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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주도하고 국민의힘·정의당이 합작한 '누더기' 검수완박

입력
2022.05.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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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두 번째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를 다루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안이 통과된 직후 동료 의원들과 기뻐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두 번째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를 다루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안이 통과된 직후 동료 의원들과 기뻐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를 골자로 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형사소송법 개정안)이 3일 국회 본회의와 국무회의를 잇달아 통과하면서 입법 절차가 마무리됐다. 정치권과 법조계가 한바탕 몸살을 앓은 끝에 나온 결과물이지만, 이로 인해 국민의 삶이 나아지는 점은 불분명하고 부작용만 뚜렷하다는 박한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검찰 권한의 핵심인 직접 수사권이 경제와 부패 범죄 분야에서 남게 되면서 취지가 퇴색했다. 민주당은 본회의에서 검찰 직접 수사권을 대체할 '한국형 FBI' 설치를 위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의결했지만, 국민의힘이 특위 자체에 반대해 공전할 가능성이 크다.

선거와 공직자 범죄에 대한 검찰 직접 수사권이 폐지되면서 권력자가 법망을 빠져나갈 구멍은 커지고, 가정폭력 등 민생 범죄 피해자 구제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강성 지지층에 휘둘려 선악 대결 반복한 민주당

이 같은 누더기 입법은 '정치의 실패'가 초래했다. 강성 지지층의 압박을 받고 정교한 로드맵도 없이 형사 사법체계 근간을 흔든 민주당의 책임이 가장 크다. 대선 석패로 인한 강성 지지층의 울분을 달래는 데 급급한 민주당의 모습을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해괴한 푸닥거리”라고 표현한 바 있다.

민주당은 민주적 대화와 토론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꼼꼼한 법을 만드는 대신 ‘개혁’ 대상인 검찰을 악(惡)으로 몰았다. 선악 대결 구도를 짜는 손쉬운 길을 택한 것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선악 구도를 앞세웠다 역풍을 맞아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통령으로 만들었지만, 과오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박광온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수완박법으로 불리는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가결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광온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수완박법으로 불리는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가결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법안 처리"라는 자체 시간표를 지키기 위해 부작용 우려를 간과했다. 검수완박 강경파인 김남국 민주당 의원조차 지난달 26일 법안 심사 과정에서 “공익을 침해하지만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환경 분야 등의 소송에선 시민단체가 피해자를 대신해 고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사건의 경우 고발인의 정당한 이의신청권이 제한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결·공포된 법에 따라 고발인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대상에서 빠지면서 김 의원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민주당은 시한 내 법안 처리를 위해 사상 초유의 '위장 탈당' 꼼수를 쓰는 등 의회주의에도 오점을 남겼다.

합의 번복 국민의힘, 오락가락 정의당도 일조

국민의힘도 결과적으로 일조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2일 의원총회를 열어 당내 추인을 받은 뒤 박병석 국회의장이 마련한 '검수완박 중재안' 처리에 합의했지만 사흘 만에 파기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반대한 것이 배경으로 알려진다. 합의 번복은 민주당 입법 독주에 명분을 제공했다.

정의당은 사실상 조연이었다. 정의당이 대변하는 소수자와 약자의 권리 구제를 검수완박이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지만 정의당 의원 6명은 지난달 30일 검찰청법 개정안 표결 때 전원 찬성표를 던졌다. 민주당이 ‘회기 쪼개기’ 전략을 동원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조기 종료하며 반대 의견을 막을 때도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지지층의 비판이 쇄도하자 정의당은 3일엔 전원 기권표를 던졌다. 그러나 "정의당이 '조국 사태'에 이어 또 한번 민주당 2중대를 자처했다"는 진보층의 반발은 여전하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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