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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보수로 전과자 돕는 20대 여성... 함께 의지하고 걸으며 위로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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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대신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작품을 김봉석 문화평론가와 윤이나 작가가 번갈아가며 소개합니다. 매주 토요일 <한국일보>에 연재됩니다.
왓챠와 웨이브에 있는 '전과자-신참보호사 아가와 카요'를 보고, 일본에는 '보호사'라는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보호사는 범죄자나 비행소년의 갱생을 돕는 비상근 국가 공무원이다. 범죄자의 가석방과 집행유예 기간 동안 1주에 한 번 정도 만나 상담을 한다. 민간인이 봉사 정신으로 일하며, 보수는 없다. 약 70년 전부터 시행된 제도라고 한다.
'전과자-신참보호사 아가와 카요'의 주인공 아가와 카요는 20대 후반의 여성이다. 여성이건 남성이건 젊은이가 보호사를 하는 경우는 시간의 여유도, 세상 경험도 많지 않기에 드물다. 카요는 편의점에서 알바 일을 하며 살아간다. 생활의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보호사를 왜 하냐는 점장의 말에 카요는 답한다. "돈이 안 되는 일이라도 인간에게 필요하니까요."
카요가 보호사를 하게 된 이유들이 있다. 심플한 이유는, 할아버지가 보호사를 했기 때문이다. 카요는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집에서 혼자 살고 있다. 어머니도 먼저 떠났고, 아버지는 자유분방하게 따로 살고 있다. 낡았지만 아늑한 집에서 혼자 살아가는 카요는, 함께 살았던 할아버지가 보호사를 하는 모습을 보며 영향을 받았다. 타인을 도우며,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에서.
카요의 기억 몇 개가 더 있다. 과중한 일을 시키며 직원을 착취하는 회사를 결국 그만두고 카요가 방황할 때였다. 공원에서 한 남자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았다. 출소하고 적응을 잘 하지 못하는 상태의 그를, 보호사가 헌신적으로 돕고 있었다. 전과자와 보호사를 본 카요는 생각했다. '보잘것없는 나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겠구나.' 더 먼 기억도 있다. 학생이었을 때, 낯선 남자가 칼을 들고 공격했다. 모르는 누군가가 카요를 도와주었고, 목숨을 건졌다. 전과자였던 남자는 아무 데도 갈 곳이 없어서 자포자기로 칼을 휘둘렀다고 한다. 누군가 전과자를 도와줬다면, 내 앞에 뛰어들었던 그 사람은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카요는 자신이 만나는 전과자에게 말한다. "내 앞에서는 절대 아무도 죽을 수 없어요."
'전과자-신참보호사 아가와 카요'는 가가와 마사히토와 츠키시마 도지의 만화를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27분 정도의 에피소드 6개로 구성됐고, 전과자 한 명을 2회에 걸쳐 다룬다. 보호사에게 전과자의 행동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나 책임은 없다. 전과자의 사회 복귀를 돕는 것뿐이다. 보호사를 관리하는 보호관찰관은 카요에게 말한다. 전과자의 죄상을 너무 깊게 파고들지 말라고.
처음으로 만난 전과자는 공갈 및 상해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6개월을 남기고 가석방된 사이토 미도리다. 미도리는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카요를 무시한다. 화류계 일을 한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난 미도리는 카요처럼 평범한 여성은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너와 나는 사는 세상이 다르다고, 몇 번이나 말한다. 하지만 카요는 성실하고, 고집스럽다. 미도리가 아무리 구박하고 따돌려도, 카요는 정면에서 그녀를 바라본다. 친구를 폭행한 남자의 사악한 범죄를 알게 되고, 그를 죽여버릴 듯 달려드는 미도리를 보며 카요는 말한다. "당신을 고통 속에 살게 할 수 없어요. 나는 당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보호사입니다."
