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착 어렵다면 우선 관심부터'...관계인구로 지역소멸 막기

입력
2022.05.03 04:30
꼭 정착해 살지 않아도 관계인구로 지역 활성화
일본 등지서 효과 다수...선행 노력들 필요해

편집자주

※우리 사회의 출생아 수 감소와 고령자 수 증가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빠릅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인구쇼크’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미래가 예상되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경제학자이자 인구 전문가의 눈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한국일보>에 3주 단위로 화요일 연재합니다.

지난달 16일 강원 홍천군 서면 반곡리에서 열린 '함께하는 100년 봉사대' 농촌 일손 돕기 행사. 연합뉴스

<36>방관과 애정 사이 ‘관계인구로 지역소멸 방어’

인구변화는 공간문제에 닿는다. 교육·취업·의료 등 기반 환경이 우수한 도시로의 쏠림 현상이 심각한 출산감소 현상을 낳기 때문이다. 비교열위의 농어촌 지방 지역은 '자연감소+사회전출' 이중고 속에 급속히 위기 공간으로 전락한다. 반면 수도권은 사회전입 덕에 끝없이 팽창한다. 갈수록 자원독점이 심화되는 것이다. 미증유의 한국형 도농격차가 생긴 원인이다.

이로써 한계 지역은 절체절명의 소멸압박에 섰다. 도농 간 기울어진 운동장은 지속될 수 없다. 이 때문에 최근 지역 활력을 회복·강화하는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불모지부터 되살리자는 더 미루기 힘든 지역재생의 간절한 희망·도전의 결과다. 물론 그 과정은 복잡하고 지난하다. 지역 활성화를 위한 의지·능력부터 예산·방식까지 논쟁적이다. 그나마 관심조차 없던 예전보다는 홍수처럼 넘쳐나는 아이디어가 더 반갑다. 못 가본 경로기에 시행착오는 자연스럽다.

이 와중에 지역소멸에서 탈피할 달라진 방법론으로서 '관계인구의 확보 제안'이 주목받고 있다. 주민이 늘면 좋겠으나, 당장은 실현가능한 지역 관계부터 돈독히 쌓자는 중간 단계 대안모델로 해석된다. 즉 ‘교류인구→관계인구→정주인구’의 연결고리다.


신개념의 관계인구로 지역소멸 완화시도

관계인구는 지역과 관계를 지닌 외부인을 뜻한다. 주민등록상 거주·이주자인 정주인구와 다르다. 정주인구는 삶의 터전을 지역에 둔 주민이다. 지방 출신인데 도시 거주 후 귀향한 U턴, 도시 출신의 지방 이주인 I턴, 지방 출신의 기타 지역 이주그룹인 J턴을 아우른다.

관계인구는 다르다. 애정을 갖고 자주 찾거나, 지역 현안에 관심을 갖고 참가하는 경우다. 지역 연고나 직장·거주 등 거주 경험이 있다면 더 좋다. 즉 논쟁적인 정주 확대보다 관계인구를 늘리는 정책목표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른다. 뺏기고 뺏는 전입 경쟁이 아닌 지역과 함께 관계를 다지는 잠재적인 우군그룹을 지향한다. 교류인구도 있다. 관광·여행으로 한두 번 찾아온 경우다. 지역에 가봤지만, 특별·밀접한 관계가 없는 외부·방관적 위치다.

결국 관계인구는 정주·교류인구의 중간 단계다. 더 끈적한 관계인 체류인구까지 넣으면 ‘교류→관계→체류→정주’의 역학 관계가 설정된다. 체류는 연고 없이 잠깐 사는 한달살이가 대표적이다. 관계인구는 지역 활력을 높일 강력한 주체로도 평가받고 있다. 생활 터전을 둔 정주형 인구증가가 최선이나 사실상 닿기 힘든 목표란 점에서 현실타협적인 선택지다.

지난달 전북 완주 경천면에서 관광객들이 농촌체험 활동을 하고 있다. 최흥수 기자


관계인구를 늘리려는 다양한 선행노력들

관계인구는 앞서 지역소멸의 경고등이 켜진 일본에서 고안해낸 개념이다. 뭘 해도 재생성과가 낮아 고민하던 찰나 작지만 강한 연결을 떠올린 상상력이 한 몫했다. 제3의 주민이란 평가처럼 관계인구를 늘려 지역재생의 소중한 실마리를 만들어낸 사례도 많다.

