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효과?…김인철 '풀브라이트 의혹'에 "가족 매도 걱정" 사퇴

입력
2022.05.03 16:30
수정
2022.05.03 21:1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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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장관 후보자' 중 첫 낙마 사례
장학금 특혜부터 총장 시절 행적까지 논란
"가족, 제자에게 가혹 ... 마지막 품격 지키겠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 앞에서 사퇴 입장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 앞에서 사퇴 입장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3일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다. 지난달 13일 후보자로 지명된 지 20일 만이다. 윤석열 정부 내각의 첫 낙마 사례다. 온 가족이 '풀브라이트 장학금' 혜택을 받았다는 논란에 이어 이른바 '방석집'으로 불리는 식당에서 논문심사 관련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자 더 이상 견디기 힘들었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청문회서 소명"... 정면돌파 의지 불태웠지만

김 후보자는 이날 오전 9시 30분 인사청문회 준비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마지막 봉사를 통해 돌려드리고 싶었지만 많이 부족했다. 어떤 해명도 하지 않겠다. 모두 저의 불찰이고 잘못"이라며 후보자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는 입장문 발표 후 "마지막 품격을 지킬 수 있도록 협조해 주길 바란다"며 더 이상의 추가 해명 없이 취재진의 질의도 받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사실 교육계에선 김 후보자가 지명된 직후부터 인사청문회 통과가 순탄치 않을 거란 예상이 나왔다.

김 후보자가 교육부 감사에서 교비회계 부당 집행이 적발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걸 시작으로 한국외대 총장 시절 대기업 사외이사 겸직을 본인이 허락한 '셀프 허가', 대학 발전기금 모금을 명목으로 한 이른바 '금수저' 학생 현황 파악, 법인카드 쪼개기 결제 등 온갖 의혹이 줄줄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총장으로 재직할 때 총학생회 학생들을 향해 막말을 하는 장면이 공개됐고, 성폭력 교수를 옹호했다는 주장이 나오며 교육부 수장으로서 자질이 부족하단 비판에도 시달렸다.

온갖 문제 제기에도 김 후보자는 그동안 꿋꿋하게 '정면 돌파' 의지를 표명했다. 교육부를 통해 몇 차례 해명 자료를 내 자신의 입장을 꾸준히 밝혔고 "청문회에서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전날인 2일 '제자 논문 짜깁기' 의혹이 보도되자 그는 밤 늦은 시간인 오후 11시쯤 "두 논문은 별개의 논문으로 사실과 다른 추측성 보도는 자제해 주길 바란다"는 해명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제자를 청문 증언대에 세울 수 없어"

그러나 풀브라이트 장학금 특혜 문제를 두고 가족들의 신상이 노출되기 시작하고, 계속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자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방석집'에서 접대를 받으며 제자의 박사논문 심사를 했다는 제자의 자서전 내용이 공개된 것이 사퇴 결심을 굳힌 방아쇠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자는 사퇴 후 교육부 대변인실을 통해 "가족의 미래까지도 낱낱이 매도당할 수 있다는 염려가 있었다"며 "사랑하는 제자들까지 청문 증언대에 불러내는 가혹함을 없애고 싶었다"고 추가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일부 야당 의원마저 김 후보자를 향해 고위공직자로서 적절치 못한 처신이라고 공개 비판한 것도 적지 않은 압박으로 작용했을 거란 전망이다.

'조국 사태'로 말미암아 '공정'을 줄기차게 강조했던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교육 수장이 불공정 논란으로 낙마하면서 새 정부의 국정 기조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소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사람들이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풀브라이트 온 가족 찬스 의혹"이라며 "특권층만 누릴 수 있는 각종 찬스와 혜택을 알차게 누리면서 일말의 반성도 없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박탈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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