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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찰위성 위장' 전략 들켰나... 북한, 미사일 쏘고도 침묵

입력
2022.05.05 22: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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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발사 실패 혹은 목표치 미달됐을 가능성
②위성 위장 '전략 노출'에 따른 의도적 함구
③'몰아치기' 보도로 한미 압박하려는 심리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쏘고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미사일 시험발사 다음날 관영 매체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여부와 제원 등을 공개하며 성과를 과시해오던 관행에 비춰 이례적이다. 발사 실패 가능성을 포함해 북한이 보도를 자제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북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방송 등 대내외 매체는 5일 전날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 이유로는 '발사 실패'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례도 있다. 북한은 지난 3월 16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이 공중 폭발했을 당시 이튿날 보도하지 않았다.

다만 군 당국은 이번 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가 약 470㎞, 최고 고도는 약 780㎞로 탐지됐다고 밝히며 실패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발사체에 문제가 없었다면 북한 당국이 애초 설정한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화성-17형 폭발 후 기능 개선 등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실험했지만, 성공했다고 판단할 만한 목표치에는 미달해 함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발사체의 정체를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이번 발사를 '정찰위성 시험' 용도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지난 2월 27일과 3월 5일 ICBM 추정 발사체를 발사하면서 미사일 언급이나 발사체 사진 없이 '정찰위성 관련 중요 시험'이라고만 밝혔다. 이에 한미는 정밀 분석을 통해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가장해 신형 ICBM 성능을 시험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3월 24일에도 화성-17형 발사를 성공했다고 주장했지만, 한미 당국은 기존 '화성-15형'이라고 분석하면서 '조작설'까지 제기됐다. 수차례 '전략 노출' 위기를 겪은 북한이 발사체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모호한 태도로 의구심을 증폭시키면서 발사체의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열어 두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향후 무력시위에 대한 암시가 담겼을 수도 있다. 새 정부를 겨냥한 고강도 도발에 대한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오는 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새로운 대북제안이 나오기 전 '도발의 일상화'를 통해 군사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윤석열 정부 초대 외교·통일·국방장관 후보자들을 "동족대결, 친미사대 분자"로 비난했다.

북한이 조만간 추가 도발을 감행하고 이를 한 데 묶어 보도할 수도 있다. 북한은 올 1월 25일 장거리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한 뒤, 이튿날 관련 보도 없이 지나갔다. 이어 같은 달 27일 지대지 전술유도탄 시험발사 사실과 함께 28일 한꺼번에 보도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몰아치기 식' 보도를 통해 관심을 끌려는 심리전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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