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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화정아이파크, 전면 철거 후 재시공"...HDC현산의 승부수 통할까?

입력
2022.05.04 16: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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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화정아이파크 전면 철거 후 재시공
준공까지 70개월, 손실액 3,750억 추정
행정처분 앞둬 불확실성 여전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4일 서울 용산 사옥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4일 서울 용산 사옥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HDC현대산업개발이 붕괴 사고가 난 광주 화정아이파크 8개 동을 전면 철거한 뒤 재시공하기로 했다. 그간 정밀안전진단 후 철거 방식을 검토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접고 입주예정자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다만 입주까지 앞으로 70개월가량 지체돼 입주 지연에 따른 지체보상금과 주거지원금 지급 등 막대한 손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산업개발이 예측한 총 손실액은 약 3,750억 원이다. 그럼에도 안전에 문제 없는 동까지 전부 철거하고 재시공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건 대외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회사 측의 판단이 작용했다.

정몽규 "안전 우려 해소 위해 전면 재시공"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4일 서울 용산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완전히 철거하고 새로 짓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800여 명 계약자와의 협의가 무한정 지연되면 회사의 불확실성도 커지기 때문에 가장 힘들고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방법이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이라고 덧붙였다.

건설업계도 현대산업개발이 돈보다는 환골탈태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자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안전에 문제 없는 동까지 전면 철거한다는 건 비용과 시간 측면을 고려할 때 정말 큰 결정”이라며 “대외 신뢰 회복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성수대교가 세계에서 가장 튼튼한 다리라고 평가받는 만큼 해당 아파트도 더욱 많이 신경 쓰고, 주민들 요구도 많이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정아이파크는 총 8개 동 847가구(아파트 705가구·오피스텔 142가구)가 올해 11월 30일에 입주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면 철거 후 재시공 결정에 따라 입주는 최소 2027년 이후로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산업개발은 지연 비용과 입주예정자 주거지원금, 향후 보상비 등을 포함해 약 3,750억 원을 손실비용으로 추산했다.

추가 비용 발생할 수도...완전한 신뢰 회복도 미지수

다만 입주예정자와의 협상 결과에 따라 추가 비용이 더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70개월이나 입주가 지연된 데 따른 민사상의 물질적·정신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오는 11월 입주에 맞춰 이주계획을 세웠던 입주예정자들은 “일상 생활이 무너졌다”며 붕괴 사고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미 바닥으로 떨어진 회사 신뢰도가 다시 살아날지도 미지수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재개발 철거 현장 붕괴사고에 이어 올해 1월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로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미 경기도 광명 11구역 등 일부 정비사업지에서는 시공사 자격이 박탈되는 등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에 대한 행정처분이 남은 것도 불안 요소다. 현대산업개발은 앞서 학동 붕괴 사고로 인해 서울시로부터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항소 끝에 4억 원대 과징금 부과로 급한 불을 껐다. 화정아이파크 관련 건은 서울시의 행정처분을 기다리고 있는데, 국토교통부는 법정 최고 수위인 ‘등록말소’를 서울시에 요청한 상태다.

정치권의 질타도 거세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달 29일 화정아이파크 현장을 찾아 피해보상 협의에 난항을 겪고 있는 입주예정자의 편을 들어주며 “같은 사고가 다시 일어난다면 기업은 망해야 하고, 공무원은 감옥에 가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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