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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가 뭐기에? 안철수 측, 오류 지적한 민간 연구위원 고발까지 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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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에서 국민의당 대선 후보로 출마했던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측이 자신의 재정 관련 발언에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이유로 민간 연구위원을 고발했다. 나라살림연구소 측은 이를 '비판에 대한 사법적 재갈 물리기'로 규정하며 반발했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이 연구소의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을 명예훼손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안 위원장이 1월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국민의당 대선후보 자격으로 출연해 내놓은 재정 관련 발언을 이상민 연구위원이 같은 달 민중의소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곰곰이'에서 비판했는데, 이것을 "허위사실 유포"라는 이유로 고발한 것이다. 국민의당은 3일 국민의힘과 합당 절차를 완료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연구소는 이에 대해 2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현직 인수위원장이 사법적 수단을 동원해 재정연구자에게 재갈을 물리려 한다는 사실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급기야 사법 조치까지 끌어들이게 된 양측의 입장 차이 중심엔 'D4'라는 개념이 있다. 통상적으로 국가부채를 측정하는 데 있어 국제적으로는 일반정부 부채(D2)라는 개념을 쓴다. 그런데 안 위원장은 삼프로TV에 출연해 "사람들이 모르는 게 D2까지만 이야기를 한다"면서 "다른 나라들은 D2와 D4가 차이가 없는데 우리나라는 D4가 가면 거의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고 주장했다.
이상민 연구위원은 안 위원장이 언급한 'D4'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표현했다. 그에 따르면, 안 위원장의 D1, D2, D3의 설명은 우리나라 기획재정부가 만든 부채 개념에서의 D1, D2, D3이다. ①D1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상 채무, ②D2는 D1 +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 ③D3은 D2 + 비금융 공기업 부채로 산정한다.
안 위원장은 이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부채를 분류할 때 사용하는 D1~D4와 혼동했고, D1~D3은 기재부 개념을 활용한 후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D4를 등장시켰다. IMF의 ①D1은 채무증권 + 대여금, ②D2는 D1+ IMF 특별인출권(SDR), ③D3은 D2 + 미지급 계정, ④D4는 D3 + 보험, 보증, 연금 등의 부채를 말한다.
즉, 이는 기재부의 D1, D2, D3와는 다르다. 이 연구위원은 "동명이개념"이라고 표현했다. IMF의 D1, D2, D3, D4는 부채수단(Debt instruments)을 기준으로 한 표현이다. 반면 기재부의 D1, D2, D3는 포괄되는 정부의 범위(Level of Government, GL)를 기준으로 한 표현이라 별도의 분류 기준이 존재한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D1에 SDR를 포함한 D2를 작성하지 않기 때문에 IMF 기준의 D2, D3, D4는 작성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위원장은 D4에 대해 "아직 미지급한, 예를 들면 연금에 대한 그런 미지급 부채 이런 것까지"라고 설명했다. 이는 연금충당부채를 언급한 것이다. 이상민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연금충당부채를 따지고자 한다면 이를 D4라고 부르면 안 된다"며 대신 "개념의 일관성을 지켜 재무제표상 부채로 표현해야 맞다"고 설명했다.
안철수 위원장이 'D4'란 개념을 꺼낸 것은 국가부채의 '덩치'를 키워 경각심을 부여함과 동시에, 자신이 대선 기간은 물론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부각하고 싶어서로 해석된다.
실제 여러 전문가와 언론들은 국가부채 문제를 강조하기 위해 군인연금, 공무원연금 등의 연금충당부채를 국가부채의 개념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동시에 이를 "실질적인 국가부채는 정부가 밝히는 것(보통 D1 또는 D2)보다 훨씬 크다"는 주장의 논거로 사용한다. 다만 안 위원장처럼 'D4'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는 없다.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2021년 6월 낸 해명자료에서 "(군인연금·공무원연금의) 연금충당부채는 원칙적으로 재직자(공무원·군인)가 납부하는 기여금 등 연금 보험료 수입으로 충당하므로 나라가 갚아야 할 국가채무와는 성격이 상이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연금충당부채는 미래의 연금수입은 고려하지 않고 향후에 공무원·군인 연금으로 지급해야 할 돈을 현재가치로 추정한 개념이기 때문에 다른 국가부채와 동일하게 간주할 수 없다고 기재부는 설명한다. 이는 보험사에서 미래에 지출이 예상되는 보험금의 현재 가치를 '보험충당부채'로 간주해 재무제표에 표시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또 '미래에 지급할 금액의 현재 할인율'로 제시하는 연금충당부채 개념의 특성상, 금리가 변동함에 따라 재무제표상 부채의 규모도 널뛰기 수준으로 크게 변동하기 때문에 단순히 이를 놓고 '국가부채가 늘었다' 혹은 '줄었다'고 하기도 어렵다.
