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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돌고래에게 저지른 가장 잔인한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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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마지막 돌고래인 큰돌고래 '태지'를 처음 만난 건 2017년 5월. 당시 시민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제주 앞바다 방류를 앞둔 남방큰돌고래 '금등이'와 '대포'였지만 실물을 봐서일까. 정작 수족관 한쪽에 이들과 분리된 채 혼자 남아 있던 태지에게 마음이 갔다. 금등이, 대포와 달리 사육사를 유독 따르며 사진 포즈를 취해 주던 모습, 장난끼 어린 눈빛이 5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 속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다음 태지를 본 건 그해 11월 제주 서귀포시 돌고래 체험시설 '퍼시픽리솜'(옛 퍼시픽랜드)에서다. 금등이와 대포가 떠나고 홀로 남겨진 태지는 우여곡절 끝에 쇼와 체험에 동원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위탁을 자처한 퍼시픽리솜으로 이송됐다. 퍼시픽리솜으로 이사한 지 5개월 만에 본 태지는 관계자가 뻗은 손을 쳐내는 등 예민해 보였다. 위탁기간 종료, 세 번의 위탁기간 연장 끝에도 태지는 갈 곳이 없었고 결국 2019년 퍼시픽리솜 소유가 됐다.
태지는 돌고래 학살로 악명 높은 일본 와카야마현 다이지 마을 앞바다에서 잡혀 2008년 서울대공원에 왔다. 잔인한 포획 과정을 겪고 살아남은 돌고래의 정신적 충격은 말로 할 수 없을 것이다. 태지 역시 서울대공원 수족관 구석에서 혼자 움직이지 않는 등 이상행동을 보였다. 사육사의 끈질긴 노력, 동료 돌고래들과의 교류로 인해 마음의 문을 열었고, 서울대공원 돌고래쇼에서 이른바 '에이스' 자리까지 올랐다.
태지 추정 나이는 22세, 돌고래생 절반 이상인 14년을 수족관 쇼 돌고래로 살았다. 서울대공원에서 퍼시픽리솜으로 온 지 5년이 지난 지금, 이제 와서 또 갈 곳이 없다고 한다. 2017년 퍼시픽리솜을 인수한 호반그룹은 해당 부지에 숙박시설을 짓겠다며 지난해 말 수족관을 닫았다. 이후 4개월 만인 최근 태지를 포함 큰돌고래 '아랑이', 남방큰돌고래 '비봉이'를 또 다른 돌고래 체험시설인 거제씨월드로 보낸다고 서울대공원에 통보했다.
동물자유연대, 핫핑크돌핀스 등 동물보호단체들은 돌고래 세 마리가 거제씨월드로 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며 연일 기자회견과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거제씨월드에서는 2014년 개장 이래 11마리의 돌고래와 흰고래(벨루가)가 죽어 나갔다. 2020년에는 사람이 벨루가 등 위에 올라타 수영장을 도는 체험프로그램이 알려지며 공분을 샀다. 지금도 돌고래를 타는 것 이외에 관람객과 입 맞추기는 물론 강도 높은 공연까지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태지, 아랑이, 비봉이는 돌고래쇼뿐 아니라 사람까지 태워야 하는 처지가 된다.
방류도 쉽지 않다. 비봉이는 28세 추정으로 나이가 적지 않다. 원 서식지인 제주에 방류를 시도해볼 수 있지만 실패할 경우 대비할 플랜B가 있어야 한다. 태지와 아랑이는 더 힘들다. 해양포유류학자인 나오미 로즈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큰돌고래에 대해 연구된 게 거의 없다"며 "태지뿐만 아니라 다이지에서 잡힌 어떤 돌고래도 성공적인 방류는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관련기사 ☞"준비 안 된 고래 방류, 죽음으로 모는 일"… 해양포유류 전문가의 일침).
퍼시픽리솜 측에 묻고 싶다. 지금까지 돈벌이에 동원해 왔던 돌고래들을 이제 문 닫는다며 '고래 무덤'으로 불리는 체험시설로 보낼 수밖에 없는지. 또 이 과정에서 얼마나 전문가와 시민단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돌고래를 위한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했는지 말이다. 원초적 원인제공자인 서울대공원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금은 태지, 아랑이, 비봉이의 '해피엔딩'을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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