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현직 검사 기소했지만 고발장 작성자 찾지 못해 '반쪽 수사'

입력
2022.05.05 04:30
공수처 수사인력 총동원 8개월 집중 수사했지만
윗선으로 뻗어나갈 핵심 혐의 '직권남용'은 제외
공심위 불기소 권고에도 손준성·김웅 선거법 적용

여운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차장이 4일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출범 이후 현직 검사를 처음으로 기소하는 것으로 8개월간의 '고발 사주' 의혹 수사를 마무리했다. 공수처는 현직 검사의 총선 개입을 규명했다고 의미를 뒀지만, 관심이 집중됐던 고발장 작성자는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공수처의 수사 인력을 사실상 총동원하고도 초라한 결과를 내놓자 '반쪽짜리 수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공수처는 4일 손준성 검사(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를 불구속 기소하며 공직선거법 위반 등 4개 혐의를 적용했다. 제21대 총선 직전인 2020년 4월 초 사법연수원 동기(29기)인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와 공모해 범여권 인사 낙선 도모 등 선거에 개입했다는 게 공수처의 판단이다. 텔레그램을 통해 최강욱·황희석 등 여권 인사 고발장 및 관련 자료를 두 사람이 주고받고, 김웅 후보가 이를 소속 정당에 전달했다는 구체적인 정황도 확인했다.

공수처는 고발장이 '손준성 → 김웅' 경로로 직접 전달됐다고 판단했다. 당초 고발장이 김 의원과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씨 사이에서 오갈 때 '손준성 보냄' 문구가 있었기 때문에 손 검사를 최초 발신자라고 보는 시각이 강했다. 하지만 손 검사가 "김웅 의원에게 (자료를) 송부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하면서 제3자 개입설도 제기됐다. 공수처는 그러나 손 검사의 △판결문 검색 정보 △판결문 등이 텔레그램으로 건너간 시간적 근접성 등을 근거로 '손 검사가 최초 발신자'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공수처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의 업무 특성도 손 검사를 기소한 이유로 제시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판사 사찰 문건, 윤석열 총장 장모 대응 문건, 채널A 사건 등을 보면 당시 손 검사는 검찰총장과 가족, 검찰 보호를 위한 대응 논리를 개발하고 실제 그렇게 일을 해온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을 공격하던 '채널A 사건' 제보자 지현진씨 판결문을 김 의원에게 전달한 것도 검찰 조직과 윤 총장을 보호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고발 사주 의혹 수사 일지와 수사 결과. 한국일보


하지만 손 검사의 고발장 전달 행위를 '총선 개입'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는 이견이 나온다. 2020년 4월 3일과 8일 두 차례 고발장이 전달됐다고 해서, 총선(15일)에 영향을 주려했다고 단정할 순 없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그러나 김 의원이 손 검사에게 받은 고발장을 소속 정당에 건넨 것만으로도 공무원 등의 선거 관여를 금지한 선거법 85조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제시했지만, 손 검사가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어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공수처가 고발장 작성자를 특정하지 못하면서 초라한 수사결과는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단계부터 기재했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고발장 작성자 특정을 전제로 적용한 것이었다. 공수처는 손 검사가 고발장을 전달한 것은 확인했지만, '누가 어떤 이유로 어떻게 작성했는지' 밝혀내지는 못했다. 직권남용 혐의로 함께 입건된 윤석열 당선인(당시 검찰총장)으로 뻗어나갈 수사 동력을 상실한 이유도 작성자를 알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직권남용 혐의는 손 검사가 고발장을 작성하도록 누군가에게 지시했다는 부분과 관련 되는데, 기소할 정도의 증거 수집은 못했다"고 인정했다.

일각에선 명확하게 사건 실체를 규명하지 못한 상태에서 손 검사를 기소한 것을 두고 "무리한 혐의 적용"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공수처는 앞서 외부 법률전문가로 구성된 공소심의위에서 손준성·김웅 불기소 권고를 의결했음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소하기로 결정했다. 공수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김형준 전 부장검사 사건에선 기소 권고를 따르면서 심의위 권고 내용까지 공개했지만, '고발 사주' 사건에선 권고 내용을 비공개했고 결과도 수용하지 않았다.

손현성 기자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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