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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양을 출마' 이재명의 너무 안전한 선택... "문제는 명분"

입력
2022.05.07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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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패장이 연고도 없는 지역구에?"
"선당후사인데 무슨 문제냐" 반론도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한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한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결국 출마한다. 출마 지역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로 비어 있는 인천 계양을.

민주당의 지방선거 위기론을 연료 삼아 대선 패배 이후 불과 두 달 만에 초고속 정계 복귀를 하는 것이다. 5년 후 대선 재도전이라는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국회의원 경험을 쌓고 당을 장악하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선 패배는 전적으로 내 탓"이라고 했던 그가 스스로에 대한 반성도, 문재인 정부에 대한 성찰도 생략한 채 지나치게 성급하게 움직이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상당하다. 경기지사, 경기 성남시장을 지낸 이 전 후보는 계양을에 연고가 없다. 이 전 후보의 이번 선거가 '명분과의 싸움'이 될 것이란 얘기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6일 전체회의에서 이 전 후보의 계양을 보궐선거 전략공천을 의결했다. 경선 없이 '무혈 입성'을 허용한 것이다. 고용진 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당 지도부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출마해 줄 것을 이 전 후보에게 요청했다"면서 “이 전 후보는 지방선거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선 패장이 연고도 없는 지역구에?"..."선당후사" 반박도

문제는 빈약한 명분이다. 지난주까지 이 전 후보의 측근들마저 “명분이 부족해서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마이너스”라며 계양을 출마에 반대했다.

특히 정치적 본거지 격인 경기 성남 분당갑에서도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열리는데, 인천에 출마하는 건 당선 가능성만 좇는 기회주의적 행보로 비칠 수 있다는 당내 우려가 많았다. 계양을은 2004년 17대 총선 이후 2010년 보궐선거를 제외하고 매번 민주당 계열 후보가 승리한 지역이다. 분당갑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하는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피하는 모양새가 된 것도 이 전 후보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재명(왼쪽에서 세 번째)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대선 패배 다음 날인 3월 1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재명(왼쪽에서 세 번째)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대선 패배 다음 날인 3월 1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정권 재창출 실패에 대한 민주당의 공식 평가와 반성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는데 패배 당사자가 당의 간판으로 복귀하는 것을 두고도 쓴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패배한 대선후보가 이렇게 빨리 선거에 출마한 사례는 2007년 12월 대선 패배 후 이듬해 4월 총선에 출마한 정동영 전 의원 말고는 없다"며 "정 전 의원의 결말을 보라"고 지적했다.

계양을을 택한 정치적 명분도 부족하다.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도중 이낙연 전 당대표가 의원직을 사퇴하자 민주당은 "책임 정치를 하겠다"며 이 전 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종로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 같은 논리를 적용하면 이번에도 무공천이 순리에 가깝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당시 이 전 대표에게 물었던 귀책 사유와 책임이 이 전 후보에게는 해당하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당 위해 구원투수로 나선 선당후사 명분 충분" 반박도

이에 이 전 후보와 민주당은 '지방선거 열세를 만회하려는 당의 부름에 따른 희생적 출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 전 후보 전략공천 결정 직후 페이스북에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민주당은 우리가 가진 자원을 최대치로 동원해야 하고, 우리 당의 최대 자원인 이 전 후보의 합류는 선거 승리의 필수 조건”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출마가 이 전 후보에게 독배가 될 수도 있다.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탈환에 실패하는 등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두면, 책임론이 이 전 후보를 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지현(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민주당 비대위는 이날 회의에서 이재명 전 대선후보를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전략 공천하기로 의결했다. 공동취재단

박지현(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민주당 비대위는 이날 회의에서 이재명 전 대선후보를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전략 공천하기로 의결했다. 공동취재단


"일단 원내 진입이 급선무" 실리 감안한 듯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이 전 후보는 올해 8월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출마한다. 그 전에 당내 기반을 확실히 다지려면 여의도에 일찌감치 안착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후보와 가까운 의원은 "원외 당대표는 활동 반경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전 후보가 법인카드 유용 혐의 등에 대한 경찰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 불체포 특권이 있는 의원직에 도전하려 한다는 의심의 시선도 끊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제기하는 '방탄조끼 출마설'이다.


이성택 기자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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