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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당선인과 '맞짱' 구도 원하는 송영길·김동연... '몸집 키우기' 전략?

입력
2022.05.03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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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직후 선거... '윤석열 견제' 프레임 주효
'거인'과 겨루는 모양새로 몸집 키우는 전략

“윤석열 정부와 싸우겠다.”

6ㆍ1 지방선거에 뛰어든 더불어민주당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한 줄짜리 각오다. ‘승부처’로 불리는 수도권 후보들이 특히 그렇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최고권력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맞서는 구도를 형성해 ‘몸집’을 키우겠다는 의도도 보이고, 차기 정부에 대한 낮은 기대를 감안할 때 ‘한 번 해볼 만하다’는 현실적 판단 역시 작용한 듯하다.

송영길·김동연 "윤석열 견제해야" 한목소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대구 동성로를 찾아 지지자들을 향해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대구=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대구 동성로를 찾아 지지자들을 향해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대구=인수위사진기자단

송영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2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사회자가 각오를 묻자 “윤석열 검찰공화국의 국민에 대한 인권ㆍ자유ㆍ재산권 침해를 막아내겠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려 서울시장직에 도전했다는 것이다. 출마 선언문과 민주당 후보 선출 입장문에서도 송 후보는 “윤석열 정부 독주를 막아내기 위해 출마가 불가피했다”는 논리를 폈다.

김동연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도 경쟁자를 윤 당선인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김 후보는 앞서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를 ‘윤석열 아바타’라고 칭한 데 이어, 이날 “김은혜 후보는 윤 당선인 대변인으로 활동했을 뿐 본인이 주체가 돼 한 일은 하나도 없다”고 직격했다. 최근 지역순회 행보를 지속하는 윤 당선인을 향해선 “대통령이었으면 탄핵감”이라고 거칠게 비판했다. 출마 사유도 “윤석열 정부의 독선 견제”로 송 후보와 똑같다.

"싸울 자격 충분"… '尹 허니문' 오면 낭패

더불어민주당 김동연(왼쪽 두 번째) 경기지사 후보와 송영길(세 번째) 서울시장 후보. 고영권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동연(왼쪽 두 번째) 경기지사 후보와 송영길(세 번째) 서울시장 후보. 고영권 기자

윤석열 견제가 민주당 후보들의 ‘사명’이 된 건, 기본적으로 이번 지방선거가 윤 당선인 취임 3주 만에 치러지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재선의원은 “‘윤석열 힘 싣기냐, 아니냐’가 유일한 선거 프레임”이라고 잘라 말했다.

몸집 키우기 전략도 엿보인다. 진짜 맞상대 오세훈 서울시장ㆍ김은혜 경기지사 후보가 아닌 윤 당선인과 겨루는 그림을 만드는 것이 경쟁력 부각 차원에서 낫다는 결론을 내렸을 수 있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가장 센 사람과 싸우겠다는 전략이 후보의 값어치를 키우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말했다.

송 후보와 김동연 후보는 특히 윤 당선인과 경쟁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자평한다. 송 대표는 직전 당대표를 지낸 터라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설욕하겠다”는 명분이, 김 후보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정치적 터전을 사수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는 것이다.

두 후보의 자신감은 아직 출범 전인데도 윤석열 정부에 대한 여론의 반감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에 기반한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 당선인의 국정운영 기대감은 40%대로 전직 대통령들에 비해 높지 않다. 변수는 취임 후 맞닥뜨릴지 모르는 ‘허니문 기간’이다. 한 수도권 의원은 “‘새 대통령을 한번 믿어보자’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윤석열 정부와 싸우겠다는, 투쟁 일성이 자칫 국정훼방으로 비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도 표심 빠질라... '검수완박'엔 몸 낮추기

송영길ㆍ김동연 후보는 민주당이 추진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국면에 적극 발을 담그지 않았다. 당 입장에 보조를 맞추는 정도다. 중도ㆍ유보층이 많은 수도권 유권자들이 검찰개혁 등 정쟁 성격이 뚜렷한 현안에 거부감이 크다는 점을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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