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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동문 찬스' 제주도 초중고 181곳 중 원희룡 모교만 체육관 2개

입력
2022.04.30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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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 없는 학교 17곳인데…'중문중' 특혜 의혹
기존 체육관 안전등급 '보통'에도 속전속결 진행
학교 운영위 "동문회서 元에 건의"…예산 꼼수도
감사원 '주의' 조치 "시급성 떨어져, 절차도 하자"
한준호 의원 "원 후보자, 부정청탁 여부 해명해야"

제주도 초·중·고 181곳 가운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졸업한 중학교가 유일하게 체육관을 2개나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학교에는 이미 체육관이 있는데도, 원 후보자가 도지사 시절 동문회 간담회에 참석한 뒤 체육관 신축 예산 50억 원이 책정됐다. 제주도에는 현재 체육관이 없는 학교가 17곳에 달해, 형평성 논란과 함께 '모교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학교 운영위 회의록 "도지사-총동문회 간담회서 건의"

제주 서귀포시에 위치한 중문중학교 전경. 오른쪽으로 신축된 제2체육관인 '천제관'이 위치해있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제주 서귀포시에 위치한 중문중학교 전경. 오른쪽으로 신축된 제2체육관인 '천제관'이 위치해있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29일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주도교육청에서 제출 받은 '학교 다목적 체육관 현황' 전수조사 자료에 따르면, 도내 초·중·고 181곳 중 체육관을 2개 이상 보유한 곳은 원 후보자 모교인 중문중학교가 유일했다. 반면 체육관이 없는 학교는 제주시 8곳(김녕초·한동초·도평초·남읍초·선흘초·추자초, 제주중·추자중)과 서귀포시 9곳(흥산초·성산초·수산초·온평초·가파초·서귀북초·덕수초·창천초·토산초) 등 17곳이나 됐다.

중문중 제2체육관 건립 과정에선 일부 중문동 주민들이 '동문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원 후보자를 고발하기도 했다. 실제로 당시 중문중 운영위원회 회의록에는 '동문 찬스'를 의심케 하는 내용이 나온다. 중문동에는 서귀포시국민체육센터에 더해 중문초·중·고 등에도 체육관이 있었다. 중문중의 기존 체육관도 안전진단 결과 'C등급(보통)'으로 보수·보강만 하면 계속 사용할 수 있었다.

원 후보자가 도지사 시절인 2016년 6월 29일 열린 중문중 운영위원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위원장은 체육관 신축 문제가 거론되자 "7월 2일 도지사와 총동문회 간담회가 있다. 우천 시 비를 맞으면서 다니는 학생들 여건, 40년이 넘은 체육관 등 학교발전에 필요한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총동문회 간담회 이후인 9월 29일엔 "현재 추진하는 체육관과 급식실 건립 건은 동문회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잘 될 것으로 생각한다"는 대목이 등장한다.

예산을 우회 지원받기 위한 방안도 있다. 위원장은 "체육관과 급식실 건립 추진에 도청에서 학교로의 직접 지원에는 어려움이 많다"며 "색달동이 쓰레기매립장 포화로 확장해야 하는데, 색달마을회 지역 현안 사업으로 예산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색달동에 쓰레기매립장이 증설되면서 지원될 주민사업 일환으로 중문중 제2체육관 예산을 편입하기로 한 것이다.

감사원 '주의'…당시 위원장 "만났지만 민원 안 했다"

제주 서귀포시에 위치한 중문중 위성사진. 제1체육관과 제2체육관의 위치가 나타나있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제주 서귀포시에 위치한 중문중 위성사진. 제1체육관과 제2체육관의 위치가 나타나있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주민지원사업은 조례상 매립시설 부지 경계선에서 2㎞ 이내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대표, 도의원 및 외부 전문가 등이 주민지원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해야 한다. 그러나 이 절차는 누락한 채 매립장과 4㎞ 떨어져 있는 색달마을만을 대상으로 7월 26일부터 협의가 추진됐고, 중문중 체육관 신축이 현안으로 올랐다. 결국 10월 초 중문중 제2체육관 예산을 포함한 주민지원사업 관련 협약이 체결됐고, 이듬해 3월 중문중은 50억 원을 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도 감사위원회는 자체 감사 후 2019년 "위법 부당한 사실은 없다"는 결과를 발표했고, 제주도청은 "주민숙원사업 요청이 있었고, 관련 법령 절차에 따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사안을 두고 2020년 감사원은 부적정하다며 원 후보자와 서귀포시장에게 주의 조치했다. 감사원은 "안전등급을 감안할 때 중문중 체육관 신축은 시급하지 않은 실정이었음에도 투자심사로 그 필요성과 사업계획의 타당성을 검토하지 않은 채 주민지원기금 조성도 없이 일반회계에 중문중 체육관 신축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후 중문중 체육관 신축 사업 보조금 50억 원 중 일부가 다른 시설에 쓰인 것으로 드러나 도에서 1억2,000만 원가량을 회수하기도 했지만 사업은 속전속결 진행돼 2019년 10월 완공됐다. 결국 중문중은 유일하게 제주도에서 체육관이 2개인 학교가 된 셈이다. 특혜 의혹과 관련해 당시 중문중 운영위원장은 한국일보 통화에서 "총동문회 간담회에서 원 후보자를 만나기는 했으나 체육관 신설과 관련해 직접적으로 얘기할 기회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준호 의원은 "제주도내 체육관이 아예 없어 더욱 시급한 학교도 있는데, 원 후보자 모교에 굳이 제2체육관이 건립된 것은 도지사의 '동문 찬스'가 의심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 후보자 모교 특혜 지원 의혹은 이미 감사원의 관련 사건 감사 결과 제주도 법령 위반 내용이 상당수 밝혀진 사안"이라며 "부정청탁 정황의 사실여부에 대한 후보자의 제대로 된 해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유지 기자
윤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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