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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고향에 민주당 시장... '구미의 기적' 이번엔?

입력
2022.05.09 04: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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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전지를 가다 > ③ 경북 구미시
4년 전 선거서 TK 유일 민주 단체장 배출
이번엔 여당 된 국민의힘이 유리한 고지
보수 후보 복수 출마, 소지역주의가 변수

(왼쪽부터) 장세용 구미시장, 김장호 전 청와대행정관, 이양호 전 한국마사회장.

(왼쪽부터) 장세용 구미시장, 김장호 전 청와대행정관, 이양호 전 한국마사회장.


‘보수의 심장’ 경북 구미시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 자치단체 중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이 유일하게 당선된 곳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고향으로 보수의 상징과도 같았던 구미에서 민주당 시장이 나온 것은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번 6·1지방선거에서 구미의 민심이 또 한 번 민주당을 선택할지, 아니면 표심이 4년 만에 다시 보수 쪽으로 복귀할지에 큰 관심이 쏠려 있다.

보수 2명-진보 1명의 3파전

8일 현재 구미시장 선거는 3파전 양상으로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에서는 김장호(53) 전 청와대행정관이 나서고, 국민의힘에서 컷오프(공천배제)됐다가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이양호(63) 전 한국마사회장이 출마한다. 민주당은 장세용(68) 구미시장과 김봉재(62) 구미강남병원장을 대상으로 7, 8일 실시한 경선에서 장 시장이 1위를 차지해 본선에 오르게 됐다.

국민의힘은 경선을 통해 김 전 행정관을 공천했지만, 컷오프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6명의 공천 신청자 중 여론조사 1·3·6위를 배제하고 2·4·5위만 골라 경선을 실시하자 1·3위 후보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달리던 이 전 마사회장은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일단 지역 정가에선 이번에 국민의힘이 실지(失地)를 만회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4년 전에는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당시 여당(민주당)을 찍었지만, 이번엔 여야가 바뀐 만큼 민심이 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개발에 쏠린 민심... 국힘 일단 유리

스스로를 보수 쪽에 속한다고 밝힌 정명고(64ㆍ자영업)씨는 이런 바뀐 표심을 보여줄 표본 같은 유권자다. 그는 “1995년부터 23년간 보수정당 출신이 시장을 하며 구미는 쇠퇴일로를 걸어왔다"며 "LG디스플레이, 삼성전자, 삼성코닝, LG전자까지 떠나면서 구미는 속 빈 강정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4년 전에는 다 죽어가는 구미를 살리려면 여당이 낫겠다 싶었는데 기대에 못 미쳤고, 먹고사는 일보다는 새마을과 폐지와 왕산공원 명칭 변경 등 불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낭비하고 말았다"고 4년 시정을 평가했다.

반면 이번에도 민주당이 두 번째 기적을 일구는 게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특히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무소속 출마자가 나오며 보수 표심이 양분됐고, 소지역주의가 작용하면 승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구미는 보수의 심장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신흥 공업도시여서 전국 각지에서 일자리를 찾아 몰려온 젊은 세대가 많다. 경북 내 다른 지역보다 오히려 지역색이 약하고 정치적 다양성은 강한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경북 내 다른 지역보다 민주당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강했고, 19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 지지율이 25.5%에 달해 경북 최고를 기록했다. 지역 정가에선 구미지역 민주당 고정표가 25~30% 정도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갈라진 보수표, 소지역주의가 변수

구미시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소지역주의는 적지 않은 변수다. 구미시는 1978년 선산군 구미읍과 칠곡군 인동면을 합쳐 시로 승격했고, 1995년엔 선산군과 합쳐 도농복합도시로 출범했다. 이 때문에 옛 인동면 지역은 선산ㆍ구미와 달리 ‘강동권’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지난 대선 때 구미시 인동ㆍ진미ㆍ양포동의 강동권 선거인은 8만3,347명으로, 옛 선산지역 6만2,045명보다 더 많다. 구미국가산업단지 2~4단지가 이곳에 조성된 때문이다. 게다가 강동권은 표결집력도 상대적으로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세용 시장이 민주당 공천을 받음에 따라 구미읍 출신 김장호, 선산군의 이양호, 강동권의 장세용 후보가 맞붙게 됐다. 구미읍은 선산군에 속했던 만큼 선산쪽 표는 김장호·이양호 후보 2명이 나눠 가지고, 강동은 장세용 후보 혼자 차지하는 셈이다.

4년 전 선거에서 소지역주의는 득표율로 확인된다. 장세용 후보는 강동권에서 인동동 49.19%, 진미동 51.79%, 양포동 52.19%로 평균보다 훨씬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또 옛 선산지역이지만 양포동과 접한 산동면에서도 53.41%나 득표했다. 이양호 후보도 선산읍 69.53% 등 옛 선산군 지역에서 52.15%를 얻었다.

소지역주의는 이번에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하면서도 “공천 탈락자의 무소속 출마와 소지역주의 탓에 100% 장담하기 어려운 곳이 구미시장 선거”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구미 르네상스 외치는 후보들

주요 대기업의 이탈을 잇달아 경험한 구미의 민심을 챙기기 위해, 주요 후보들은 한결같이 "구미 전성시대를 회복하겠다"며 르네상스를 외친다. 김장호 국민의힘 후보는 “구미가 먹고살 걱정은 없는지, 미래 성장 기반을 확충해 왔는가 하는 질문에 대다수 시민이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할 것”이라며 “지금 구미의 위기와 시민의 고통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통합신공항 배후도시 건설, KTX구미역 정차 등을 공약했다.

무소속 출마를 선택한 이양호 후보는 “여론조사 1·3위가 탈락하고, 2·4·5위가 통과한 것은 누가 보아도 이해할 수 없는 결과”라며 “구미시에서 반복적으로 자행되는 퇴행적 정치를 반대하기 위해 어떤 개인, 단체와도 연대해 기필코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주요 공약은 4차 산업 관련 모빌리티 조성, 청소년원스톱지원센터 설립 등이다.

장세용 현 시장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지난 4년간 7조3,000억 원대 기업 투자를 유치하고, 올해 예산 1조5,600억 원을 편성해 구미 경제 재도약 기반을 마련했다”며 완성차 생산을 목표로 한 제2 구미형 일자리 추진, 인구 50만 명 특례시 지위 확보 등을 공약했다.

구미= 정광진 기자
구미= 추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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