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패션은 당신 옷장 속에 있다... 의류소비방식에 따른 탄소배출량은?

입력
2022.05.03 14:00
핀란드 연구진 분석, '오래 입기'가 최고의 방식
'렌털 의류'는 배송 과정 때문에 탄소배출 높아

지구에 무해한 옷은 존재할까. 안타깝게도 답은 ‘아니오’다. 미세플라스틱을 유발하는 합성섬유를 쓰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렇다.

자연유래 섬유 역시도 가공하는 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천연 소재인 면의 경우 대량 생산을 위해 목화 재배과정에서 화학비료와 살충제를 사용한다. 재배노동자의 건강은 물론 주변 생태계를 손상시킨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을 어떻게 입어야 할까.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원칙은 이렇다. “가장 지속가능한 옷은 당신의 옷장에 있다.”


지난해 11월 칠레의 한 사막에 쌓인 헌옷 쓰레기 속에서 사람들이 재활용 가능한 옷을 선별하고 있다. 선진국의 패스트패션 열풍 속에서 버려진 옷들은 개발도상국의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핀란드 라펜란타 기술대학교의 연구진은 의류 소비방식에 따른 탄소배출량 등 환경영향을 측정했다. 일반적으로 청바지 한 벌을 200회 입고 버린다고 가정한 뒤 △중고로 되팔기 △재활용하기 △빌려 입기 △오래 입기 등 방식과 비교한 것이다.

가장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건 빌려 입기였다. 이는 최근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옷장 공유’ 또는 ‘월정액 의류 렌털’ 서비스를 말한다. 다른 사람이 사놓고 입지 않는 깨끗한 옷을 빌려 입는다는 점에서 소비하지 않고 패션을 챙긴다는 취지. 하지만 빌려 입기는 오히려 ‘입고 버리기(200회 기준)’보다 부작용이 컸다. 의류 배송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이 크기 때문이다.

가장 친환경적인 건 단연 오래 입기였다. 200회 입은 뒤에도 더 입을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입는 것이다. 그다음으로 환경영향이 적은 건 중고로 되팔기였다. 내가 입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그 옷의 수명을 연장한다.


지난달 23일 서울에서 열린 다시입다연구소의 의류교환 파티에서 교환된 옷에 사연이 적혀있다. 사놓고 입지도 않지만 버리지도 못할 옷을 다른 이들과 바꿔 입자는 게 연구소의 모토다. 다시입다연구소 제공

체형과 취향이 변한다는 점에서 중고거래는 괜찮은 대안이다. 비영리스타트업 다시입다연구소는 이 점에 착안해 2019년부터 약 18회의 중고의류 교환파티를 열었다.

정주연 다시입다연구소 대표는 “설문 조사를 했더니 입지는 않지만 버리지도 못하는 멀쩡한 옷이 옷장의 약 21%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처럼 새것이나 다름없는 옷을 서로 교환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그동안 참가자들이 교환한 의류는 2,564점, 이를 통해 절약한 물의 양은 74만7,347톤으로 추정된다. 새 옷을 만들기 위한 원재료 가공부터 염색 등 화학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사용되고 오염되는 물의 양을 줄였다는 취지다.

그럼에도 만약 새 옷을 사야 한다면 소재와 제조공정 등을 공개한 제품 위주로 꼼꼼히 따져보는 게 좋다. 의류 디자이너인 이옥선 한국윤리적패션네트워크 이사는 “의류 자체 소재가 천연섬유라도 취급주의 라벨은 보통 합성섬유로 만들기 때문에 100% 플라스틱 프리 제품은 드물다”며 정확한 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패션 브랜드의 정보공개 수준이 낮아 이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 영국의 비영리단체 패션레볼루션의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패션브랜드 250곳의 투명성 평균 점수는 100점 중 23점에 그쳤다. 원자재 공급처나 플라스틱 사용량 등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이다.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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