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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연 별세 원인 ‘뇌출혈’… “망치로 맞은 듯한 극심한 두통”

입력
2022.05.06 20:59
수정
2022.05.0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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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강수연씨가 지난 5일 뇌출혈로 인한 심정지가 발생해 병원에 옮겨졌지만 의식 불명 상태다. 뉴스1

영화배우 강수연씨가 지난 5일 뇌출혈로 인한 심정지가 발생해 병원에 옮겨졌지만 의식 불명 상태다. 뉴스1

지난 5일 뇌출혈로 인한 심정지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월드 스타' 강수연(56)씨가 사흘 만인 7일 오후 별세했다.

고인은 지난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두통을 호소했는데 오후 119 구급대원이 출동했을 때에는 이미 심정지 상태여서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면서 강남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졌다.

고인은 병원에서 피가 뇌 속에 고이는 '뇌 내 출혈'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지만 수술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위중한 상태였다.

뇌출혈(cerebral hemorrhage)은 뇌졸중(腦卒中ㆍstroke)의 일부다. 연간 2만4,000명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중풍’으로 불리는 뇌졸중은 국내 사망 원인 4위로 꼽힌다. 뇌졸중은 크게 뇌혈관이 막히면서 뇌의 일부가 손상되는 뇌경색(허혈성 뇌졸중·ischemic stroke)과 뇌혈관이 터짐으로써 뇌 안에 피가 고여 그 부분의 뇌가 손상되는 뇌출혈(출혈성 뇌졸중·hemorrhagic stroke)로 나뉜다.

고령층에서만 주로 발생한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30~40대에서도 적지 않게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뇌졸중 환자는 2016년 57만3,379명에서 2017년 57만7,689명, 2018년 59만5,168명, 2019년 61만3,824명, 2020년 60만7,862명으로 늘고 있다.

◇뇌 내 출혈ㆍ거미막하 출혈 등으로 발생

뇌졸중 일종인 뇌출혈은 뇌 혈관이 터져 뇌 속에 피가 고이는 ‘뇌 내 출혈(뇌실질내 출혈·intraparenchymal hemorrhage)’과 동맥 한쪽 벽이 약해져 부풀어 오른 동맥자루가 터지며 뇌를 싸고 있는 거미막(지주막) 아래에 피가 고이는 ‘거미막하 출혈(subarachnoid hemorrhage)’ 등이 있다.

뇌 내 출혈은 뇌를 싸고 있는 막 아래쪽 뇌 조직에 발생한 출혈로, 환자가 7일 이내 사망할 확률이 30% 정도다. 생존해도 55% 정도가 1년 이내 목숨을 잃고, 20%만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뇌출혈 원인의 30%는 뇌혈관 일부가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르는 '뇌동맥류(腦動脈瘤ㆍcerebral aneurysm)' 때문이다. 뇌동맥류는 건강검진 등에서 터지지 않은 상태로 발견될 때가 많다.

뇌동맥류를 방치하면 뇌혈관 일부가 풍선처럼 부풀면서 터지면 뇌출혈 중에서도 예후가 좋지 않은 ‘거미막하(지주막하) 출혈’로 이어질 수 있다.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뇌출혈은 1년에 6,500명 정도 발생한다. 뇌동맥류 파열에 따른 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하면 30일 이내 50% 정도가 사망하며, 생존해도 50% 이상이 신경학적 후유증을 겪는다.

뇌출혈은 특별한 전조 증상이 없이 발생해 목숨을 앗아가기에 정말 조심해야 한다. 뇌출혈은 발생 순간부터 뇌에 가해지는 압력과 출혈 자체로 뇌 손상과 뇌부종 등이 나타나므로 지체없이 대형병원 응급실로 가야 한다.

이시운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출혈은 전조 증상이 나타나는 뇌경색과 달리 갑자기 망치로 내려치는 듯한 극심한 두통과 함께 발생한다"며 "이때 두통이 심하지 않더라도 한쪽 팔다리 마비와 의식 저하가 나타나면 뇌출혈 가능성을 의심해 119를 불러 곧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고 했다.

이시운 교수는 “뇌출혈이 발생하면 뇌가 빠르게 손상되므로 되도록 빨리 응급실로 가는 게 후유장애를 최소하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뇌출혈 치료 목적은 두 가지다. 우선 당장 출혈로 인해 높아진 뇌압을 수술이나 약물로 조절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재출혈을 예방하기 위해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다.

고혈압에 의한 뇌출혈은 출혈량이 많으면 머리를 여는 개두술을 통한 혈종제거술을 시행할 수 있다.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뇌출혈이라면 재출혈을 막기 위해 ‘코일색전술’ 또는 개두술을 통한 뇌동맥류 ‘클립결찰술’을 시행한다.

고혈압성 뇌출혈이든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뇌출혈이든 뇌부종이 심하고 뇌압이 높으면 두개골제거술을 우선 시행하고 부종이 가라앉으면 두개골을 다시 넣어주는 수술하기도 한다.

