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원장 못 내 준다"... 민주당, 합의 파기 '무리수'

입력
2022.05.06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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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검수완박 입법 완성 위해 "법사위 사수"
국민의힘 중재안 파기 명분 '피장파장' 전략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안경을 만지며 생각에 잠겨있다. 오대근 기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안경을 만지며 생각에 잠겨있다. 오대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기기로 한 '원 구성 합의'를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합의를 파기한 만큼 민주당도 지난해 원 구성 합의를 깰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수완박 후속 입법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를 위한 협조를 끌어내려는 차원이지만, 검수완박과 별개의 합의를 볼모로 삼았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발했다.

박홍근 "원 구성 원점서 논의"... 법사위 사수 전략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다음 달 시작하는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장 배분과 관련해 "당연히 원점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후반기 원 구성을 하는 법적 주체는 후반기 교섭단체 원내대표에 있다"고 말했다. 여야가 지난해 7월 '국회 상임위원장을 교섭단체 의석수 비율에 따라 11대 7로 재분배하고, (올 6월부터 시작하는)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에서 맡는다'고 합의한 내용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법에 따르면 후반기 원 구성 협의는 후반기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해야 한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원점에서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협상 당시 국민의힘은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법사위를 야당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고도 했다. 새 정부 출범 후 민주당이 야당이 되는 만큼 법사위원장을 차지할 명분이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도 합의 깼는데... "피장파장 아니냐"

민주당은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검수완박 입법 과정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을 파기했으니 지난해 원 구성 합의를 지킬 이유가 없다는 '피장파장' 논리를 폈다. 박찬대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이 중재안을 일방 파기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박 원내대표가) 학습효과를 많이 얻지 않았겠느냐"며 "(국민의힘이) 협치를 무시한 것이니 원점에서 재정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여야 원내대표가 서명한 합의문에는 후반기 국회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아니라 '국민의힘'이 맡는다고 명시돼 있다. 또 상대가 합의를 깼다는 이유로 다른 합의까지 무효로 돌리는 것은 정치의 공간을 스스로 닫겠다는 주장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국민들이 심판할 것" 강력 반발

민주당이 돌변한 이유는 검수완박 후속 입법과 맞닿아 있다. 사개특위 구성에 비협조적인 국민의힘을 압박하기 위해 원 구성 카드를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민주당의 계획대로라면 연내 중수청법을 제정해 검찰에 남겨둔 부패·경제 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권을 완전히 이관시켜야 한다. 민주당이 다수인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법안이 강행 처리하더라도 본회의에 상정하려면 법사위 통과가 필요하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직을 맡는다면 법사위 통과 여부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도 즉각 반발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인 장제원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우리 쪽에서 하기로 하지 않았나"라며 "(민주당이) 무소불위의 의석수로 약속을 파기한다면 국민들이 심판할 것"이라고 했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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