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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미팅' 방불 김정은 '사진정치'... 北, 도발 앞두고 내부결속 가속

입력
2022.05.02 16:20
수정
2022.05.0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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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열병식 참가자들과 잇단 사진 촬영
스킨십 강화, '인간적 수령' 이미지 부각
'핵무력' 메시지 재생산... 긴장감 조성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달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가한 청년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달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가한 청년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만세!”

1일 평양 모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자 청년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지난달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4월 25일) 기념 열병식에 참가했던 이들이다. 청년들은 ‘팬 미팅’을 방불케 하듯, 최고지도자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일생의 영광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김 위원장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우리 청년들의 기세가 정말 대단하다. 학업에 매진해 훌륭한 역군이 돼라”고 격려했다.

김 위원장이 ‘사진 정치’에 골몰하고 있다. 태양절 등 국가 기념일을 총정리하는 열병식이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행사에 기여한 참가자들과 연일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것이다. 조만간 점쳐지는 고강도 도발을 앞두고 충성심을 고취시켜 내부 단합을 도모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노동신문은 2일 김 위원장이 전날 열병식에 참가한 평양시 대학생, 근로청년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보도했다. 카드섹션과 군무 등 대규모 행사에 동원된 인력들이다. 신문은 지난달 27일 각급 부대 지휘관 및 병사들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김 위원장 관련 사진촬영 소식을 전했다. 그는 열병식 촬영과 보도, 편집 작업 등을 맡았던 조선중앙방송위원회 간부ㆍ실무자들과도 사진을 찍었다. 성공적 열병식에 대한 일종의 ‘포상’인 셈이다.

잇단 사진 촬영은 대민 접촉면을 넓혀 ‘애민’ 지도자상을 부각하는 데 적격이다. 같이 사진을 찍으려면 주민들과 직접 만나고 일정 시간 대기도 해야 한다. 최고지도자가 스스로 수고로움을 감수한다는 뜻이다. 민심도 이런 점을 모를 리 없다. 주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격려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인간적 수령’의 이미지가 각인된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북한에서 김 위원장은 영도자 이상의 ‘슈퍼스타’”라며 “가까이 하고 싶은 정서적 열망을 충족시켜 주면서 충성심을 끌어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무력’ 메시지를 재생산하는 효과도 있다. 김 위원장은 열병식에서 적극적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는데, 나흘 뒤인 지난달 29일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리영길 국방상 등 군 수뇌부와 만난 자리에서도 “필요하다면 선제적으로 제압해야 한다”며 재차 같은 취지의 언급을 했다.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과 21일 한미정상회담 개최 전후 고강도 무력시위 감행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긴장감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북한에 비우호적인 대외 환경을 돌파하려는 노림수가 엿보인다. 실제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최근 3번 갱도 입구 평탄화 공사가 진행되는 등 7차 핵실험에 필요한 단계적 작업이 계속 포착되고 있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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