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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당선인 日 대표단, 과거사는 '빈손' 귀국... "환대는 양날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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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한일정책협의대표단이 4박 5일의 방일 일정을 마치고 28일 귀국했다. 대표단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비롯한 다양한 일본 측 고위 인사들과 면담하며 한일관계 복원의 신호탄을 쐈다. 그러나 일본의 환대에 담긴 속뜻을 파악하기엔 아직 일러 보인다. 핵심 쟁점인 과거사 문제와 관련, “한국이 해결책을 가져오라”는 일본 정부의 태도가 조금도 변하지 않은 탓이다.
대표단 단장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전날 귀국 회견에서 “새 정부 출범 즉시 도출된 여러 문제들에 대한 후속 조치 노력이 뒤따를 것”이라며 실질적 관계 개선에 기대감을 비쳤다. 다만 과거사 해법을 놓고는 뉘앙스가 다소 달랐다. 정 부의장은 “일본은 (강제동원 배상 판결) 현금화 문제 등에 대해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사 결자해지의 책임은 한국에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일본 정부는 이번 만남에서 여러 과거사 이슈 중 특히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집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자주 노출했다. 기시다 총리부터 직접 거론했고, 다른 정부 관계자들도 한국 법원 판결에 따른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압류 및 현금화 조치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의 역할은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한일관계 악화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대표단의 선언적 수사에는 공감하면서도 각론에서는 전혀 양보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기시다 총리 등 최고위급 인사들이 대표단을 면담한 자체가 유의미한 변화이기는 하나, 과거사 이슈를 대하는 일본 측 태도에 견줘 환대의 진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일본 안에서는 한국 새 정부의 관계 개선 제의마저 외면하다간 미국 등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 기시다 총리가 면담을 허락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랜 냉각기를 풀 진실된 의지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이 경우 해법 마련이 어려운 과거사 문제 대신 인적 왕래 등 민간부문 교류 확대를 한일관계 개선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윤 당선인의 구상도 꼬일 수 있다. 대표단 방일을 계기로 선(先)과거사 해결에 방점을 찍은 일본의 의중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우익 성향 산케이신문은 29일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정부는 기시다 총리의 윤 당선인 취임식 참석은 징용 문제,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차기 정부가 자칫 일본의 속내를 오판하면 민간부문의 인적ㆍ물적 교류 확대가 늦어지는 것을 넘어, 한국 스스로 과거사 문제에서 불리한 위치에 내몰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 달리 일본의 또 다른 관심사인 북한 도발에 협력 의지가 높다”며 “아쉬울 것 없는 일본 입장에선 과거사 해결책을 차기 정부에서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관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와 협력을 빌미로 일본 입맛대로 과거사 청구서를 내밀지도 모른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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