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한 민주당, 반성 없이 바로 대결정치
승리한 당선인 측, 비전·포용 못 보여줘
캠프정치 극복할 정치리더 결단 절실
내일은 새 정부가 출범하는 날이다. 촛불의 기억을 소환해본다면, 탄핵까지 당했던 보수에 정권을 내준 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자업자득이었다.
"나는 링에 올라가 본 적이 없다." 지난달 손석희씨가 이번 대선 패인을 묻자, 문 대통령은 자신을 그렇게 방어했다. 부동산 폭등에 대해선 "전 세계적 현상이고 우린 상승 폭이 적은 편에 속한다"고 답했다.
많은 국민들이 뒷목을 잡았다. ‘이러니 5년 만에 정권 뺏기죠. 뺏기고 나서도 뭐가 문제인지 모르네요.’ 한때 애정을 가졌던 네티즌들의 댓글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불과 14개월 전까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시켰으며, 문 대통령이 ‘살아 있는 권력도 제대로 수사해달라’며 발탁한 총장이었다. 2019년 7월 당시 윤 총장의 임명은 국회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이 불발되고도 강행한 16번째 케이스였다. 그 후 ‘조국 수호 내전’이 벌어졌고, 윤 총장을 몰아세울수록 무게감만 커졌다.
패배한 측이 반성과 혁신 없이 대결정치로 바로 돌아간 것도 특이한 점이다. 민주당은 소위 ‘검수완박’법을 밀어붙였다. ‘윤핵관’이 국회의장 중재안에 덜컥 합의한 것을 지렛대 삼아, 온갖 편법을 동원하며 국무회의 의결까지 끝내버렸다. 특히 위장탈당은 안건조정 절차와 민주적 규범을 망가뜨린 위법적 꼼수였다. 만약 추후 상황이 바뀌어 국민의힘이 똑같이 할 경우, 민주당은 무슨 명분으로 싸울 수 있나. 그들의 정치는 강성 지지층에 끌려다니는 모습이다. 이재명 고문의 조기 등판도 가시화되었다.
대선 연장전은 더 길어지고 극한 대립은 더 깊어질 조짐이다. 윤 당선인 그룹도 거기에 연료를 붓고 있다. 청와대의 용산 이전을 전격 밀어붙였고, 국회 다수당의 협력을 이끌어낼 정치적 정책적 제안은 없었다. 새 정부의 면면들도 기대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특정 인맥들이 두드러지고, 낙마해야 마땅한 후보도 여럿이고, 서민의 삶에 대해 감수성은 의심받고 있다. 안철수 전 후보 측은 조각에서, 유승민 전 후보는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각각 배제된 모습이다. 0.73% 박빙 승리를 지탱했던 선거연합은 금이 가고, 주류의 폭은 좁아지고 있다. 110대 국정과제를 보아도 시스템을 개선하고 국민의 삶을 향상시킬 실효적 정책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과제별 사업의 소요예산에 대해서는 설명이 거의 없다.
진영 대결 정치는 구조화되어 있다. 그로 인해 정당들은 리더들을 걸러내고 정책의제를 간추려내는 본연의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 대선 때는 정당 바깥에서 인기 있고 싸움 잘할 후보를 데려오고, 급조된 선거 캠프를 통해 권력과 정책을 만들게 된다. 이것이 좋은 국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근본적 이유다. 정치 리더들이 캠프 정치의 한계를 자각하는 것이 변화의 출발점이다. 팬덤 그룹이 아니라 국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도록 국민주권의 왜곡이 없는 선거제도로 개선하는 것이야말로 정당개혁의 열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권력남용을 보면서, 스티븐 레비츠키 하버드대 교수는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책을 썼다. 그는 민주적 절차와 규범을 해치면 민주주의의 '연성(soft) 가드레일'이 훼손되며, 정당 간 악순환적 행동으로 인해 가드레일이 더 많이 사라진 위태로운 민주주의를 물려받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치적 양극화를 막기 위한 질문을 던진다. 극단적 집단이나 분열적 어젠다에 계속 의존하여 민주정치를 위태롭게 하는 쉬운 길을 갈 것인가, 정책 의제에 타협을 모색하며 양당의 간극을 넘어 민주적 가드레일을 튼튼히 하는 소통과 연합의 길을 모색할 것인가.
이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고문부터 어느 길에 설 것인지 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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