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병동은 지옥이었다’ 日 정신병원서 벌어진 학대

입력
2022.05.08 12:00
15면
구독

고베시 니시구에 있는 정신과 병원인 간데(神出)병원 입구. 2020년 3월 이 병원 입원 환자들에 대한 간호사들의 학대 사실이 드러났다. 구글 스트리트뷰 캡처

고베시 니시구에 있는 정신과 병원인 간데(神出)병원 입구. 2020년 3월 이 병원 입원 환자들에 대한 간호사들의 학대 사실이 드러났다. 구글 스트리트뷰 캡처


2년 전 일본 고베시의 한 정신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입원 환자를 학대한 사실이 적발됐다. 환자의 몸이나 입술에 잼을 바르고 다른 환자에게 핥게 하는 등 엽기적 학대 행위는 충격적 수준이었다. 최근 발표된 진상 조사 결과, 환자를 돈으로 보고 이익만 추구하던 병원 시스템이 근본적 원인으로 드러났다.

마이니치신문 등 최근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고베시 니시구에 있는 정신과 병원인 간데(神出)병원은 2020년 3월 밝혀진 입원 환자 학대 사건에 대해 제3자위원회가 조사한 결과를 2일 발표했다. 당시 간데병원에선 20~40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였던 남성 6명이 준강제추행, 감금 등의 혐의로 체포됐고, 이 중 3명은 징역 2~4년의 실형, 나머지 3명도 집행유예의 징역형을 받았다. 이들 6명은 2018~2019년 난간이 있는 침대를 환자에게 뒤집어 씌워 가두거나, 환자를 벗기고 호스로 물을 뿌리는 등 학대를 자행했다. 간호사들은 학대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 공유했는데, 우연히 이 중 한 명이 다른 성추행 사건으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휴대폰에서 영상이 발각돼 사건의 실체가 드러났다.

지난해 6월 병원 개혁을 추진하겠다며 새롭게 취임한 원장은 제3자위원회를 구성해 9월부터 진상규명에 나섰다. 위원회가 100여 명과 면담하고 작성한 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학대는 이미 10년 전부터 시작됐다. 처벌받은 6명을 포함해 직원 27명에 의한 학대 87건이 확인됐다. 학대가 발생한 병동은 중증 환자 60여 명이 입원해 있어 다른 병동에 비해 간호사의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가 컸다.

보고서는 2010년에 취임한 전 원장이 이익을 위해 환자 수를 늘리는 데만 집착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의료기관에 보내 치료해야 하는 경우도 환자를 빼앗긴다고 거부해 환자가 빈사 상태에 이르기도 했다. 시설 설비에 하자가 있어도 수리하지 않아 겨울에는 실내 온도가 영하 2도에 이르는 병실도 있었다. 비상벨도 고장난 채 방치돼 있었다. 연간 30명 정도였던 사망 퇴원자 수는 2019년에 99명으로 늘어났다. 위원회는 “이익 지상주의 경영 체제가 계속되던 중 환자의 인권을 경시하는 풍토가 병원 내에 형성됐다”고 비판했다.


의료법인 ‘효고긴슈카이(兵庫錦秀会)’의 야부모토 마사미 전 이사장. 긴슈카이는 간사이 지방을 중심으로 병원과 요양시설 약 30곳을 운영하는 대형 의료그룹이다. 긴슈카이 홈페이지

의료법인 ‘효고긴슈카이(兵庫錦秀会)’의 야부모토 마사미 전 이사장. 긴슈카이는 간사이 지방을 중심으로 병원과 요양시설 약 30곳을 운영하는 대형 의료그룹이다. 긴슈카이 홈페이지


원장이 극도로 이익만 좇는 배경에는 병원을 운영하는 의료법인 ‘긴슈카이(錦秀会)’의 야부모토 마사미 전 이사장이 있었다. 긴슈카이는 간사이 지방을 중심으로 병원과 요양시설 약 30곳을 운영하는 대형 의료그룹이다. 야부모토는 2012~2019년도에 총 15억 엔의 보수를 받았고, 이외에도 약 8,000만 엔을 교제비로 지출했다. 지난해 슈칸분슌 보도에 따르면 그는 유흥업소에서 하룻밤에 1,000만 엔을 쓰기도 하는 등 방탕한 생활을 했다. 이사장의 치부와 유흥비를 위해 의료시설에 환자보다 돈을 우선시하는 경영이 이뤄졌고 환자 학대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올해 3월에도 긴슈카이 계열의 다른 정신병원에서 환자에 대한 학대가 적발되기도 했다.

야부모토는 지난해 10월 7일 이노구치 다다오 전 니혼대학 이사장과 함께 배임 혐의로 도쿄지검 특수부에 체포됐다(관련기사). 제3자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야부모토가 받았던 고액의 보수가 시설 수리 등을 방치함으로써 가능했다고 지적하고, 그에게 병원 수선비 등의 명목으로 보수를 일부 반환할 것을 요구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