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단체장 명의 격려금 가능" 청문회서 거짓말한 원희룡

입력
2022.05.03 17:15
지자체장 명의 격려금 금지 법령·규칙에도
元 "행안부령상 단체장 명의 가능" 거짓말
법령엔 "기부행위로 간주 집행 안 돼" 명시
위법 실토한 셈… 민주당, 원희룡 고발 검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청문위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박상혁 의원="업무추진비 현금 격려금은 축의·부의금 외엔 개인 명의를 쓸 수가 없고, 도청 이름을 써야 한다.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사용처 등에 '도지사', '원희룡'으로 돼있는데 공직선거법 위반 정황 맞습니까."

▶원희룡 후보자="관련 규정을 확인해봤습니다. 행정안전부령에 단체장 명의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제가 확인해본 규정은 그렇지 않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의 기부행위를 금지하는 법령·규칙에 어긋나는 발언을 한 것으로 3일 파악됐다. 원 후보자가 법조인 출신이란 점을 감안하면 기부행위 금지 조항을 몰랐을 리 없어 '청문회 순간만 모면하려고 대놓고 거짓말을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제주지사 시절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중 격려금 개인 명의 현금 지급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 자료.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청문회에서 원 후보자의 제주지사 시절 '도지사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가운데 개인 명의가 적시된 부분을 문제 삼았다. 앞서 원 후보자가 업무추진비로 상황실 운영부서·현장근무자 등 직원, 시도 친선체육대회·탐라국 입춘굿 등 지역행사 참가자, 바자회·이재민 등에게 수차례 격려금과 성금을 지급하면서 성명 '원희룡' 또는 직명 '도지사'로 기재해 집행한 것을 두고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관련기사 : '도지사 원희룡' 격려금 선거법 위반 소지…업무추진비 부적절 사용 흔적도)

박 의원이 선거법 위반 의혹을 제기하자, 원 후보자는 "행정안전부령에 단체장 명의로 할 수 있게 돼있다"고 반박했다. 원 후보자가 말한 행안부령은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이다. 그러나 해당 규칙 제4조는 원 후보자 주장과 달리 '집행 상대방이 선거법상 기부행위 대상자에 해당하는 경우 축의·부의금품에 해당하는 업무추진비 집행을 제외하곤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의회 명의로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소관 부처인 행안부의 회계제도과는 상세 해설서를 만들어 지자체에 배포하기도 했다. 조문 해설에도 축의·부의금품에 해당하는 업무추진비를 집행하는 경우 외에는 자치단체 명의로 해야 하며, 지자체장 직명·성명을 밝히거나 그가 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행위는 기부행위로 봐 집행할 수 없다고 적시됐다. '전라남도지사가 업무추진비를 집행하는 경우→전라남도로 표기' 등 예시까지 나와있다.

행정안전부가 2017년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에 대해 배포한 해설서. 행정안전부

이런 규칙을 둔 이유는 선거법상 지자체장의 기부행위 금지에 저촉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격려금품을 지자체장 명의로 선거구민에게 집행하는 경우 상시 선거운동에 해당할 수 있다. 한국일보가 제주특별자치도 외 8개 도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살펴본 결과, 대체로 현금보다는 카드로 사용됐으며, 격려금 집행내역에 도지사 실명을 명시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원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단체장 명의로 가능하다"고 답변하면서, 그동안 도지사 개인 명의로 격려금이 집행됐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모양새가 됐다. 박 의원이 보충 질의에서 관계 법령 조문을 들어 재차 따져묻자, 원 후보자는 "실무에서 혼선이, 집행 과정에서 서로 다른 의견이 있었던 것 같다"고 답변을 바꿨다.

박상혁 의원은 이날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청문회에서 원 후보자는 '하루만 때우겠다'는 생각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법령 해석 잘못인 것처럼 도지사 명의로 기부행위한 걸 인정하다가, 법령을 들이대니 실무자 견해차라고 말을 바꿨다"며 "원 후보자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유지 기자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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