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원희룡, "제주여행 자제" 회견 이틀 전 전국 청년들과 단체 회식

입력
2022.05.02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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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우려 속 전국서 온 청년들과 회식
서울 모녀 손배소, '여행 자제' 호소와 배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출근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출근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제주지사로 재임하고 있던 2020년 4월 전국의 국민의힘 청년위원회 관계자들을 제주로 불러 회식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원 후보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타 지역 주민들에게 제주 방문 자제를 호소했지만, 정작 본인은 소속 정당 관계자들을 초청함으로써 '내로남불'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원 후보자는 2020년 4월 21일 제주시 연동의 한 흑돼지고깃집에서 국민의힘 중앙당 청년위원회 관계자 등 23명과 간담회를 열고 식사비로 70만 원을 지출했다.

간담회에는 전국 각지의 청년 정치인들이 참석했다. 제주를 비롯해 서울·경기·인천·부산 등 10개 지역에서 온 청년위원회 전·현직 관계자 17명이 원 후보자와 함께 식사했다. 제주가 아닌 다른 지역 인사만 13명이었다. 원 후보자를 비롯해 제주도 공무원 6명과 국민의힘 소속 제주도의원 1명이 동석했다.

회식 한 달 전 "서울 모녀에 법적 책임 묻겠다"

당시 제주는 코로나19 확산 위기로 사실상 비상상황이었다. 제주도청은 회식 한 달 전인 2020년 3월 코로나19 증세에도 제주도 여행을 다녀간 서울 강남 거주 모녀를 상대로 1억 원가량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원 후보자는 당시 "방역지침을 어기고 제주 여행을 하려는 사람들에 대해 제주도민들을 대표해서 전하는 강력한 경고"라며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회식 전후로 전국에 '제주 방문 자제'를 요청했다. 원 후보자는 회식 이틀 뒤인 2020년 4월 23일 "가급적 제주로의 여행을 자제해달라"면서 "그래도 오겠다면 자신과 이웃, 청정 제주를 지킬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외적으로는 외지인들의 제주 방문을 말리면서 정작 원 후보자는 전국의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을 불러 단체 회식을 한 셈이었다.

민주당 "내로남불의 전형 아닌가"

조 의원은 "원 후보자는 제주 방문 자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까지 해놓고 정작 본인은 20명에 가까운 전국 청년위원들과 식사를 한 것은 내로남불의 전형"이라며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을 앞둔 사전 정치행위가 아니냐는 의혹이 짙다. 사전 선거운동 및 방역법 위반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원 후보자 측은 "당일 행사는 청년위원회의 제주 방문에 따라 제주도 시책과 지역을 홍보하고 지역 현황에 대한 내용을 공유하는 공식적인 자리였다"며 "2020년 6월 도청에서 충분한 설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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