 도저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동생 가려씨는 이 전 검사에게 받은 상처가 너무 커서 그날 저녁에 알렸다고 했다. 그는 "동생이 그렇지 않아도 많이 힘든데 통곡하고 울면서 '정의라는 게 무엇이냐. 이게 말이 되냐'고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이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내정된 이시원 전 검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제공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내정된 이시원 전 검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제공

가려씨는 2012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북한이탈주민을 조사하는 국가정보원 산하 중앙합동신문센터(합신센터)에서 수사관들의 폭언과 폭행을 견디다 못해 "오빠 유우성은 간첩"이라고 거짓 진술을 했다.

①유씨는 북한이탈주민 200명의 명단을 북한에 넘겼다는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2013년 기소됐는데 ②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자 ③2심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은 조작된 증거를 검찰에 제시하고 검찰은 이를 그대로 법정에 제출했다. 그러나 ④유씨 변호인이 조작된 증거임을 폭로, 유씨는 항소심에 이어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다. 여권법 위반 등만 유죄 판단해 유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565만 원을 확정받았다.

이후 ⑤검찰은 유씨가 북한에 돈을 보냈다는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으로 2014년 별건 기소했다. 그러나 ⑥지난해 10월 대법원은 대북 송금 혐의에 대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라며 공소 기각했다. 법원이 공소권 남용을 이유로 공소기각한 첫 사례였다. 유씨는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만 벌금 700만 원을 확정받았다.

유씨는 대법원 확정 판결 약 한 달 후 별건 기소를 한 검찰 지휘부 라인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소했다. '윤석열 라인'으로 불리는 이두봉 인천지검장, 안동완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 김수남 전 검찰총장, 신유철 전 검사장 등이 대상이다.



"이시원, 검찰에 희망 갖던 유가려에 '거짓 진술 유지' 회유해"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유우성씨가 2019년 2월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간첩조작 범행 국정원 수사관 및 검사 고소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유씨 측은 검찰 과거사위원회 조사 결과 새로 밝혀진 사실을 근거로 간첩 사건을 조작한 국정원 수사관들과 증거 조작에 가담한 검사들, 위증한 탈북자 등에 대해 고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스1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유우성씨가 2019년 2월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간첩조작 범행 국정원 수사관 및 검사 고소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유씨 측은 검찰 과거사위원회 조사 결과 새로 밝혀진 사실을 근거로 간첩 사건을 조작한 국정원 수사관들과 증거 조작에 가담한 검사들, 위증한 탈북자 등에 대해 고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스1

유씨는 동생 가려씨가 국정원에서 검찰로 넘어와 처음 만난 검사가 이 전 검사라고 했다. 유씨에 따르면 가려씨는 검찰이 국정원과 다른 조직이라고 생각해 희망을 갖고 이 전 검사에게 "모든 게 다 거짓말이고 우리 오빠는 간첩이 아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 전 검사는 수사관들을 다 나가라고 한 뒤 가려씨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면 너희 가족을 도와줄 수 없다"며 기존 거짓 진술을 유지하라는 취지로 동생을 회유했다고 한다.

유씨 또한 이 전 검사가 "수사부터 기소까지 모두 책임졌던 인물"이라며 책임을 물었다.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 줄 증거가 빠졌다는 것을 그가 몰랐을 리도 없다고 했다. (북한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할 중국에서 찍은) 사진이 휴대폰 어느 폴더에 있는지까지 국정원 조사 때부터 상세하게 말했다면서다.

유씨는 "국정원이 조작의 큰 틀을 만들었다면 검찰은 그것을 감시하고 지휘하려고 해야 하잖나""그런데 검찰은 모든 내용을 알고도 조작에 가담한 거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처벌받아야 할 사람이 공직기강 바로잡는다? 말이 안 돼"

문무일 검찰총장이 2019년 6월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역사관 앞에서 과거사 관련 입장발표 후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2019년 6월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역사관 앞에서 과거사 관련 입장발표 후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현재 가려씨에게 협박과 가혹행위를 해 거짓 자백을 받아낸 국정원 수사관들은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전 검사 등은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았다. 유씨는 "피해자 입장에서 정직 1개월은 휴가를 준 거라고 생각된다. 3년 가까이 이 사건을 담당한 사람들인데 너무 억울하고 말도 안 된다"고 호소했다.

유씨는 "재판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담당 수사관이나 검사들을 만났는데도 뻔뻔하게 한 명도 사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만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권고로 2019년 유씨 가족에게 사과했다.

유씨는 담당 검사들을 고소·고발도 했다. 그러나 "(검찰이) 처음 언론에서 관심을 가지면 조금 조사하는 척하다가 공소시효가 얼마 안 남을 시기에 슬그머니 불기소 처분을 했다. 두 번씩이나 그랬다""이시원, 이문성 검사를 다시 고소하려고 해도 시효가 없다"고 비판했다.

유씨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 "후보 시절 대한민국을 공정과 상식이 있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하셨는데 죄를 짓고 처벌받아야 할 사람이 공직 기강을 바로잡는 중책을 맡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에게는 인사를 다시 할 것을, 이 전 검사는 사과하고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윤주영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