기재부는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를 포함한 13개 국가만이 국가결산보고서에 재무제표상 부채를 산출하고 있으며, 재무제표상 부채비율 역시 주요국(미국·영국·일본 등) 대비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안 위원장의 'D4'가 기존의 연금충당부채 언급과 다른 점은 또 있다. 통상 언론에서 확인해야 할 것으로 언급되는 연금충당부채는 정부가 공공부문의 재직자에게 지급하게 돼 있는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의 연금충당부채다. 안 위원장은 이들 대신 국민연금의 충당부채를 들고 왔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영국 등 연금충당부채를 계상하는 나라 대부분이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공무원연금과 통합되지 않은 국민연금의 연금충당부채를 대상으로 연금충당부채를 계상하는 사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D4' 개념을 꺼내서 어렵게 돌아가고 있지만, 결국 안 위원장의 주장의 핵심은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 자체에는 지난 대선에서 모든 후보들이 동의했다.
안 위원장은 "국민연금이 2055년에 고갈되고 2088년이 되면 누적 적자가 1경7,000조가 된다"고도 했다. '1경7,000조 원'이라는 액수는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2018년 김세연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정부에 국민연금 누적적자 자료를 요청했는데, 70년 뒤에는 1경7,000조 원이 되는 것으로 나왔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보건복지부에서 구성한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가 그해 발표한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장기재정전망 결과'에서 나타난 매년 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단순 합산한 것으로 보인다. 재정추계위의 목적은 국민연금의 적립기금이 고갈되는 시점을 예측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따로 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합산해 내놓지는 않는다.
나라살림연구소는 '1경7,000조 원'은 "누적적자 수치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지 않고 과장해서 말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한 예로 국회예산정책처에서는 해당 보고서를 근거로 2070년 기준의 누적적자를 현재가치로 환산한 2,241조 원을 제시했다.
국민연금 지속을 위해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 정해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공적연금연구센터장은 지난 3월 30일 공개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연금 고갈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그는 "연금 고갈 추계는 가입자 수, 소득 등 다양한 변수가 개입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그 기준을 어떻게 상정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결과"라며 "그런 추계는 연금 개혁 방향에 대한 참고 자료일 뿐"이라고 말했다.
앞선 문제 지적에도 불구하고, 안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인수위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대화하면서 '삼프로티비'에서 언급했던 내용을 거의 그대로 반복해서 말했다. 소위 "경제는 엉망이고 나라는 빚더미"라는 주장을 하면서 논거로 국민연금으로 국민에게 지급해야 할 돈이 곧 국가부채라는 식으로 주장한 것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매년 미지급 부채가 쌓여가고 있다. D4가 대부분의 상장회사들이 쓰는 기준인데, D4로 따지고 보면 실질적으로 국가가 갚아야 할 돈은 어마어마하게 된 셈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 다른 정부와 전혀 다르게 연금개혁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게 더 악화된 것"이라면서 "경제학을 배운 사람들 같으면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들 아니냐"고 말했다.
이런 주장은 국가부채와 연금개혁 논의를 뒤섞음으로서 필요한 재정 지출의 규모를 축소하는 논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나라살림연구소는 2일 "국가부채의 규모를 부풀리고 이를 강조하는 주장은 재정위기론을 지피고 '재정건전성'을 신성불가침의 가치로 내세우면서 재정의 역할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곤 했다"면서 "새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논의가 과장된 위기론을 기반으로 자칫 세대를 가르고, 공공과 민간을 가르고 공공연금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훼손하는 방향으로 향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문을 공유하며 "검찰 책상 앞에서 고발인 조사와 피고발인 조사를 받는 것보단 공개적 장소의 열린토론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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