◇뇌졸중 발생 원인 다양

뇌졸중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다. 흡연ㆍ알코올ㆍ운동 부족 같은 잘못된 생활 습관이 성인병을 부른다. 여기에 스트레스가 더해져 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뇌졸중 발병 위험을 높인다.

나이가 들고 신체가 노화하면서 점차 약해진 뇌혈관도 영향을 준다. 이 밖에 비만ㆍ'나쁜' LDL 콜레스테롤이 많은 이상지질혈증도 뇌졸중 발병과 관련 있다.

뇌졸중의 대표적인 위험 신호는 머리가 맑지 않은 멍한 두통이다. 이는 혈액 공급이 덜 되면서 머리에 일시적으로 피가 부족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고개를 위로 쳐들 때 어지러운 것도 의심해 봐야 한다. 뒷골로 가는 혈관이 순간 찌그러지면서 피가 통하지 않는다는 신호일 수 있다. 한쪽 팔·다리가 약하게 저리면서 감각이 둔해지거나 말을 할 때 새는 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이런 증상을 ‘일과성 뇌허혈 발작(TIA·transient ischemic attacks)’이라고 한다. 뇌혈관이 일시적으로 막혔다가 다시 뚫린 것이다. 일과성 뇌허혈 발작을 겪은 사람 중 5%는 한 달 이내, 3분의 1 정도는 3년 이내 뇌졸중이 발생한다.

조병래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졸중은 고혈압 환자에게 더 많이 발생한다”며 “고혈압 환자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발생하는 압력에 뇌에 영향을 미쳐 터질 수 있고, 생명을 위협한다”고 했다.

뇌출혈 등 뇌졸중을 예방하려면 혈관을 망가뜨리는 담배는 무조건 끊어야 한다. 음식은 싱겁게 먹고, 수분을 충분히 보충하는 것이 좋다. 특히 뇌졸중 위험 인자 중 하나인 고혈압을 조절하는 데 효과가 있는 칼륨이 많은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한다.

고혈압을 개선하는 운동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수영·속보·조깅 등 유산소운동을 하루 30분 정도 매일 꾸준히 한다. 고혈압 환자는 건강한 사람에 비해 뇌졸중 발생 위험이 4배 정도 높다.

심장은 멈추면 심폐소생술을 신속히 시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뇌는 특별한 응급 처치가 없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 혈액순환을 잘하게 한다며 손과 다리를 주물러 주는데 이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전문 의료진이 도착할 때까지 올바른 자세로 가만히 눕혀 두는 게 좋다. 이런 상태에서 의식에 변화가 없는지 살펴보고 경련을 일으킨다면 고개를 옆으로 돌려 토사물이 기도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심정지, CPR만 받아도 생존율 크게 높아져

심정지(cardiac arrest)는 말 그대로 심장이 멈춘 것을 뜻한다. 심장의 전기 신호에 문제가 생겨 갑자기 박동을 멈춘 것이다.

심정지는 심장마비(heart attack)와는 다르다. 심정지가 발생했다면 심장마비가 주원인이지만 심장마비가 반드시 심정지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심장마비는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 발생하는 것으로, 평소 가슴통증, 호흡곤란, 어지럼증, 메스꺼움 같은 전조 증상이 나타난다.

급성 심정지 환자는 한 해 3만 명 넘게 발생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0년 119구급대가 이송한 급성 심정지 환자는 3만1,652명으로,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61.6명이었다. 급성 심정지 발생률은 남성에서 높고, 연령이 높을수록 높은 경향을 보였다.

대한응급의학회에 따르면 연간 발생하는 급성 심정지 환자 3만 명 가운데 10% 정도만 병원에 생존한 상태로 도착한다. 특히 뇌 기능이 손상되지 않고 의식을 회복하는 환자는 전체 5% 수준이다. 이마저도 의료 인프라가 좋은 수도권 기준이며, 병·의원이 적은 지역은 이보다 회복률이 낮다.

결과적으로 급성 심정지 환자 100명 중 5명만 온전히 의식을 회복하는 것이다. 강씨는 수술이 어려울 정도로 위중한 상태다. 의식을 회복할 가능성이 낮은 셈이다.

그런데 급성 심정지 환자가 병원 밖에서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면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생존율이 46배나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해도 전문가가 했을 때와 생존율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최병호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팀이 질병관리본부의 2016년도 급성 심정지 조사 자료를 이용해 병원 밖 심정지 환자 8,654명의 생존 요인을 분석해 ‘대한보건연구’에 발표한 연구 결과다.


[뇌졸중 자가 진단법 ‘FAST 법칙’]

▷F(Face Dropping): 한쪽 얼굴이 떨리고 마비된다.

▷A(Arm Weakness): 팔다리 힘이 없고 감각이 무뎌진다.

▷S(Speech Difficulty): 말할 때 발음이 이상하다.

▷T(Time to call 119): 증상이 생기면 곧바로 119로 전화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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