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새벽 2시 홀로 조깅? 안전문제 외면" 삼성 갤럭시 광고 영국서 비판

입력
2022.04.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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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선 실제 운동 중 여성 피살 사건 잇달아
英 BBC·가디언 등 "사회문제 무감각" 비판
삼성 "안전문제 도외시 의도 없었다" 사과

영국에서 논란이 된 삼성 갤럭시 광고의 한 장면. 한 여성이 오전 2시에 혼자서 조깅하는 내용을 두고 "여성 안전 문제에 무감각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삼성' 유튜브 캡처

영국에서 논란이 된 삼성 갤럭시 광고의 한 장면. 한 여성이 오전 2시에 혼자서 조깅하는 내용을 두고 "여성 안전 문제에 무감각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삼성' 유튜브 캡처

영국에서 삼성 갤럭시 광고가 여성 안전 문제를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성이 혼자 새벽에 조깅을 한다'는 설정이 비현실적인 데다, 최근 여성 살해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는 점에서 사회 문제에 무감각하다는 지적이 따랐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삼성은 "여성 안전 문제에 눈감으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며 사과했다.

28일(현지시각) 영국 BBC 방송, 가디언 등 현지 매체는 삼성 광고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보도했다. '야행성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광고는 한 여성이 갤럭시 워치4로 오전 2시임을 확인한 뒤 갤럭시 버즈2를 귀에 꽂은 채 혼자서 어두운 거리와 골목을 다닌다는 내용이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광고가 공개된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광고를 비판하는 해시태그 '#shewasonarun'가 공유됐다. 직역하면 '#그녀는도망치고있었다'로, 현지 누리꾼들은 달리는 동안 여성이 어떤 위협에 노출되는지도 함께 공유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한 여성이 오전 2시에 달리는 광고가 현실적이라고 생각하나""특히 헤드폰을 착용하고 달리는 것은 대부분의 여성들의 경험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즉, "진실을 재현하지 않았다"(잡지 '여성들의 달리기' 편집장 에스더 뉴먼)는 비판이다.

최근 영국에서 여성 살해 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것도 논란을 키웠다. 1월 23세의 초등학교 교사 애슐링 머피가 오후 4시쯤 더블린 서쪽 툴라모아 근처 운하에서 조깅하던 중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과 9월 런던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었다.

지난해 3월 사건 이후 발족한 단체 '이 거리들을 돌려달라'(Reclaim These Streets) 측은 이를 두고 "완전히 무감각하며, 해당 캠페인에 여성 결정권자가 부재함을 증명한다"고 꼬집었다.

주인공이 흑인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운동하는 무슬림 여성 커뮤니티 '아스라 러닝 클럽'의 설립자 사하라 이샤 무함마드 존스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흑인 무슬림 여성에게는 심지어 더 안전하지 않다. 광고는 이상적인 세계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논란이 지속되자 삼성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삼성은 "'야행성 사람들'은 개성을 강조하고 언제든 운동할 수 있는 자유 등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고안됐다"고 해명했다. 또 "여성 안전을 둘러싸고 진행 중인 논의들을 도외시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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