2011년 일본 대지진 후 관계인구는 더 주목받았다. 관계성을 지닌 외지인의 규모·수준이 지역 활력과 직결된다는 경험은 이때 더 굳어졌다. 정책 무용론에 고민하던 일본 정부도 2018년 관계인구를 공식의제로 채택, 적극적인 기반 조성에 나섰다. 아예 총무성은 관계인구 포털사이트(www.soumu.go.jp/kankeijinkou)를 운영한다. 지역재생·인구대책의 대안 카드로 격상되며 법률 체계까지 갖췄다. 매년 30~40개 지자체의 모델사업을 선정해 지원한다. 이 사업은 현대사회의 옅어진 고향 구축까지 닿는다. 고향처럼 여기게 관계인구와의 복층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전략도 많다. 관계인구의 관심 공간은 지역보다 고향이란 단어로 공식화된다.

관계인구 확보사업은 몇몇 유형을 띈다. △관계를 지닌 사람과의 연결기회 제공 △앞으로 관계성을 가지려는 잠재 후보와의 수요 매칭 △도시 주민·조직의 연대로 지역 관심 배양 등이 그렇다. 특히 몸은 도시에 있지만 스킬·지식을 지닌 도시 인재에게 지역과제를 풀도록 함께 연대하는 협업사업이 눈에 띈다.

사업 성과는 좋다. 관계인구를 처음 제안한 걸로 알려진 NPO(도호쿠타베루통신)는 지역생산자와 도시소비자를 스토리로 연결해 화제를 낳았다. 생산자의 면면·생각을 스토리화한 정보지로 가치교류·현장접점의 기회를 늘리며 도농 간 신커뮤니티를 창출했다. 요컨대 CSA(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라는 지역지원형 농업모델로 발전했다.

오키나와의 섬 이에마을은 체험형 수학·교육여행을 통해 관계인구를 늘렸다. 민가숙박·어업체험을 여행사와 함께 프로그램으로 만든 후 단골 방문으로 유도해 관계성을 높인 것이다. 경험 후 다시 섬을 찾는 관계인구가 늘자 이곳에 취업·정주하는 성과도 나왔다. 1993·2018년을 비교하면 연간 숙박자(317명→4만4,370명), 수학여행 건(3개교→300개교), 민박 가정 수(22호→213호) 등 모든 부문에서 관계인구의 토대는 강화됐다.

2만3,000명까지 인구가 급감한 내륙의 히다시는 2017년 히다시 팬클럽을 만들어 약 7,000명의 관계인구를 확보했다. 회원 한정 이벤트와 할인행사 등 재미난 기획을 업그레이드해 회원이면 저절로 관광 대사가 되도록 접점을 강화한 덕택이다. 관계 안내소란 플랫폼에서는 체험여행·자원봉사 등 관계인구 타깃의 연결사업도 인기다.

‘관계→활력’의 순환형 네트워크 기대효과

주민이 늘면 지역은 산다. 문제는 이게 만만찮다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자원이 많은 중앙은 경직적이고, 한계가 많은 지역은 수동적이다. 둘의 괴리가 커질수록 소멸의 비탈은 깊어진다.

무관심한 교류인구와 고비용의 정주인구로 나뉜 이분법적인 사고체계를 넘어설 대안카드는 그만큼 절실하다. 해서 관계인구의 아이디어는 시의적절하다. 가성비가 좋을뿐더러 약간의 물꼬만 터주면 민간·지역의 새로운 혁신실험도 기대된다. 반면 갈등비용은 줄어든다. 외지인의 지역 정주는 곳곳이 허들 천지다. 배제적인 텃세부터 행정편의 규제까지 다양하다.

관계인구는 여기서 자유롭다. 방관하는 이방인과 생활하는 정주민 사이의 필요·수급을 매칭하면 느슨한 협업모델은 얼마든 만들어진다. 완벽한 방관과 각별한 애정의 중간 단위를 아이디어화하자는 의미다.

어떤 식이든 지역·주민과 연결되면 관계인구다. 출향인, 기부자, 체재자는 물론 정기적 지역방문과 지역물품 소비그룹까지 포괄한다. 물론 관계성의 개념이 작위적이고 광범위할 뿐 아니라 도시·농촌의 쌍방 공간만 강조하는 한계는 있다. 그럼에도 관계인구로 지역의 팬을 넓혀 ‘관계→활력’의 순환형의 네트워크를 쌓자는 데 이견은 없다. 현존 수단 중 가능성·설득력을 두루 갖춘 빼어난 개념인 까닭이다. 관계에서 활력을 찾을 실행 전략은 일본 사례를 보건대 수없이 다양하다. 보다 많은 사람이 지역 균형을 위한 자원·주체로 서도록 공론화하고 프로젝트에 나설 때다. 요컨대 관계인구는 실효적인 로컬리즘의 실행 수단이자 인구 전환의 설득적인 대안 과제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인구와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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