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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옆 카페는 "어린이 출입금지", 정말 차별이 아닌가요

입력
2022.05.0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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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노키즈존 논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어린이공원 옆 카페는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으로 운영된다. 어린이공원의 놀이기구 사이로 노키즈존 카페가 보인다. 전혼잎 기자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어린이공원 옆 카페는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으로 운영된다. 어린이공원의 놀이기구 사이로 노키즈존 카페가 보인다. 전혼잎 기자

아이들이 삼삼오오 뛰노는 서울 마포구의 한 어린이공원. 바로 옆 카페는 영·유아와 어린이, 그리고 이들을 동반한 고객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키즈존'이다.

한 손님은 이 카페를 추천하면서 "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창 너머로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글을 온라인에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뛰노는' 아이들은 카페에 들어올 수 없다. 점주에게 카페를 노키즈존으로 운영하는 이유를 물었으나 "답변이 어렵다"는 입장만을 들을 수 있었다.

어린이를 인격을 가진 존재로 대접하자는 의미의 어린이날이 100주년을 맞이했으나 국내선 노키즈존이 '차별'이라는 인식조차 흐릿하다. 기자가 포털사이트에서 노키즈존을 검색하자 375개의 업장이 나왔다. 노키즈존은 명시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더 많은 매장이 있을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7년 "노키즈존은 차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13세 이하 아동의 이용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나이에 따른,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행위라는 판단이었다.

여론은 그렇지 않다. 노키즈존 관련 최근 조사(한국리서치·2021년 11월 성인 1,000명 대상)에서 응답자의 71%가 '노키즈존을 허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어린이와 동반 손님을 차별하는 행위이고, 출산 및 양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므로 허용할 수 없다'는 응답은 17%에 그쳤다.

똑같이 연령을 이유로 출입을 금지하더라도 '노중년존'을 차별로 보는 비율은 68%, 노키즈존을 차별로 보는 비율은 44%였다. 전혜진 한국리서치 여론본부 책임연구원은 "노중년·노키즈 모두 업소의 피해 사실로부터 시작된 점은 같다"면서 "그런데 왜 중년에 대해서는 일반화하여 차별하면 안 되지만 어린이는 괜찮은가"라고 물었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어린이날 100주년, 어린이차별철폐의 날 선포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어린이가 노키즈존 반대 문구가 적힌 스케치북을 들고 있다. 뉴시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어린이날 100주년, 어린이차별철폐의 날 선포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어린이가 노키즈존 반대 문구가 적힌 스케치북을 들고 있다. 뉴시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노키즈존에는 아이들은 어른의 처분에 의해 맘대로 할 수 있는, 동등한 인격체가 아니라는 생각이 깔린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영업에 방해가 되는 사람을 개별적으로 못 들어오게 하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특정한 집단이 경향을 보인다는 이유로 전체를 못 들어오게 하는 일은 차별"이라고 했다. 이어 "부모, 아이라는 이유로 레스토랑이나 카페에 들어설 때마다 노키즈존인지 확인하는 일은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도 경우에 따라 이용제한 또는 퇴장요구가 가능함을 미리 고지하는 방식 등으로 풀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이러한 중재안에 대한 고민보다는 노키즈존이 '필요하다' 혹은 '필요하지 않다'는 소모적인 입씨름만 계속되고 있다.

노키즈존 카페 옆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모여 숙제를 하던 초등학생에게 물었다. 수업 시간에 노키즈존에 대해 들어봤다는 그는 고민도 않고 대답했다. "노키즈존은 기분 나빴어요. 그래서 어른이 되면 이런 노키즈존을 만들지 않을 거예요. 얼마나 좋지 않은 일인지 알고 있으니까요."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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