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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마담이었나" 모욕에도 한덕수 "총리직에 모든 것 바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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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저자세 모드'와 '철통 방어 모드'를 수시로 오가면서 더불어민주당의 거센 검증 공세를 받아냈다.
공직자 퇴직 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고액 연봉을 받았다는 지적에는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국적 기업과 '월세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나, 배우자가 그림을 팔아 부당 이익을 취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증거를 대라” “황당하다”며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15년 전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재정경제부 장관 등을 지내고 '공직 졸업'을 했던 한 후보자는 “이번이 저의 마지막 공직”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초대 총리가 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한 후보자는 6번 넘게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4년간 김앤장 고문을 지내면서 약 20억 원을 받은 데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은 "얼굴마담이었나" "로비스트·브로커로 활동했나" "총리 찬스로 고문이 됐나" 등 수위를 넘나드는 공격을 퍼부었다.
한 후보자는 발끈하는 대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연간 5억 원의 급여가 너무 많다는 국민 정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국민 눈높이에서 봤을 때 높은 수준의 봉급을 받았다는 것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했다. ‘공직→김앤장→공직→김앤장’의 경력을 거친 한 후보자가 또다시 공직에 나서는 점을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꼬집었을 때도 "국민 눈높이에 비춰 송구하다”고 했다.
다만 한 후보자는 “이해충돌이나 전관예우가 아니라면, 여러 직책에서 경험과 능력을 쌓은 사람들이 민간에 가서 국가를 위해 도울 일은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김앤장에서 활동한 것이 국가를 위한 봉사 차원이었다고 주장했다.
한 후보자는 인정했다가 법적 문제로 커질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철저히 선을 그었다. 때때로 목소리도 높이며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김회재 민주당 의원은 한 후보자의 서울 신문로 자택을 임대했던 미국 모빌사가 1996년 석유개발공사가 주관한 해외 천연가스 개발사업에 참여한 사실을 거론하며 이해충돌 가능성을 짚었다. 한 후보자는 해당 주택을 미국 통신 업체인 AT&T와 미국계 글로벌 정유사인 모빌오일코리아에 1989년부터 10년간 임대해 6억2,000만원의 임대 소득을 올렸다.
한 후보자는 미국 기업에 특혜를 준 대가로 월세를 챙겼다는 의혹에 대해 "얼마나 터무니없고 황당한 이야기인지 이미 설명 자료로 다 드렸다”고 반박했다. “증거를 내달라” “터무니없다” “황당하다”는 격정적 표현도 동원했다.
한 후보자의 배우자인 화가 최아영씨의 그림 판매 과정에서 한 후보자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도마에 올랐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부영주택이 2012년 최씨의 개인전에서 그림 3점을 2,300만 원에 사들인 것과 부영주택의 미국 진출 사이의 연관성을 캐물었다. 한 후보자는 “부영주택의 미국 진출을 전혀 아는 바가 없고 도운 바도 없다”고 했다. 최씨의 사촌오빠가 부영주택의 미국 법인장을 하고 있다는 추궁이 이어졌지만 “지금은 (법인장을) 관두셨다”며 연관성을 부인했다.
한 후보자는 외환은행 먹튀 논란을 두고 한국 정부와 국제 소송을 벌이고 있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유리한 이른바 '매국 발언'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손사래를 쳤다. 론스타는 소송에서 “한국 사회의 외국 자본에 대한 반감이 너무 강하다” “대한민국 국회와 국민, 언론 모두가 외국 자본에 대해 너무 지나치게 국수주의적”이라는 한 후보자의 과거 발언을 소송 자료로 활용했다.
“경악스럽다”는 이해식 민주당 의원의 비판에 한 후보자는 “론스타는 내가 얘기한 일부분을 갖고서 전체 국민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몰아간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앤장이 론스타의 법률대리인이었던 사실과 연관지어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현직에 있는 공직자 후배들에게 (론스타에 유리하게) 유권해석을 해준 것 아니냐"는 강병원 의원의 추궁에도 "너무 나간 것"이라며 맞받았다.
한 후보자는 총리직을 맡아 나라에 보탬이 되겠다는 왕성한 의지를 내보였다. 일부 공직 후보자들이 청문회에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초연 전략’을 쓰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강병원 의원은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 한 후보자 재산이 44억 원 늘어난 사실을 지적하면서 “축재에만 몰두했던 후보자가 다시 공직에 복귀하는 것을 국민이 반대한다. 관직을 팔아 돈을 벌었다면 최소한 다시 공직 맡을 생각은 버리시라”고 직격했다. 한 후보는 “그렇게 좋다는 (고액 연봉 등) 모든 것을 버리고 총리 제의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응수했다.
총리 후보자로서 포부를 묻는 질문엔 “이것이 저의 마지막 공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총리 인준에) 동의를 해주시면 저의 모든 힘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반응은 냉랭했다. 신동근 의원은 한 후보자가 김앤장 고문은 물론 △에쓰오일 사외이사(연봉 6,000여만 원) △무예마스터십 조직위원장(4개월간 활동비 2,000여만 원) 등을 지낸 것을 '황제 꿀알바'로 지칭하며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한 후보자 청문회는 3일에도 이어진다. 그의 총리 인준 여부는 국회 표결로 결정되는데, 민주당이 찬성하지 않으면 인준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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