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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의 말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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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1956년 헝가리 의거는 소련군 전면 개입으로 수천 명의 희생자를 낸 채 실패했다. 무자비한 진압으로 개혁은 좌절됐고 순종적인 친소 정부가 다시 수립됐다. 당시 반소 봉기가 거셌던 배경으론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의 발언도 지적된다. 동유럽에서의 ‘공산주의 격퇴’를 약속한 것인데 정치적 수사였지만 군 개입 가능성으로 해석되기 충분했다. 누구보다 헝가리인들은 그의 말을 믿었으나 미군은 처음부터 헝가리에서 소련과 맞서 싸울 뜻이 없었다. 막상 소련이 탱크 1,000대와 군 15만 명을 투입하자 미국은 실용적 판단인 불개입을 선택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국방부 장관, 중앙정보국(CIA) 국장,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입조심’을 지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군, 정보 당국자의 발언과 정보 흘리기가 공연한 오해와 부작용을 부른다는 판단에서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정보지원도 그렇지만 정보 흘리기는 전에 없을 정도다. 러시아 장성이 10명 넘게 사망한 것이나 흑해함대 기함인 모스크바함의 격침도 미 정보가 도움을 주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 물론 항구도시 오데사 남쪽을 항행하던 모스크바호를 확인하는 것은 미군의 좌표찍기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음모론이 사실로 드러나면 러시아 반발도 정당화돼 그 의미는 달라진다. 가장 큰 논란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승리에 도취한 듯 러시아를 실패국가로 만들겠다며 전쟁 목표를 무단 변경한 발언이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드만은 4일자 칼럼에서 “입이 싸면 의도치 않은 큰 결과가 초래된다”며 ‘말수를 줄여라’라고 충고했다.
□ 바이든의 조치는 문제적 발언과 정보 흘리기가 백악관이나 대통령의 의도는 아니란 뜻으로 해석된다. 핵을 보유한 군사강국 지도자나 당국자의 말은 엄격한 통제가 필요하다. 상대를 자극하는 정치적 수사는 배수진을 친 게 아니라면 위험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 별다른 의도 없이 하는 통상적인 수사도 국제 정치에선 통하지 않는다. '핵 무력의 적극 사용'이나 '선제적 공격'을 주고받은 남북 역시 지도자들이 발언에 발목이 잡히지 않도록 신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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