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중대재해법 고친다... '경영진 필요 조치' 구체화할 듯

입력
2022.05.03 19:30

노동계 "빠져나갈 구멍 만들어 주는 셈" 반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오후 외부 일정을 마친 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집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오후 외부 일정을 마친 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집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윤석열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의 불확실성을 해소해 달라는 경영계 요구를 수용해 법령 개정 추진을 공식화했다. 별도의 지침이나 매뉴얼을 통해 사실상의 '면책조항'을 포함시킬 것으로 보인다.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49번부터 55번에 노동분야 국정과제를 배치했다. 5년 전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는 노동분야가 두 개(63, 64번)만 포함된 바 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6대 국정목표 중 세 번째가 '따뜻한 동행'"이라며 "과거 보수 정부와 달리 실용적인 정부로서 사회적 약자를 아우르는 것이 목표"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산업재해 예방 강화'를 노동분야의 첫 번째 과제로 제시한 것이다. 대체로 대선 공약집 내용을 구체화한 수준인데, 마지막에 '산업안전보건 관계법령 정비'라는 새로운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인수위는 "법령 개정 등을 통해 현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지침·매뉴얼을 통해 경영자의 안전 및 보건확보 의무 명확화"라는 의미라고 했다.

이는 지난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을 손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은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해설서 등을 통해 '안전보건조치 의무'에 대해 △재해예방에 필요한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 △재해 발생 시 재발 방지 대책의 수립 및 이행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가 관계 법령에 따라 개선 시정 등을 명한 사항의 이행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 이행에 필요한 관리상 조치라고 부연 설명해뒀다.

하지만 경영계는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하다고 불만을 제기해왔다. 경제단체장들은 지난달 2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면담 자리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현실에 맞게 수정하는 대신 재해예방 활동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며 강하게 요구했다.

새 정부는 경영계의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해 법령 개선에 착수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얼마 정도의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거나 안전 난간 설치 등 경영진이 이행해야 할 '필요한 조치'를 지침이나 매뉴얼을 통해 구체적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노동계는 이 같은 법령 개정이 사실상의 면책 조항을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산업안전보건법의 안전보건 조치의무와 유사하게 만들어 경영책임자와 법인이 수사와 재판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며 "지침·매뉴얼을 통한 방식은 안전보건규제를 형해화하는 대표적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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