두 번째 전과자는 이시카와 지로. 우발적으로 형을 살해했고, 6년을 교도소에 있었다. 제대로 카요의 얼굴을 보지도 못하는, 소심해 보이는 지로였지만 심각한 문제가 있다. 형의 묘소에서 만난 형수는 카요에게 사건의 진상을 아냐고 물어본다. 우발적인 살인의 배경에는 지로의 우려할 만한 행실이 있었다.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힘들었던 지로는 농사를 지으며, 형 부부가 하는 유기농 카페에 농산물을 공급했다. 어느 날, 카페의 손님으로 온 초등학생 아오이가 채소가 맛있다며 칭찬하고, 어떻게 농사를 짓는지 보고 싶다며 지로의 농장에도 찾아온다. 단순한 호의를 과잉해석한 지로는 점점 아오이에게 집착하기 시작한다. 아오이에게서 멀어지라며 혼내는 형에게 반항하다가 결국 살해까지 하게 됐다. 형을 살고 나온 지금도, 지로는 아오이를 잊지 못했다. 여전히 집착한다.
카요는 지로의 행동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 대상자에 대한 보호사의 과도한 개입은 금지돼 있다. 문제가 있다면 보호관찰관에게 보고하고, 처분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카요는 단순히 보고하는 것으로 끝내버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로가 죄의 무게를 분명하게 느끼고, 앞에 놓인 길을 걸어가기를 바란다. 세 번째 전과자인 다무라 다미코도 마찬가지다. 각성제 단속법 위반으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받은 다미코는 법정에서 판사에게 호소한다. 제발 교도소에 보내 달라고, 약을 끊을 자신이 없다고. 지로도, 다미코도 지은 죄를 끊어내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나갈 확신이 없는 전과자다.
다미코는 전과자다. 하지만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대학에 들어가 선배와 연애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다미코를 속였고, 약물과 매춘에 빠져들게 했다. 도망치려 하자 폭행을 가했다. 다미코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행 속에서 성장했다. 성인이 된 다미코는 누군가 큰소리를 지르며 위협하면 머릿속이 하얘지고 그의 명령에 따르게 된다. 전 남자친구는, 다미코를 착취하기 위해 다시 접근한다. 협박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약물에 손을 댄 다미코는 말한다. "다 제가 멍청해서 그렇죠." 가스라이팅을 통해서 인간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악랄한 수법이다.
편의점 알바를 하며 보호사를 자원한 카요는, 자신이 선택한 길을 서툴지만 굳건하게 나아간다. 평범하지 않은 일상을 선택한, 평범한 아가와 카요를 연기하는 배우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콩트가 시작된다', '그리고, 살아간다'의 아리무라 가스미다. 미모이면서도 예쁜 척하지 않는 아리무라의 연기는 천천히 카요에게 스며든다. 카요의 친구가 된 미도리는 낙담한 카요에게 말한다. "너는 항상 그 자리에 있었어. 답답하도록 성실하고, 독단적이기도 하고, 좀 귀찮긴 해도 항상 그 자리에 있잖아. 실패하면 그다음 사람을 구하면 돼."
카요는 사람을 돕기 위해 보호사를 택했다. 힘들게 왜? 알바 주제에 네가? 카요는 비난과 조롱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다른 약자보다 내가 가장 힘들고 아프다며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요즘 세태와는 다른 길을 택한 카요다. 물론 힘들고, 어렵다.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도 어렵고, 그들을 도와 올바른 길을 가게 하는 것도 무척이나 힘들다. 그들의 미래를 책임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함께 갈 수는 있다.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돕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의지하며 가는 것이다.
다미코가 다시 교도소로 간 후에, 카요는 운다. 다미코가 자신에게 의지하니, 우쭐했다면서 책망한다. 그때, 미도리가 안아준다. 눈물을 받아준다. "실패해도 괜찮아. 내가 널 받아줄게. 그러니 걱정하지 마"라면서. 그러니까 '전과자-신참보호사 아가와 카요'는 우정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카요와 미도리의 우정만이 아니라, 이 참담한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우정. 서로를 걱정하고, 서로를 용서하고, 서로 용기를 주는, 우정 그리고 믿음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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